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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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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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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7.02.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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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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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동료

DUMMY

"군인이라······ 어쩐지 그럴 것 같았습니다. 헌터들은 솔직히 말이 좋아 헌터지, 몇달 전만 해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민간인들이었으니까요. 평범하게 아침을 시작하고, 제 할 일을 하며, 점심을 먹고, 또다시 제 할 일을 한 뒤,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그리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아침을 시작하고······ 군대라고 해봤자 징병제로 다녀온 2~3년의 경험이 전부인 초짜들입니다. 때문에 다시 총을 안겨주면 부들부들 떨어대지요. 이번엔 그저 장난이 아닌 목숨까지 걸어야되는 일이니까요. 아무리 3년 동안 총을 쥐고 사격을 해봤어도, 어차피 그 뿐입니다. 연습이랍시고 세워놓은 허수아비를 상대로, 그것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표적을 맞췄다고 좋아하는 민간인들이란 소리입니다. 또, 썩어빠진 군기를 겪어본 것으로 마치 전쟁이라도 치룬 듯이 부풀리면서 이야기하죠. 애들 장난식으로 다녀온 군대가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것 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막상 총을 쥐여주고 몬스터를 상대하라하면, 곧바로 겁 먹은 개새끼가 됩니다. 꼬리 마냥 대가리를 푹 수그리고 꺼질듯한 한숨을 토해내기에만 바쁘지요."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헌터' 라는 족속들을 규탄하는 듯한 비난을 다소 신랄하게 쏟아내던 유지현은, 그다지 맥락과 이어지지 않는 말을 어설프게나마 맺어내곤 돌연 들고있던 컵을 '쾅' 난간에 내려놓았다.

겉보기엔 금방 깨져버릴 것만 같은 유리 재질이었건만, 컵은 의외로 멀쩡하게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실례했습니다. 제가 잠깐 흥분을 좀 했었군요. 별건 아니니 그다지 신경쓰실 필욘 없습니다. 아무튼······ 군인이었다는 점. 잘 기억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어쩐지 부들부들 떨어대는 것 같은 손을 애써 주머니 속에 넣어 감추고, 나머지 손은 내리쳤던 컵을 들어 가벼이 두어차례 흔들어보인 유지현이 어정쩡한 미소만큼이나 어색한 웃음소릴 흘려내며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오늘은 이쯤 해두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작전이 내일부터니, 미리미리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지는게 좋겠지요. 각자의 사생활은 존중해야하는 것이니까요. 부디 푹 쉬어주십시오. 컨디션의 문제는 꽤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난제입니다."

한서준은 대답 대신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리고 이젠 거의 식어버린 커피를 단번에 목구멍 뒤로 털어넣어버린 뒤, 옥상과 이어진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유지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지러운 지상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깨끗하고 가지런한 구름의 모습들이 한꺼번에 그의 유일무이한 눈동자 위로 가득 맺혀져왔다. 푹 파인 부분부분마다 어스름하게 낀 붉은 황혼은 마치 눈동자를 꿰뚫어 버리는 창처럼, 매섭게 꽂혀와 일순 그의 내적 고요함에 이를데 없는 파문을 길게 늘어뜨려놓았고, 흡사 하나의 멍청한 질문을 받아낸 것만 같은 근본없는 의구심은 어느새 그의 머릿 속을 가득 메워낸 상태였다.

아무런 결과조차 도출해낼 수 없는 쓰레기보다 못한 잡념의 찌꺼기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어 서로 아무 연관도 없는 '텅 빈' 생각들을 끊임없이 이어지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그건 결코 문자도, 그림도 될 수 없는, 몬스터보다 더 몬스터다운 괴상한 형태의 이물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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