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898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7.02.05 10:55
조회
1,299
추천
24
글자
7쪽

동료

DUMMY

일신이 박살나는 고통을 적나라하게 느끼면서, 실제로도 우그러드는 뼈의 움직임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며 정신을 다잡기란, 아무래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으나, 찰나에 몰아치던 처음의 폭풍우 같이 거짓말처럼 가라앉는 세찬 소낙비와도 같은 통증은, 그로 하여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기분을 꽉 끌어안고 추락하게 만들었다.

단 한번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게 만듦과 동시에, 또다시 단 한번의 자극으로 잃었던 정신을 단박에 차리게 한 것이었다.

나른하게 머리를 감싸안았던 멍한 감각은 삽시간에 그의 머리를 쪼개버릴듯 쑤셔대기 시작했고, 잠시나마 몸에서 지워졌던 그 동안의 누적된 피로감과 뼈 마디의 포악한 울부짖음은, 재차 그의 몸뚱이를 찐득하게 짓눌러오기 시작했다.

한서준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지독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를 토해내었다. 이어, 캄캄하게 눈 앞을 가로막고 있던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올린 그는 급작스레 쏟아져내리는 밝은 태양빛에 얼른 눈꺼풀을 아래로 끌어내렸지만, 그건 채 2초도 가지 못하고 원상복귀 되었다.

"깨어났네? 와, 벌써 정신을 차린거야?"

"응? 벌써? 그 사람 일반인이잖아. 근데 벌써 일어났다고?"

최소 2명은 되어보이는 남성들의 대화소리가, 마치 전류가 흐르는 창처럼 꽂혀와 몸을, 겨누기도 힘들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몸뚱아리를 고압으로 감전시키며 강하게 튕겨냈던 것이었다.

한서준은 황급히 눈을 뜨고 서둘러 주변을 더듬어갔다.

귓가를 간질이는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소름 같이 돋아나는 긴장감의 반사적인 방어 행위가 거의 본능적으로 튀어나왔음의 소치였다.

허나 그의 개인적인 희망대로 K-2 소총이 손에 잡히는 일은 없었다. 오직 부드러운 침대보의 매끄러운 감촉만이 그의 손아귀에 잔뜩 쥐여질 뿐이었다. 아무리 그 주변 일대를 끈질기게 더듬어봐도,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메마른 모래알처럼 침대보를 제외한 이렇다 할 커다란 이물질들은 단 하나도 손에 잡히질 않았던 것이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현재 그의 몸은 구속이 되어있었다. 무엇으로 묶였는지조차 파악이 안되는 자세로, 그러니까 똑바로 누운 미라와도 같은 상태로 묶여있는 터라, 그는 제 마음대로 고개를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그저 가만히 누워 한 쪽만 남은 눈알을 정신없이 굴려가며 주변의 광경을 빠짐없이 담아내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다소 신기하다란 감정이 가득 들어있는 눈으로 자신을 훑어보는 안경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신기함과 흥미가 물씬 배어나오는 표정으로 기묘한 미소를 띄고 있는 더벅머리의 남자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낸 한서준은 그 중 안경을 쓰고 있는 이에게서 한 눈에 봐도 엉망이 된 소총을, 결코 Juggernaut 급 몬스터에게 붙잡혔던 사실이 거짓이 아님을 알려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찌그러진 소총을 발견하곤, 깊은 한숨을 터쳐내고 말았다.

불과 하루가 조금 넘는 짧은 기간 동안 순식간에 모든 무기들이 파괴되어, 이젠 쓸 것 조차 남아있지 않다란 갑갑함에서 비롯된 한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심정을 알아챘는지, 안경의 남자는 오히려 소총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세상 다 망할 것 같은 한숨은 안쉬어도 되요. 그냥 좋게 생각하자구요. 그래도 그 미친 것에게 잡혀서 이 정도는 살아남은 총인데, 솔직히 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것도 국산총이 이렇게 살아남은건 꽤 진귀한 일이라구요? 아, 물론 이 총의 원주인이 어디까지나 저라는 점은 꼭 기억해주셨음 하네요. 제가 거기다 버리고 온······ 아, 아니 놓고 온거니까."

안경의 남자는 흡사 찰흙처럼 찌부러진, 하지만 약간의 형태는 남아있는 소총의 개머리판 부분을 대뜸 한서준의 코 앞까지 들이대고는, 남은 한 손으로 그곳에 각인된 글자를 하나하나 차례대로 가르켰다.

"'최.성.민.' 기억하셨죠? 꽤 흔한 이름이니까 금방 기억하실거라 믿어요. 지금까지 제 이름을 까먹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거든요. ···그나저나, 꽤 운이 좋았던거 알아요? 아니, 그걸 운이라고 해야하나? 운이라고 보기엔 조금 인위적인 냄새가 살짝··· 아, 아무튼, 그런 일은 진짜 처음 봤거든요. 대체 무슨 일을 벌이신 거예요? 혹시 단군이에요? 아니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 공세와 더불어 귓가를 어지럽히는 빠른 말 소리가 이젠 머릿 속 마저 뒤집어놓으려는 듯, 수천가지의 상념들로 발 디딜 틈도 없는 뇟 속을 뒤죽박죽, 엉망진창의 아수라장으로 뒤섞어버릴뻔 했으나, 마침 그의 말을 깨끗하게 잘라내고 들어서는 더벅머리 남자의 행동에 간신히 그러한 참상은 피할 수 있었다.

"저 놈이 시끄러운건 도저히 고칠 방법이 없는 불치병이니까······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현 상황에 대해선 그다지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잠깐 치료를 위해서 묶어두었을 뿐이니까요. 이게 조금··· 음, 아픕니다. 그래서 난동을 부릴 위험이 살짝 높아요. 어디까지나 안전을 위한거니까, 조금만 참아주시지요."

방금 전과는 다른, 꽤나 사람 좋은 미소를 띄워가며 차분한 목소리만큼이나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던 더벅머리 남자는 또 언제 꺼내갔는지, 분명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어야할 수첩을 돌연 내보이며 두어차례 흔들어대었다.

"아마 이미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수첩은 원래 제 수첩입니다. 성민이하고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솔직히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이렇게 찾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습니다. 거기다 성민이의 총까지 가지고 오셨다는건······ 이 수첩의 내용을 모두 겪었다는 의미로 생각해도 괜찮겠습니까? 아, 딱히 숨기는건 없습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이 수첩과 총을 찾아오셨다는건, 아마 그 늑대로 보셨다는 소리겠지요.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이 빌어먹을 '데드 존Dead Zone' 에 괜히 남아있는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물론 상부 쪽 이야기라는 점은 굳이 설명해드리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절대 개인적인 감정으로 머물러있을 만큼 이곳은 그리 편한 장소가 아니거든요."


작가의말

1차 수정 완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essorem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7 동료 +1 17.03.31 790 14 4쪽
86 동료 +2 17.03.29 797 13 4쪽
85 동료 +2 17.03.28 842 14 3쪽
84 동료 17.03.26 872 15 3쪽
83 동료 17.03.23 818 17 3쪽
82 동료 +2 17.03.20 859 15 3쪽
81 동료 +1 17.03.17 859 16 3쪽
80 동료 +1 17.03.14 873 17 3쪽
79 동료 +1 17.03.12 869 17 4쪽
78 동료 +1 17.03.08 899 21 7쪽
77 동료 +3 17.03.05 1,005 19 5쪽
76 동료 +1 17.03.03 940 19 5쪽
75 동료 +2 17.02.27 953 20 5쪽
74 동료 +3 17.02.25 1,104 26 5쪽
73 동료 +2 17.02.23 963 19 5쪽
72 동료 +2 17.02.21 1,009 19 5쪽
71 동료 +2 17.02.20 1,075 20 4쪽
70 동료 +2 17.02.19 1,245 23 6쪽
69 동료 +1 17.02.17 1,172 22 6쪽
68 동료 +2 17.02.15 1,486 21 6쪽
67 동료 +2 17.02.14 1,206 20 5쪽
66 동료 +3 17.02.13 1,200 19 4쪽
65 동료 +2 17.02.11 1,121 21 4쪽
64 동료 +2 17.02.10 1,244 21 4쪽
63 동료 +2 17.02.09 1,400 23 6쪽
62 동료 +2 17.02.08 1,238 21 6쪽
61 동료 +2 17.02.06 1,318 21 5쪽
» 동료 +2 17.02.05 1,300 24 7쪽
59 동료 +2 17.02.04 1,307 22 6쪽
58 동료 +1 17.02.03 1,326 22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