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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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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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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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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7.02.04 15:1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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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동료

DUMMY

물론 Juggernaut 급 몬스터가 고개를 아래로 꺾어내리기만 한다면 곧바로 눈에 띌 위치에 엎드려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이 이후의 일. 아슬아슬하게 걸리지 않은 지금으로썬 어느정도 자유롭게 움직일 틈이 있었다.

따라서,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또 아찔하게 쑤셔오는 왼발의 고통마저 묵묵히 참아내며, 겨우겨우 무거운 몸뚱아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는데 성공한 한서준은 쌓인 돌무더기만큼이나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붉은 돌담을 향해 조심조심 팔을 옮겨내기 시작했다.

비록 개가 드나들만한 작은 개구멍만이 무너진 돌담의 유일한 길목으로 남아있었기에, 지나가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욱 몸을 납작하게 엎드려야 한다는 과제 아닌 과제를 수행해야했으나, 애초에 그런 사소한 것들은 신경 쓸 가치조차 되질 않았다.

당장 눈 앞을 아른거리는 '죽음' 이란 형상이 입김 마냥 퍼져나오고 있는 때에, 쓸데없는 심력의 낭비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한서준은 여전히 코를 벌렁거리는, 하지만 아래는 커녕 이젠 양 옆도 확인하지 않는 Juggernaut 급 몬스터를 수시로 확인해가며, 계속해서 팔을 놀려대었다.

일종의 포춘코인과도 같은 흑백의 주사위는 이미 하늘 높이 던져진 상태다. 어떤 수가 나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극적으로 달라진단 것이었다. 총 6개의 결과가, 정확히는 반과 반으로 나누어진 흑과 백의 절대적인 결과가,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에게 신벌처럼 떨어진단 뜻이기도 했다.

하나는 응당 죽음이요, 하나는 그 반대인 '삶' 이니, 사실 그가 원하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될 지루한 문제일 따름이었다.

그렇게, Juggernaut 급 몬스터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하기 그지없는 팔의 휘적거림이 점차적으로 느려지기 시작할 즈음, 대뜸 뒷통수에서 불어오는 뜨끈한 공깃바람을 눈치챈 한서준은 분명 코를 벌렁거리고 있다라 확인했던 Juggernaut 급 몬스터의 거대한 그림자가, 어느순간 자신의 주변 일대를 가득 뒤덮고 있음을 퍼뜩 깨닫고는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몸을 왼쪽 내리막길로 내던져버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본래 위치를 훑어내는 거대한 손바닥과 함께, 쉴틈없이 날아드는 몬스터의 또다른 손바닥을 발견한 한서준은 미처 몸을 옆으로 굴리기도 전에 그만 Juggernaut 급 몬스터의 커다란 손아귀에 붙잡히고 말았다.

일순 눈 앞이 새카만 장막에 휩싸여진 것 마냥 어둡게 물들여졌다.

전신을 압박하는 형용할 수 없는 답답함과 울대를 꿀렁이며 터져나오는 꽉 막힌 신음성이 그의 귓가를 새로이 어루만져갔고, 도저히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두 팔은 마치 버려진 깃대처럼, 손가락은 황폐한 바람에 찢겨져 흩날리는 깃발처럼 펄럭이며, 간신히 저희들의 존재를 주위에 드러내고 있었다.

허나 그 이상의 움직임은 허용되지 않았는지, 총은 커녕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갑갑한 손아귀 안에서 옅지만 긴 한숨을 토해낸 한서준은, 이 다음으로 밀려올, 필시 몸을 찌부러뜨릴게 틀림없는 어마어마한 압력을 상상하며 다시금 푹 한숨을 토해내었다.

앞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흑백 주사위의 눈은, 결국 '흑' 을 가르켰다. 꼼짝없이 목숨을 Juggernaut 급 몬스터에게 저당을 잡힌 꼴이나 마찬가지란 소리였다.

물론 향후 몬스터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굳이 고민해보지 않아도 시원하게 미끄러지는 눈썰매처럼 절로 고개가 끄덕혀질 법한 정해진 수순을 그대로 밟아갈 것이 분명했지만, 혹시나가 혹시나라고, 혹여나 어떤 외부적인 문제가 생겨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기회가 생겨날지도 몰랐다.

철저하게 운으로만 이루어진 '혹' 이라는 단어에 기대어, 그래도 약간이나마 살아날 가능성을 점쳐볼 수도 있단 뜻이었음이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솔직히 그럴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지금 이곳에 있어 그를 구해주겠는가. 또 누가 이 괴물보다 더한 괴물을 상대로 싸우려 하겠는가.

사실 따지고 볼 필요도 없는 가정이었음은, 누구보다 한서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까닭에, 꿈틀대던 손가락의 움직임마저 그치고, 연거푸 튀어나오는 한숨을 마지막 유언이라도 된 양 길게 뿜어내던 한서준은 마침내 서서히 옥죄어오는, 하지만 결코 천천히가 아닌 순식간에 밀어닥치는 압력으로써 전신의 뼈가 한꺼번에 함몰되어가는 고통을 고스란히 온 신경과 머릿 속에 담아내다, 온통 새카맣게 물들여진 눈 앞을 밝게 비춰주는 기묘한 색상들이 돌연 시야의 끝, 어쩐지 울퉁불퉁한 지평선을 보는 것만 같은 경계선에서 각자 나누어지고 갈라지고 있음을 퍼뜩 알아채곤, 또다시 거친 한숨을 각혈인 양 뱉어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기이한 기분이 절로 그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나오게 만든 것이었다. 허나 그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온 신경에 달라붙어 우악스럽게 물어뜯는 끔찍한 고통이 갑작스레 폭풍우처럼 몰아닥쳐와, 미처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단번에 정신을 '탁' 하고 끊어버린 것이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기절을 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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