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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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소총을 사용한다는게 마냥 잘못된 선택지라고는 무작정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밧줄을 잡아당기는 이가 인간인지 몬스터인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끊어지지 않는 밧줄에 매달려 끌려가는 것도, 경우에 따라선 Juggernaut 급 몬스터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일만큼이나 위험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Juggernaut 급 몬스터에게 걸리는 것보다 더 끔찍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며, 어쩌면 자신을 구해주려는 또다른 생존자가 나타날지도 몰랐다.
물론, 이러한 자기만족형 결과보다 지극히 현실적인 확률로 따져본다면, 정확한 수평을 그려내고 있는 천칭의 기울기가 과연 어디로 기울지는 사실 생각조차 하지 않아도 될 하나의 '약속' 과도 같은 결과로써 그 답이 나오겠지만, 그렇다한들, 반대편에 있을 티끌만한 가능성이 아예 흔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곤 확신 할 수 없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과도 같은 절망적인 가능성이 꼭 이루어지지 않으리란 법은 그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은 까닭이었다.
비록 객관적인 측면에서 도출해낸 결과인 '죽음' 이란 결말이 그의 정신마저 끈적하게 뒤덮어, '성공' 이란 이름을 가진 손톱 비스무리한 크기의 무게추가 담긴 천칭의 접시를 거진 직각이 되다시피 하늘로 치켜 올려버리긴 했으나, 한서준은 그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것으로 현 상황에서 가장 쓸모없는 잡념들을 모조리 떨궈내버린 다음, 앞서 손에서 놓았던 밧줄을 다시 꽉 쥐어잡았다.
그리곤 끊임없이 경고를 날리는 머릿 속 경보음도 무시한 채, 꽉 쥐어잡은 밧줄을 되려 자신의 쪽으로 힘껏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끊어낼 방법도 없는 지금, 맥 없이 끌려가기보단 차라리 역으로 끌어당겨 상대방의 얼굴이라도 확인하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거나저거나, 하나하나 비교해보면 죄다 거기서 거기라는 안일한 판단으로 어떻게든 총을 사용하게끔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부추기던 승냥이 같은 생각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현실로 직시하고, 군말없이 포기해버린 이유이기도 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도, '총을 쏜다.' 라는 선택지만큼 꺼져가는 촛불처럼 목숨이 위태로워질 선택지는 없었다. '줄에 끌려간다.' , '줄을 끌어당긴다.' 등의 선택지들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그 위험성이 특출나게 도드라지는 것이 바로 '총' 이란 도구를 이용하는 선택지인 것이었다. 허나 어디까지나 총을 이용한 방법 자체가 유난히 '특출' 날 뿐이지, 결코 나머지 방법들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라는 것은 아니었기에, 결국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함께 딸려올 위험성에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무척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단지 그 확률이 총보다 낮을 뿐이요, 총보다 안전할 따름이라, 그렇게 남겨진 여러가지 선택지들 가운데 그나마 나은 선택지를 골라야했다.
그런 점에서 한서준은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즉, '줄에 끌려간다.' 와도 같이 귀결되는 선택지마저 제외한 '줄을 끌어당긴다.' 라는 선택지를 택했다. 다른 것들에 비해 약간이나마 가능성이 있고, 또 약간이나마 안전성이 보장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래도 총보단 나을거란 희망적인 추측을 가지고 선택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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