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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우각
작품등록일 :
2009.03.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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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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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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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3

DUMMY

“누, 누구시오?”

낯선 이들의 등장에 목가장의 주인인 목노야가 용기를 내서 물었다. 그러자 문을 열고 나타난 이들의 선두에 선 자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후후! 이곳에 용건이 있어서 들렸는데, 마침 이곳의 정신적인 지주이신 목노야의 생일잔치가 열린다고 해서 체면불구하고 들렸습니다. 나 당천위입니다.”

사내는 그렇게 자신을 밝혔다.

남자체구치고는 그리 크지 않은 덩치에 전체적으로 잘빠져 매우 날씬하게 보였다. 그보다 더욱 특징적인 것은 그의 손이 무척이나 가늘고 길다는 것이다. 마치 여인의 손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짙은 음영이 드리워져 있어 무척이나 음침하게 보였다.

당천위가 자신의 이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는 목노야 조차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산골에 사는 사람들이 당천위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리 만무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당천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후후! 나 당천위가 이런 존재밖에 되지 않는가? 하긴 상관없겠지. 이곳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산골이니까 무지렁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겠지.”

당천위의 이름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컸다.

암영수(暗影手) 당천위.

당금 천하에서 젊은 무인들 중 가장 강하다는 천하오수(天下五秀)중 당당히 일좌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공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당천위는 선망의 대상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이곳 상유촌 안에서만 생활하는 마을 사람들이 알 턱이 없었다.

목노야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아무튼 본인의 생일잔치에 와주셔서 고맙소. 저쪽에 상을 봐드릴 테니 식사라도 하고 가시구려.”

“뭣이?”

목노야의 말에 성을 낸 이는 당천위의 뒤에 있던 젊은 무인들이었다. 그들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말을 지껄이는 목노야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 다른 곳에서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남천련에서 목노야의 생신을 축하드려요.”

옥쟁반에 구슬이 구르는 소리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한 청아하면서도 맑은 목소리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 여인이 있었다.

새하얀 옷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심혼을 빼앗는 아찔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 얼굴을 반쯤 가린 면사 사이로 드러난 눈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본 모든 이의 넋이 순간적으로 빠졌다.

제일 먼저 정적을 깬 이는 목노야였다.

“지금 나, 남천련이라고 하였소?”

“그렇습니다. 저는 남천련을 대표해서 목노야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온 운향이라고 합니다.”

“남천련에서 왜?”

제 아무리 강호라는 세상에 대해 알지 못하는 목노야였지만, 그래도 남천련이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늘을 날고, 땅을 가르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 강호, 그런 강호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단체가 남천련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남천련은 강호의 하늘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그런 남천련에서 무엇이 아쉬워 목노야에게 생일사절단을 보낸단 말인가? 목노야는 물론이고, 상유촌의 그 누구도 지금의 사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남천련에서는 목노야가 그동안 하신 일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남천련에서 왜?”

“모두가 목노야의 흥복이지요.”

비록 면사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 순간 사람들은 운향이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면사위로 드러난 눈이 반달처럼 곡선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눈웃음을 보는 순간 목노야를 비롯한 사람들의 정신이 다 아득해졌다.

어느새 예운향은 장내의 분위기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당천위가 이빨을 빠득 갈았다.

“남천련이 벌써 움직이다니.”

예상 밖의 사태였다. 하지만 아직 당천위의 놀람이 끝나는 것은 일렀다. 운향의 뒤를 이어 속속 다른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으하하! 남천련에서 냄새나는 계집을 파견했구나. 오늘 노부도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자꾸나.”

광소를 터트리며 담장위에 나타난 육십 대의 노인. 나이답지 않게 건장한 체구에 하얀 수염과 대춧빛 얼굴이 유독 인상적인 노인이었다.

“저자는 분명 광초자(狂草者) 유문척. 저 노마까지 이곳에 왔다는 말인가?”

당천위의 얼굴이 더할 수 없이 딱딱하게 굳었다.

비록 그가 젊은 영재들의 으뜸인 천하오수의 일인이라고 하나 광초자 유문척에 비할 수는 없었다. 유문척은 이미 한세대 전에 활동했던 거마였다. 비록 당금천하를 지배하고 있는 여섯 명의 무인들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당황한 것은 운향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문척이 등장하면서부터 그녀의 눈동자는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결국…….’

최대한 빠르게 조취를 취한다고 했건만 비밀은 여지없이 새어나갔고, 결국 보물을 노리는 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최대한 빠르게 온다고 한 것인데도 다른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도착했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이들이 노리고 미리 움직였다는 말이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산골마을이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그 모든 것이 단 하나의 물건 때문이었다.

미지의 금속으로 만들었다는 단검.

정확히는 금과 같은 색깔을 띠고 있으면서도 붉은색의 서기를 뿜어내는 단검이 추영마검 곽충을 죽이면서부터이다. 그가 죽은 직후 남천련에서는 곽충의 시신과 단검을 회수하고, 유붕을 추궁하면서도 다각도로 조사를 시작했다.

곽충과 유붕의 실력 차를 감안하고, 곽충의 시신에 난 상처를 아무리 조사해도 그의 죽음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천련 최고의 의원까지 모조리 동원됐지만 끝내 곽충의 죽음을 가져온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시신에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자 사람들은 곽충의 시신에 꽂혀있던 단검에 주목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이름 모를 단검을 철저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이름 모를 금속으로 만들어진 단검은 내공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강한 반발력으로 인체를 파괴했다. 일반 무인이 손가락을 베어도 아무렇지 않았으나, 내공이 강한 자가 베이면 오히려 더욱 상처가 벌어졌다. 일반적인 무기와 정반대의 성질을 지닌 무기는 절대의 능력을 가진 절대고수에게 치명적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자 마자 남천련에서는 무기의 출처를 역추적했고, 상유촌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련주의 네 제자 중 한명인 운향을 책임자로 조사대를 상유촌으로 파견한 것이다.

운향은 자신이 제일 먼저 상유촌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와 비슷한 시기에 당천위가 도착하고, 유문척마저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게 될 줄 몰랐다.

이미 곽충을 죽인 단검에 대한 소문은 퍼질 대로 퍼진 상황이었다. 무공을 익힌 누구라도 구미를 당길만한 유혹이었다. 무공이 약한 한수가 자신보다 위수준의 고수를 죽일 수 있는 매력적인 패. 그것이 단검의 재료인 미지의 금속이었다.

그러나 정작 금장혈괴로 만든 단검을 세상 밖으로 유출시킨 목노야는 왜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생일에 맞춰 상유촌에 들어왔는지 알지 못해 눈만 꿈뻑거릴 뿐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일 년을 가도 상유촌에 외지인이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많은 사람들이 상유촌에 들어왔다. 그것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뿌리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무기를 차고 있었고, 늑대처럼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빠 무서워.”

“괜찮아, 괜찮을 거야.”

장 씨는 품안을 파고드는 아소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 역시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단지 스스로 자각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에게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즐겁던 생일 분위기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지 오래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입을 다물고 낯선 이방인들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축제분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순간 잔치는 끝났다. 하지만 낯선 이방인들은 아직 잔치를 끝낼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당천위를 필두로 운향과 유문척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먼 길을 걸어왔더니 배가 고프군요. 체면불구하고 좀 얻어먹겠습니다.”

“저희도 신세를 지겠습니다.”

“흐흐! 노부에게도 한상 차려주시구려. 노부는 위가 크니 꽤 많은 양을 준비해야할 것이오.”

“무, 물론입니다.”

목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하인들에게 사람들의 상을 차리라고 명령했다.

‘쯥! 안타깝구나.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하인이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으면서 당천위가 혀를 찼다. 만일 그 혼자 있었다면 이런 시골 무지렁뱅이들에게 예의를 차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으니까. 차라리 무력을 사용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다른 강호세력이 이곳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이상 경거망동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그가 움직이면 다른 세력들도 움직인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결국 누가 먼저 이 마을의 비밀을 알아내어 자신의 소유로 만드냐가 관건인가?’

당천위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다시 한 번 목가장 내부를 둘러보았다. 운향과 남천련의 무인들이 한쪽을 차지했고, 반대 방향에 유문척이 고고한 척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내일이면 또 얼마나 많은 무인들이 들어올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산골의 주민들이 그의 안중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와 시선을 마주칠 때마다 사람들이 분분히 고개를 돌렸다. 무공을 익힌 자의 시선을 평범하고 순박한 이들이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의 시선이 차례차례 사람들을 훑고 맨 마지막으로 구석자리에 앉아있는 사내들에게 향했다. 등을 돌리고 있는 두 남자와 서생차림의 남자, 그리고 그들 곁에 있는 상큼한 외모의 여인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당천위의 눈이 반짝였다.




* * *




오탈자를 지적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이 지적해주시는 오탈자는 나중에 일괄수정하여서 출간할 겁니다. 항상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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