동료
본래 '주거' 라는 목적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라기보단 상업적인 용도의 개념이 더 강한 상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었기에, 잔뜩 먼지가 쌓인 컴퓨터나 피아노, 버려진 의료기기, 족히 수백여권은 되보이는 책 등 미처 챙겨가지 못한 건물 내의 부속품들이 모두 '잡동사니' 라 치부해도 좋을 하등 쓸모없는 쓰레기와도 같은 잔류품들로 변해 건물 이곳저곳에 어지러이 산재해 있었는데, 그 필요성 없는 물품들의 위치로 하여금 각자의 방을 구분한다는 것을 이전, 유지현과의 대화를 통해 흘러가듯 알고있던 한서준은 3달 전만 해도 필히 누군가의 소유였을게 분명한 내부 건물 안을 살펴보자마자 확 눈에 들어오는, 원래라면 탁 트인 중앙을 기준삼아 사방으로 깔려있어야할 깨끗하고 푹신한 매트 대신 새카맣고 걸죽한 먼지로 도배가 된 시커먼 매트들이 눈에 들어오자, 단번에 이 아무것도 없는 방이 건물의 거실, 즉 최성민이 자주 애용하는 장소임을 깨닫고는 재빨리 눈을 굴려 안의 상황을 다급히 머릿 속에 쑤셔박았다.
그리고 잡다한 구조물 하나 들어서지 않아 오로지 넓은 공간만이 전부인 방 구석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한 눈에 보기에도 괴상하리만치 불쑥 튀어나온 이마 부분에서 묘하게 꿀렁대며 찐득거리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뱉어내는 왜소한 체격의 몬스터에게 맞서 총은 커녕, 팔뚝 길이도 안되는 M7 대검을 쥐고 차근차근 몬스터와의 거리를 좁혀가는 최성민의 상태를 확인한 한서준은 그 기묘한 광경에서 느껴지는, 그러나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은근하고 기괴한 위화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러한 순간에도 쉴틈없이 튀어오르는 최성민의 모습을 재차 인식하자마자 그는 곧 그러한 생각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말았다.
생존의 첫단추라 할 수 있는 '합류' 가 눈 앞까지 다가온 지금 무슨 생각으로 저런 대처를 선택했는지 이해가 안가는 최성민을 구하는게 그 어떤 것보다 우선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까닭에, 어린아이와 비슷한 체구를 지닌 몬스터의 뒷통수를 최대한 조용히 겨누고, 힐끔 곁눈질로 자신을 쳐다보는 최성민에게 마찬가지로 슬쩍 눈길을 보낸 한서준이 채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돌연 황급히 몸을 옆으로 내던져버린 것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사태였다.
"야! 너 노린다! 니 뒤! 이 멍청한 새끼야! 너 뒤통수 날아간다고?!"
느닷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정확히 자신을 지목하는 최성민의 돌발적인 행동과 함께 팽이처럼 몸을 돌린 몬스터가 지금껏 최성민에게 쏘아냈던 정체불명의 액체를 삽시간에 한서준에게 뱉어냈던 것이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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