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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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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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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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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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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7.02.01 10:10
조회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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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5쪽

동료

DUMMY

괴물의 아가리와도 같은 돌무더기 안에서 다시금 튀어나온 왼발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숨이 절로 터져나올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던 까닭이었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멀쩡했던 바지는 세로로 죽 찢어진 기다린 참상이 수십개나 덧붙여져 있었고, 질척한 피가 대신 깔창을 자처했던 신발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온갖 것들을 집어넣었던 건빵 주머니는 볼품없이 터져나가 그 안의 내용물을 무슨 창자처럼 흘려내고 있었는데, 찰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빨갛게 물들여진 군번줄들이 튀어나와 더욱 광경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내었다.

왼발은 예상한대로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세로로 찢겨져나간 기다란 참상의 또다른 희생자인 밑단의 잘려진 틈 사이로 드러난 왼발의 발목은 절로 침이 삼켜질만큼 시커멓게 부어있었다. 발목에 꽉 매여진 밧줄은 몇십배로 부어오른 살덩어리에 파묻혀 그 매듭조차 보이지 않았고, 바깥 쪽이 아닌 안 쪽으로 꺾여진 채 움찔움찔 떨어대는 발등 부분에는 뼈로 보이는 하얀 이물질이 살갗을 뚫고 툭 튀어나와 있었다. 뭔가가 발을 붙잡고 힘껏 틀어버린 것 처럼, 뼈가 부러짐과 동시에 살갗을 꿰뚫어버린 것이었다.

꾸역꾸역 흘러내리는 피가 거칠게 뜯겨나간 흔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뼈의 부러진 단면을 서서히 물들여갔다.

필시 돌무더기에서 묻어나왔을 잿빛 부스러기들은 질척질척한 촉감을 선사하는 진흙과도 같은 형태로써 왼발을 전체적으로 뒤덮고 있었는데, 흡사 썩어버린 피가 그러하듯,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언뜻 '검붉다.' 라는 생각이 간간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 오른발이 겪었어야 할 '괴사' 의 최종적인 단계가 하나의 시뮬레이션처럼 왼발에 대신 펼쳐진 것만 같았다.

한서준은 먼저 왼발을 움직여보았다. 물론 상태가 상태인지라 그리 매끄럽게 움직여지지는 않을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아예 꿈쩍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았다. 적어도 몸뚱이를 움직여대는 일엔 그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바램대로, 왼발은 다행히 움직일 수 있었다. 지렁이 같이 꿈틀댄다는 것만 제외하면, 왼발에 전달되는 뇌의 명령은 무리없이 다리의 신경을 자극했고, 또 움찔거리게 했다. 허나 연기처럼 퍼져나오는 끔찍한 고통이 그런 미세한 움직임마저 알아채지 못하게 만들었기에,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신체를 움직이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드는 것까지는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고통이란 수문장의 날선 검문검색에 다리의 신경들이 죄다 잡혀들어간 꼴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왼발이 움직여지고 있단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한서준은 다시 허리를 굽혀 살 속에 파묻힌 밧줄의 매듭을 서둘러 풀어내기 시작했다. 비록 아까 전보다 더욱 열악해진 환경에서, 손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발목의 먹혀들어갈 듯한 고통을 고스란히 받으며 매듭을 풀어내기란, 아무래도 거진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 쯤은 이미 그도 어렴풋이 눈치채곤 있었으나, 그렇다한들 또 맥없이 끌어당겨질 수는 없었기에 결국 손으로 풀어내기를 빠르게 포기한 한서준은 곧바로 총을 들어 밧줄을 겨누었다.

어차피 밧줄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몬스터 같이 위험한 무언가라는 점을 이미 몸소 체험한 그였다. 따라서 밧줄에 끌어당겨져 죽든, 총을 쏘고 죽든, 결과는 매한가지였기에, 그나마 선호하는 죽음을 선택하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엄밀히 따져본다면, 사실 어느 쪽도 그리 맞이하고 싶은 죽음은 아니었지만, 가만히 있는 것조차 죽음을 재촉하는 상황인 지금은 그래도 발악이라도 해보는게 약간이나마 살아날 가능성이 높았다.

운이 좋아 몬스터에게 걸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까닭에, 그의 손놀림은 더 이상 거칠게 없었다.

총구를 밧줄에 겨누고, 옅은 심호흡과 함께 걸어놓았던 안전 장치를 '단발' 로 옮겨내기까지의 일련의 시간은 불과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어낸 뒤, 혹여나 빗나가지 않도록 총구를 더욱더 밧줄에 가까이 가져다 댄 한서준은 어쩐지 턱 밑까지 차오르는 답답한 숨을, 그러나 차갑기 이를데 없는 거친 숨결을 토해내며, 얼음장 같이 차가워진 손가락을 차분히 잡아당겼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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