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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각
작품등록일 :
2009.03.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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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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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390

작성
08.12.1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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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불씨-1

DUMMY

수많은 인부들이 갱도 앞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평생을 광산에서 철광석을 채굴하는 것을 업으로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세상의 변화에 무덤덤한 인부들이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동요하는 법이 없는 그들이 한데 모여 웅성거리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들의 중심에 한 덩어리의 금속이 있었다. 겨우 어린아이 머리통만한 금속덩어리를 두고 인부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게 뭘까?”

“낸들 아나? 처음에는 금인 줄 알았는데.”

“뭐, 이런 것이 다 있지? 겉보기에는 분명 금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붉은 빛이 흘러나오는 것 같으니.”

어린 아이 머리통만한 철광석 곳곳에는 노란빛이 선명한 금속이 박혀 있었다. 얼핏 보면 금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붉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껏 수십 년 동안 광산에서 일한 사람들이었지만, 이런 금속을 본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불길한 것을 발굴한 것이 아닌지 싶구나.”

“형님, 그것을 어찌 아시오. 혹시 아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금속일지. 어쩌면 이걸로 인해 돈을 많이 벌게 될지도 모르는데.”

“이 사람아,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세상 어느 곳이고 귀한 것을 찾는 인간의 탐욕은 변함이 없네. 자칫하다가는 외지의 사람들이 들어올지도 몰라.”

“형님도 별것을 다 걱정하시오. 이게 어디 우리 소관이오. 목노야가 다 알아서 하겠지요.”

인부들의 우두머리인 장 씨의 걱정에 서 씨가 별걱정을 다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성이 낙천적인 사람들이었다. 닥치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는 것보다 오늘 하루 먹을 음식을 걱정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든 걱정을 잊고 신기하다는 듯이 철광석에 알알이 박힌 금속을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그때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대의 마차가 나타났다. 연락을 받고 목노야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인부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진귀한 물건이 발견됐다고?”

“아직 모릅니다. 단지 신기한 것은 사실입니다. 겉보기에는 금 같은데 붉은색의 서기를 내뿜습니다.”

“어디 줘보게.”

목노야가 인부들에게서 철광석을 빼앗듯 낚아챘다. 그는 철광석을 높이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과연 장 씨의 말처럼 붉은 색의 서기를 내뿜고 있는 금속이 있었다.

“허어! 신기하구나. 겉보기에는 금인 것 같은데 붉은 색의 서기를 내뿜다니.”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고, 수대동안 광산을 물려받았지만 이런 금속이 있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런 금속이 얼마나 더 있던가?”

“일단 발견한 것은 이게 답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좀 더 있을지 모르지요.”

“그럼 우선 이것만 제련해보세. 이렇게 철광석에만 박혀있는 것으로는 진가를 알 수 없으니까 말이네. 불순물을 걸러내면 이것의 가치를 더욱 잘 알 수 있을 걸세.”

목노야의 눈이 흥분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그의 개인 광산이었다. 하지만 나오는 것이라고는 철광석뿐이었다. 하지만 철광석만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상유촌 제일의 부자는 될 수 있겠지만, 세상에 나가면 그의 부자는 보잘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항상 부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 발견한 금속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것으로 인해 어쩌면 더욱 큰 부를 모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부터 흥분이 되는 것이 온몸이 짜릿해져왔다.

목노야의 모습을 보면서 장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발견한 철광석은 갱도의 가장 밑바닥에서 힘들게 채굴한 것이었다. 오백장의 지하에서 파낸 금속. 말이 좋아 오백장이지, 어지간한 산 하나를 거꾸로 파고들어간 깊이다. 그만큼 위험도 크고, 붕괴될 가능성도 높았다. 이런 금속이 더 존재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하게 파낼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씨와 인부들의 입장이었다. 광산주인 목노야는 그들의 입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발견한 금속이 돈이 되는 것이라고 판단하면 인부들을 갱도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 보낼 것이다.

목노야가 철광석을 안고 마차에 타며 말했다.

“오늘은 이미 날이 늦었으니 일찍 들어가 보게나. 이것은 내가 마을로 가져가서 제련을 해보고 판단을 할 테니까.”

“예!”

목노야는 사람들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마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곧 분분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들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친 것을 기뻐하며 하나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장 씨는 쉽게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그 물건이 화를 불러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과연 이게 얼마나 벌어줄 것인가?”

목노야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손에 들린 철광석을 바라보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돈 냄새를 맡았다. 이 기묘한 광석은 그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줄 것이다.

목노야는 돌아오자마자 마을에 단 하나있는 유일한 대장간을 찾았다. 목노야의 광산만큼이나 대를 이어 내려온 철노인의 대장간은 그가 기묘한 금속을 믿고 맡길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캉 캉!

대장간에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철냄새와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 불쾌한 기운에 목노야가 얼굴을 찌푸렸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당당히 펴고 들어갔다. 그리고 철노인을 불렀다.

“이보게, 주열이.”

“자네가 이 누추한 곳에까지 무슨 일인가?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비록 수염이나 머리는 하얗게 세었지만, 떡 벌어진 어깨와 굵은 팔뚝위로 지렁이처럼 돋아나온 힘줄이 이십대 못지않은 철노인이 별 신기한 물건을 보는 것처럼 목노야를 바라봤다.

두 사람은 어릴 적 친구였다. 하지만 한쪽은 상유촌 제일의 거부였고, 다른 한사람은 일개 대장장이의 아들에 불과했다. 어렸을 때는 그 차이를 알지 못했으나, 점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들의 신분차이도 극명해졌다.

어린 날의 친구는 시간이 흐르면서 주종관계와 비슷하게 바뀌었다. 목노야의 광산에서 나온 철광석 중 상당수는 철노인의 대장간에서 제련을 했고, 금전적으로 얽매이다보니 철노인의 입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연 목노야를 대하는 그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하지만 목노야는 아랑곳하지 않고 용건을 꺼냈다.

“이 녀석을 한번 제련해주게. 쓸데없는 불순물은 다 걸러버리고 이 붉은 빛을 뿜어내는 노란 금속의 본모습을 보여주게. 내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테니까 자네 솜씨를 부려보게.”

“이것은 뭔가?”

“오늘 내 광산에서 발견된 물건이라네. 나는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인데 자네는 알아보겠나?”

철노인이 목노야에게서 철광석을 받아들고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 역시 목노야에게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휴! 솔직히 이런 금속을 오늘 처음보네. 겉보기에는 금 같은데 은은한 붉은색의 서기를 뿜어내다니. 이런 금속이 있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 어쩌면 우리는 세상에 처음 나오는 금속을 보는 것일 수도 있네.”

“제련할 수 있겠는가?”

“해봐야지.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할 수 없네.”

“시간은 걱정하지 말게. 내 얼마든지 말미를 줄 터이니. 자네는 이놈의 본모습을 찾아주게. 내 마치 열여덟 살에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애가 타서 견딜 수가 없으이.”

목노야의 과장된 말에 철노인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가 알기로 목노야는 열여덟 살에 돈과 사랑에 빠졌었다. 아마 그때의 그는 여자라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주제에 잘도 저런 말을 지껄이다니. 하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럼 부탁하겠네.”

목노야가 철노인의 두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잠시 후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뗐다.

“내 내일 다시 옴세. 그럼 수고해주게나.”

“가보게.”

철노인이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지 목노야는 몇 번을 철노인의 손에 들린 철광석을 뒤돌아보다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목노야가 가고 난 직후 철노인은 철광석을 화로에 올려놨다.

“자, 시작해보자. 내 네놈의 속살을 기필코 엿보고 말리라.”

그게 힘차게 풀무질을 시작했다. 그 순간에도 철광석에 박힌 금속은 요사스런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불길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붉은 빛 역시 더욱 강렬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길에 취한 철노인은 그런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 *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알아보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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