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바로잡고 더욱 나은 선택을 하는 방법. 그 수단으로
시간을 넘나드는 것은 살아가며 후회를 단 한 번이라도 겪어본 사람
이라면 누구나 하는 보편적인 바람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손 쳐도 무방한 인간욕망을 투영하여 시간의 의미와‘순간에 소중하라.’
는 메시지를 메인 플롯으로 삼았다.
스토리는 [경험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아버지로부터
21살에 알게 된 팀은 이를 통해서 하루의 의미와 진정 소중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에 맞게 끔찍한 사고나 전
쟁, 인류의 존망을 거는 심각한 사건은 중심이 아니다.
적대자도 없으며 조연들도 적대적인 조연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보조적인 조연만 나오며 스토리의 간극은 팀의 내적 갈등과 가치관의
변화이다. 마치 사춘기의 청년이 성숙하고 이해하며 배려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가듯, 포기를 배우고 순간에 감사할 줄 아는 훌륭한 인간상이 된다.
같은 근거를 통해 어바웃 타임은 캐릭터보다는 플롯 중심임을 알 수
있다. 한 인간의 삶이 거대한 역사와 함께하는 희극과 비극만 가득한 것은
난센스다. 그러나 야망도 없이 일상에만 젖고 소박하게만 사는 것 역시도 자연
스럽지 못한 의도적 장치다. 주인공인 ‘팀’은 적당히 욕심도 있고
아파하며 주위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고 바라는 소시민인데,
과거를 자유로이 바꾸는 그의 능력은 오직
감성에만 치중됐다.
복권과 대박 주식을 모조리 맞춰서 어마어마한 부를성취할 필요까지는 없으나, 삶의 윤활유로의 작은 이익을 취하는 것.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가치관과 인생 전체를 뒤흔들1조, 10조라는 돈이 아니라100만 원500만 원의 돈은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편케 할지언정 인생 자체를 혼돈에 빠뜨리지는 않는 까닭이다.그렇기에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소유하는 것은 애인에게한 잘못을 바로잡는 것과 같은 비중의 사건이기도 하다.그러나‘팀’은 조금도이처럼 행동하지 않는다.충분히 선택 가능한 선택지를 외면하였고 일상과행복이라는 주제의식과 사랑을 위한 가슴 따뜻한 오늘만을 선택했다.이는 영화의 장르와 설정에 따른 개연성과 필연성은 있으나현실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맞아떨어지지 않는다.어바웃 타임은 이기적으로 행복한 영화다.메인 플롯은물론 서브플롯 모두 한 가정에 국한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과거를바꿀 수 있는 사람들.주인공인‘팀과 아버지’의 시선에만 완벽하게 매몰되었기에 그렇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모두가 이롭고 행복한세계를 만드는 것은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하지만 나와 내 이웃의 행복을 위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그리고그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가치관과 문화가 밀접한영향을 끼친다. 한데 영화 속 주인공을 통해 이 부분에서 볼 수 있는 것은기계적이며 이기적인 면모를일 따름이다. 행복의 기준과 어떤 삶이 바른 삶인지에 대한 해답에서 그의 가족 구성원이 완벽하게결여되었다. 정확하게는 여동생인‘킷캣’이 이에 해당한다.‘팀’은 자신의 첫사랑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집을 떠나변호사 생활을 하며 지내는 일상과 연인을 만나는 데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사용한다. 극작가인‘해리’를 위하여 그의 공연을 성공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이는 분명히 자신과 자신 주변의 사람을위하여 긍정적으로 능력을 사용한 것이다.그러나 여동생이 런던 생활에 적응을 못 하고 힘들어하며자신의 연인과 다툼이 있는 조짐들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킷캣’이 활달하고 밝은 아이라고 생각했다고는 하지만,이러한 팀의모순된 배려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방점을 찍는다. 바로 그녀가 오랜 시간 함께한 남자친구와 다투고 차량 사고가 나는 그 시점.한번 과거를 바꾸어여동생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영화의 후반부에서‘팀’의 내적 갈등은아이를 봄으로써 짓는 표정으로 매듭짓는다.아이의 성별은 남자라 하여도 그의 자식이고 딸이라해도 친자이다. 이전의 기억과 괴리감이 있을지라 하여도같은 사랑과 관심을 쏟은 혈육임에는 분명했다. 여기서 행복에 대한분기점이자 가치판단의 잣대가 적용된다.‘팀’이 이제까지 기억하는 혈육.지금껏 보살핀 딸을 아이로 생각할지.아니면과거를 바꿈으로써 그 아이를 상실한 것으로 여기는지를.만약 이 아이러니만을 생각하면 이후 전개되는‘팀’의선택을 쉬이 공감할 수 있다. ‘팀’은 여동생의 불행이 시작되는어릴 적 파티에서의 바람둥이를 다시 만나게 했다.정확하게는 그때의선택을 무효화시킴으로써 방임하였다. 자신의 딸이 아들이 되는 나비효과를근절하기 위함이다.이 선택과 판단은 오직‘팀’의 시점에서는 매우 옳으나‘킷캣’의처지를 생각하면 사뭇 달라진다. 그녀는‘팀’처럼 좋은 인연을 단번에꽉 움켜쥐지도 못했고 시행착오의 세월과 부적응기의 런던이그대로 유지되었다.물론 여기에서는 취향이라는 이름의 개인 잣대와가치관이 큰 영향을 끼친다. ‘킷캣’은 사고를 당했을 뿐죽지 않았다.그녀는 여동생의 사고 이후의 삶을 위해 노력해주는‘팀’과‘메리’덕분에 다른 남자를 만나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다.사망한 이도 없고 사고로불구가 된 인물도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의 어제가 오늘을 위한아픔과 고통의 성숙이었고 나중에 다른 인연을 만나 잘 되는 것으로 당위성을갖는다면,주인공인 팀 역시도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형평성에 옳았다.첫사랑에게 차이고 메리와의 생활 중에서결혼 직전에 팀이 저지른 실수는 제법 큰 것이었다.엄하고 예의를중시한다는 여자친구의 부모님과 처음 마주하였을 때‘오럴섹스’라는말을 자신도 모르게 하였으니까. 평범한 일상이었다면강력한 반대에 시달렸을 수도 있고 메리가 화를 냈을 수도 있었다.그보다 이전으로 첫 잠자리에서 환상적으로그녀를 만족시킨 씬도 이에 해당한다. 잃어버렸던 인연을다시금 만나게 된 힘 역시도 과거 여행이라는 주인공의 능력이 지대한역할을 했다. 극작가인‘해리’를 돕지 않았다면 본래 메리와 이어졌을인연이었겠지만,결과적으로‘팀’은 주변의 행복과 자신의 목적을 모두 이뤘다.이러한 욕심을 손가락질하고 욕할 사람은 없다.누구나 한 번씩은꿈꾸고 바란 작은 꿈이기에 그렇다. 다만,정진하고 최선을 다하며소중히 하는 일상의 기적은 오직 평화 속에서 작은 갈등만 마주하는그들만의 것이라는 사실은 영화의 한계였다.가족의 행복이 아닌 팀의 이야기.그리고 메시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사건의연속이라는 것을 분명히 짚을 필요가 있다. 표면과 이면의주제는 물론 대사와 전체적인 전개 안에 깔려있는 기조가 그렇다.대신 취사선택으로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였기에 로맨스 코미디 영화라는 재미요소와‘시간을 마주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라는 메시지는 아버지로대변되는 사랑으로 완숙하게 보여졌다.평범한 사물이 큰 상징성을 갖게 되는 일이 있다.고작 가로와 세로의 막대 두 개에 불과하고 형벌의 도구였던 십자가가 그러하고 보리수나무부터 성지로서 순례지에 오른 유적지 등, 모든 것이 그러하다.빛바랜 흑백 사진을 생명처럼 여기는 이와 쓰레기라고 태우는 이의차이는 그 안에 얽힌 사연에 달려 있다.사연은기억을 수반하며 반드시 의미를 낳는다.누군가에게는 평범하지만,누군가에게는 특별해지는 그 분기점이 여기에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전달하는 방법 중에서 영화라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이고강력한 방법임이 분명하다.‘열심히 살면 누구나 성공하고 부자가 된다’는말을 듣고 상상하는 것과 어바웃 타임을 통해‘팀’이 자신의단점을 직시하고 삶을 바로 살며 환하게 웃는 모습. 행복해하는 그를직접 보여주는 것은 당연히 후자가 몰입에 수월하다.행복이라는 형태는결핍된 감정과 경험만큼 다양하기에 모호하지만, 어바웃 타임에서는‘팀’과‘메리’의 자상한 아침.입술을 맞추고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이며학교에 보내는 일상이 상쾌하고 가볍게 보인다.끔찍하지 않고 언제든 개인이
이겨낼 수 있는 작은 사건과 사고를 통해
로맨틱한 사건을 리듬감 있게 초지일관 전개한다.
심리학적으로 동일시는 이해를 수반한다. 일상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메시지와 간단하며 망각하곤 하는 실천방법을 뚜렷하게
어바웃 타임에서는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변혁을
부르지는 못하지만 ‘나’라는 가장 작은 단위는
확실하게 바꿀 수 있다. 그 방법은 오늘을
제대로 사는 것이며 결말은 행복하리라
하였다.
어바웃 타임은
이 메시지와 플롯에 지극히 충실한 영화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