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3,514
추천수 :
623
글자수 :
659,060

작성
20.06.14 12:46
조회
152
추천
9
글자
24쪽

Round 4. 너를 잊지 않았듯

DUMMY

3라운드를 통과한 스무 팀은 ‘매치 오디션’이라 불리는 4라운드에서 절반만 남게 된다.


매치 오디션은 각 회사에서 한 팀씩 뽑아 조를 만든 후 조별 경연을 통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조의 1위는 합격하고 최하위는 탈락하며, 다른 열 팀은 즉석 미션을 받아 재대결하여 이 중 네 팀이 합격한다.

그리고 사전대결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의 심사위원이 한 팀을 지명하여 합격시킨다.

이렇게 하여 합격한 열 개 팀이 내년 1월에 열릴 생방송 무대에 서게 된다.





12월 1일 토요일 아침.

은별과 하트헤르, 미란과 예린이 CBC 미디어센터에 함께 들어섰다.

뮤컬트 팀원 대기실에 있던 서희가 이들을 맞이했다.


“언니 왔어요?”

“응. 다들 잘 왔어.”


서희는 일찍 출근하여 알아낸 정보들을 팀원들에게 알려주었다.

4라운드 녹화는 오전 9시에 시작되며 경연은 9시 30분부터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전 라운드와 달리 경연하는 조가 아닌 팀은 무조건 객석에 있어야 한다. 이것은 더 공정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추가된 규칙이다.


“작년까지는 연습하라고 30분 정도는 줬다던데.”

“심사 길어지면 쉬는 시간도 없는 거 아니에요?”

“그건 선생님들이 알아서 맞추시겠지. 쉬는 시간에 연습하면 돼.”


서희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은 그 시간을 연습에 전부 쓰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전 인터뷰는 없고, 사후 인터뷰는 경연 직후 쉬는 시간에 조 1위랑 꼴찌만 한대. 다른 팀은 재대결까지 다 끝나고 할 거고.”

“하아.”

“전부 같은 입장이라 어쩔 수 없어. 그러니까 연습은 지금 해.”

“네.”


솔로인 미란과 예린은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으며 구석으로 갔고, 지혜와 유찬은 뒤쪽 한가운데에 마주앉았다.

은별은 제 스마트폰에 잭을 걸어 서희와 자신의 이어폰을 한데 연결했다.

서희가 물었다.


“<여우비>부터 하는 게 나을까?”

“네.”

“그래. <#첫사랑> 먼저 하고 우리 노래 해보자.”

“알겠어요.”


서희와 은별은 주간 미팅 때 불렀던 과제곡부터 소곤거리며 연습에 들어갔다.





참가자들이 스튜디오 객석에 올라왔고 뒤이어 심사위원들이 자리했다.

영기가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의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C-POP Artist season 5> 4라운드 매치 오디션! 반갑습니다. MC 홍영기입니다.”

“와아!”

“캐스팅 오디션을 통과한 참가자 스무 팀이 생방송 무대로 가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과연 생방송에 나갈 열 팀은 누구일까요? 지금부터 이들을 만나 보시죠.”


카메라가 참가자들의 면면을 훑는 동안 영기와 심사위원들 앞에 박스가 하나씩 놓였다.


“매치 오디션은 한 조당 회사별 한 팀씩 총 네 팀이 경연하여 1위는 생방송에 진출하고 4위는 탈락하며, 2위와 3위는 재대결을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영기는 4라운드 매치 오디션에 적용되는 몇 가지 규칙을 설명했다.

방송 분량을 맞추기 위해 한 팀은 첫 곡 전주부터 두 번째 곡의 끝까지 6분 30초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모든 팀은 여기에 맞추어 경연을 준비했다.

무대 안쪽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에 노래할 순서가 기록될 표가 나타났다.


“경연 순서를 정하겠습니다. 제 앞에 놓인 박스에는 각 회사의 이름이 적힌 공이 들어 있고, 심사위원들 앞에 놓인 박스에는 자기 회사에 캐스팅된 참가자의 이름이 적힌 공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제가 공을 뽑으면 해당되는 회사의 심사위원께서 자기 상자의 공을 뽑아주십시오. 알고 계시죠?”

“예.”

“1조부터 정하겠습니다.”


영기는 박스에 손을 넣고 몇 번 휘저은 후 공을 꺼내 보였다.


“1조에서 가장 처음에 노래할 회사는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담여원 심사위원님?”

“네. 1조에서 노래할 저희 회사의 팀은···. 윤도진 군입니다.”


카메라가 여원이 뽑은 공을 클로즈업했고, 대형 멀티비전에 있던 순서표에 도진의 이름이 처음으로 찍혔다.

영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공을 뽑았다.


“1조에서 두 번째로 노래할 회사는 인디밴드연합입니다. 수휘 심사위원님?”

“예. 1조에서 노래할 저희 팀은 ‘파파라차’입니다.”


이렇게 하여 3조까지 결정되는 데 단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도진, 미란, 예린이 순서대로 뽑혔다.

추첨이 진행될수록 심사위원들의 공 뽑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방송에서 이 부분은 자막으로 매치 결과가 공개됨과 동시에 흐린 화면으로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영기는 밖에 꺼내놓았던 공을 다시 상자에 넣고 섞으며 진행을 이어 갔다.


“자. 다음 4조 뽑겠습니다. 4조에서 처음으로 노래할 회사는 KP네요.”

“예. 4조에 나올 KP 팀은 ‘하소연’입니다.”


영기는 멀티비전에 하소연 팀의 이름이 나온 것을 보자마자 두 번째 공을 뽑았다.


“4조 두 번째로 노래할 회사는 뮤컬트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네. 4조에서 노래할 저희 팀은 여우비입니다.”

“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쿵 떨어졌다.

은별이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음성을 내뱉었고, 서희는 하소연이 앉은 곳을 보다가 팀의 리더인 하진주와 눈이 마주쳤다.


“4조 세 번째로 노래할 회사는 TYK입니다.”

“예. 저희 TYK의 4조 참가자는, 솔베이지입니다.”

“앗!”

“하아.”


은별은 또다시 외마디 음성을 내뱉었고, 서희는 멀티비전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서희는 TYK의 팀원들 중에 그나마 해볼 만한 팀으로 솔로 싱어송라이터인 함윤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윤명은 3조까지 호명되지 않았기에 같은 조로 배정될 확률이 50퍼센트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윤명이 아니라 혼성 듀엣인 솔베이지가 걸린 것이다.

두 사람에게 솔베이지는 피하고 싶은 상대였다. 이 팀은 여우비보다 먼저 여원이 캐스팅했다가 지노가 우선권을 써서 데려갔고 지난번 사전대결에서 TYK의 대표였던 데다가 <수선화>에서 공연하고 있기에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휘 심사위원님. 안 뽑아도 아시죠?”

“4조에서 노래할 저희 팀은 ‘태평성대’입니다.”

“하아.”


‘하소연, 여우비, 솔베이지, 태평성대’

4조에 나서게 된 팀이 멀티비전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다보니 5조 추첨까지 완료되어 매치가 모두 완성되었다.


1조 경연까지 20분가량 남은 상황.

녹화가 멈추자 뮤컬트 팀원 중 첫 주자인 도진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은별에게 말했다.


“다녀올게요.”

“응. 연습했던 대로만 해. 응원할게.”

“고마워요, 누나.”

“오빠 파이팅!”


도진은 은별에게 인사하고 다른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후 객석을 나갔다.

은별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쟤가 부럽네요.”

“내 말이. 붙든 떨어지든 빨리 끝내고 마음이나 편해졌으면 좋겠어.”

“커피 마실래요?”

“아니.”

“그럼 제 것만 사올게요.”

“미안한데 나 물 하나만 갖다 줄래?”

“네.”


은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하아.”


서희는 한숨을 쉬었다. 긴장보다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이전 라운드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하는 긴장은 있었지만 그것을 풀어주는 사람이 있었고 경연이 끝나면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 사람과 기대가 없다는 게 답답했다.


‘어쨌든 해야 해. 피할 수도 없고 대안도 없어. 내가 나중에 이쪽으로 가든 안 가든 이건 엄청난 기회니까. 첫 팬이잖아. 아무것도 안 하고 응원 받을 수 없어.’


서희는 눈에 힘을 주고 수첩을 펼쳤다. 어차피 답답할 거면 과제라도 하는 게 낫다.

머지않아 만날 그가 실망하는 모습만은 보고 싶지 않았다.





3조까지의 경연이 끝난 상황에서 점심시간이 되었다.

도시락을 받고 대기실에 앉은 뮤컬트 팀원 일곱 명의 얼굴이 모두 어두웠다.


1조의 도진은 자작곡에 대해 여러 곡의 멜로디가 연상되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것은 싱어송라이터에게는 혹평이었다. 그리고 그는 두 곡을 무난하게 불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무난하다는 건 경연에서 1위하기에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2조의 미란은 지노로부터 자작곡 멜로디에 가사를 억지로 꿰어 맞춘 느낌이라고 지적을 받은 대신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에서 전보다 매우 안정감이 있었다는 칭찬도 들었다.

3조의 예린은 감성 표현이 많이 개선된 반면 미션곡이었던 <바람기억>(나얼)의 도입부에서 음정 실수를 저질렀다.


이렇게 하여 경연에 나섰던 세 사람은 모두 재대결로 밀려나고 말았다.


“다른 회사에서는 1위가 하나씩 나왔는데.”

“대신에 꼴찌도 하나씩 나왔잖아.”


<C-POP Artist>의 본선 중 결과가 이분법적이지 않은 경연은 오로지 매치 오디션뿐이다. 합격과 탈락이 아닌 제 3의 선택지가 있고 자신뿐 아니라 팀의 결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치 오디션의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 즉 생방송 진출과 전속 계약은 개인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은 같은 회사의 구성원이면서도 지금은 경쟁하는 입장이다.

그래서일까. 뮤컬트 팀원들은 짧은 대화를 끝으로 기나긴 침묵에 빠져들었고 도시락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은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니.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왜?”

“죽 사올 테니까 같이 먹어요.”

“아니. 괜찮아.”

“언니 힘없어서 노래 못할 것 같아서 그래요.”

“···.”

“유찬이 일어나. 가자.”

“네.”


마지막 조인 하트헤르의 지혜 역시 밥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은별이 유찬을 데리고 나가자 서희는 젓가락도 대지 않은 도시락을 덮고 의자에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





<C-POP Artist season 5> 4라운드의 오후 녹화가 시작되었다.

4조에서 경연하는 네 팀이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4조 경연 시작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노래할 팀은 하소연입니다. 무대로 자리해주십시오.”


영기의 말과 함께 KP에 캐스팅되었던 하소연이 무대에 올랐다.

하소연은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하진주와 래퍼 소영준, 보컬 연준식으로 이루어진 댄스 팀으로, 이번 4라운드에서는 인길로부터 받은 미션곡 <Rainy Day>(러브홀릭)와 자신들이 직접 선곡한 댄스곡 <난 멈추지 않는다>(잼)를 불렀다.


“쟤들 몇 살이지?”

“진주는 99년생이고 남자애들은 01년생이래요.”

“완전 애기들이 잼 노래를 하네?”

“쟤들이 애기가 아니고 우리가 할머니죠.”

“우리 그 정도는 아니거든?”

“저 노래를 독특하게 하네요. 어린애들이 부르기 힘든 감성 같은데.”

“그러게. 그리고 진주 노래 괜찮은데? 댄스 팀 같지가 않아.”

“요새는 댄스 아이돌도 메인보컬은 노래 되게 잘해야 해요. 슈퍼주니어 규현 같은 분 봐요.”

“하긴. 그분도 맨날 춤추는 것만 봐서 몰랐는데 발라드 들어보니까 완전 대박이더라.”

“잼 노래 안무 잘 짰네. 멋있어요.”

“내 말이. 아유.”


서희와 은별은 하소연 팀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정신을 집중하고 각자의 노래를 연습했다.

물론 그 시간이 길 수는 없었다.


“하소연 노래 잘 들었습니다. 경연 시간의 제한 때문에 두 곡 모두 짧게 편곡된 게 아쉽네요. <Rainy Day>에서는 원곡과 다른 분위기로 가려고 했는데, 그게 의도했던 대로 완벽히 나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진주 양과 준식 군의 보컬 기본기가 아직 덜 다져진 점이 있네요. 요새는 댄스 팀도 보컬들의 수준이 아주 높아요. 데뷔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더 필요해요.”

“선곡이 하소연에게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Rainy Day> 원곡의 여성 보컬 지선 씨의 목소리가 워낙 독보적이라 누가 불러도 그분이 떠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걸 감안하고 들었는데, 그래도 댄스 팀으로서는 최대한의 기량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노 심사위원이 말했듯이 방송 등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보컬의 기량이 더 향상되어야 한다는 건 꼭 기억하세요. 특히 진주 양은 박자에 맞는 호흡의 조절이 필요하고, 준식 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연습을 많이 하세요.”

“저는 하소연이 <Rainy Day>를 제 예상보다 잘 소화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난 멈추지 않는다>, 노래의 뜻에 맞게 안무를 잘 짰는데 원곡에 있는 안무는 차용하지 않았네요. 이 노래를 기억하는 팬 분들은 원곡 도입부에 나오는 활기찬 안무를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이걸 반영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라 뭐가 더 낫다 아니다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수고했어요.”

“자. 이제 여우비 올라오세요.”


서희와 은별은 하소연과 인사한 후 무대 한가운데에 섰다.

지노가 마이크를 들었다.


“여우비는 이번에 담여원 심사위원으로부터 <Someday>를 미션곡으로 받았고, 자작곡 제목은 <여우비>네요?”

“네.”

“자작곡에 ‘여기서 우리의 비밀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니까 노래 제목은 단순히 부제를 줄인 거네요. 팀 이름하고는 의미가 다르고요.”

“그렇습니다.”

“<여우비>부터 부르는군요. 기대됩니다. <여우비>와 <Someday>, 노래 바로 들어보시죠.”


지노가 마이크를 놓자 스튜디오가 조용해졌다.


서희와 은별이 서로를 마주보았고 은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희가 무대 끝의 제작진에게 신호를 보내자 전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은별이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여우비 - 여기서 우리의 비밀을> 작사 : 강서희 & 민은별 / 작곡 : HAP


(은별's song)

설렘과 기대 속 불안함 한 숟갈

마음에 달고 조그만 건물 올려다보면

오늘은 어떤 비밀이 날 즐겁게 할까

한편으로 아픈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


(서희's song)

어두워지는 창밖 저녁 끝 하늘가

귓전에 경쾌한 피아노 소리 들려오면

오늘은 어떤 비밀이 날 즐겁게 할까

어제보다 얼마나 나는 더 커져 있을까.


(은별's song)

하나하나 배우며 새로운 꿈꾸는 시간

세상 밖에 나가려 날 가린 껍질을 깨고

그렇게 이별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공간

여기를 떠나가려 더 커져야 하는 나.


아파지는 가슴 안 새로운 마음이 자라

멀기만 했던 내 꿈에 좀 더 다가가고

여길 뒤로 하고 떠난 뒤 꿈꾸는 미래

지금보다 낫기를 바라며 노래하는 나.


(합창)

너와 나, 여기서

여기서 만들어가는 우리의 비밀

보다 나은 나를, 보다 나은 너를

꿈꾸며 어제보다 더 열심히 할 우리.

내 가슴에 [내 가슴에]

새로이 피어나는 예전 같은 꿈

그 꿈에 다가서는 건 여기, 우리의 비밀.


(간주)


(은별's song)

하나하나 배우며 새로운 꿈꾸는 시간

세상 밖에 나가려 날 가린 껍질을 깨고

여길 뒤로 하고 떠난 뒤 꿈꾸는 미래

지금보다 낫기를 바라며 노래하는 나.


(서희's song)

어두워지는 창밖 저녁 끝 하늘가

귓전에 들려오는 경쾌한 피아노 소리

따듯한 그 음악에 내 가슴을 맡겨본다.

내 노래, 속삭임에 내 맘 더 깊어가겠지.


무심한 눈빛 작은 미소에 설레는 공간

지금에 기뻐하다보니 어느 새 하루가 가고

내일은 어떤 비밀이 날 즐겁게 할까

오늘보다 얼마나 나는 더 커져 있을까.


(합창)

너와 나, 여기서

여기서 만들어가는 우리의 비밀

보다 나은 나를, 보다 나은 너를

꿈꾸며 어제보다 더 열심히 할 우리.

내 가슴에 [내 가슴에]

새로이 피어나는 예전 같은 꿈

그 꿈에 다가서는 건 여기, 우리의 비밀.


(은별) 내 가슴에 피어나는 꿈

(서희) 내 가슴엔 예전 같은 꿈


우리의 그 꿈에 다가서는 비밀의 공간

여기서 너와 나

여기서 우리의 비밀을 이야기···.





서희와 은별이 노래하는 동안 여원은 눈을 감고 감상하고 있었고, 인길은 옅은 미소를 담은 채 고개를 살며시 까딱거렸다. 반면 지노와 수휘는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 PC에 뭔가를 썼다.

영기는 무대 끝에서 흐뭇한 얼굴로 두 사람의 노래를 들었다.


서희와 은별은 한숨을 돌리고 물을 마시며 다음 노래를 준비했다.

두 사람은 경연 시간 6분 30초에 맞추기 위해 두 곡 사이에 최대 40초까지 여유를 둘 수 있지만 시간이 촉박한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다.

은별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희는 곧바로 제작진에게 신호를 보냈다.

전주에 이어 두 사람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Someday> 원곡 : 수(SUE)


(서희's song)

얼마나 설레었는지, 다시 널 볼 수 있으니.

항상 그래온 것처럼, 예전에 그 모습처럼.

너만은 그대로이길, 모든 게 변한다 해도

나 너를 잊지 않았듯* 내게로 돌아오기를.


(은별's song)

어쩌면 오늘을 기다렸었는지 몰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아. 이젠 너를 좀 더 편한 맘으로

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서희's song)

아니. 자꾸 눈물이 흘러.

그런 슬픈 눈으로, 야윈 얼굴로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은별's song)

알아. 그만큼 널 사랑해.

너를 잊으려했던 지우려했던 나를

모두 용서해. My love.


(간주)


(은별's song)

한번쯤 널 마주치고 싶었는지 몰라.

내게 소중한 너였으니.

이젠 너를 좀 더 편한 맘으로

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서희's song)

아니. 자꾸 눈물이 흘러.

그런 슬픈 눈으로, 야윈 얼굴로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은별's song)

알아. 그만큼 널 사랑해.

너를 잊으려했던 지우려했던 나를

모두 용서해. My love.





노래하는 동안 멀티비전과 심사위원의 태블릿 PC에 가사가 나타났다.

특히 원곡과 다른 부분에는 색깔이 바뀌어 모두가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서희는 <Someday>의 원곡 가사 중 ‘난 너를 잊고 살아도’를 ‘나 너를 잊지 않았듯’으로,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을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로 바꾸었는데, 그게 제 상황에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파트 배분을 원곡과 다르게 한 것 역시 한 남자를 마음에 두었던 두 여자라는 상황에 가사를 맞춘 결과였다.


정완과 두 사람에 얽힌 사연을 아는 여원은 그 부분을 들으며 또 한 번 서희가 가엾어졌고, 앞으로 여우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감사합니다.”

“와아아!”


노래가 끝나고 서희와 은별이 인사하자 박수와 함성이 스튜디오를 울렸다.

영기가 말했다.


“<여우비>가 이런 노래였군요. <여우비>와 <Someday>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심사하시죠. 담여원 심사위원이 먼저 하나요?”

“네. 제가 할게요.”


여원이 마이크를 들고 심사에 들어갔다.

그녀는 오늘 뮤컬트 팀원들에 대한 심사를 가장 먼저 하고 있었다.


“노래 잘 들었어요. 고생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노래 들어보니까 솔직히 저는 뿌듯합니다. 다른 심사위원들께서도 인정하시겠지만, 두 사람 다 지난 라운드 때보다 보컬이 향상되었어요. 은별 양은 호흡이랑 자세 연습한 결과가 그대로 나와서 호흡도 길어지고 고음 저음 모두 쭉쭉 나왔고, 서희 양은 노래 구성상 내지르는 고음 파트가 많이 없어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불안했던 부분은 없었지요. 감정 조절도 나쁘지 않았고 흐름을 깬 부분도 없었죠.”

“확실히 그랬습니다.”

“연습 많이 한 게 분명히 느껴졌죠.”


인길과 수휘가 동의했고 지노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적인 실수는 한 군데 있었어요. 서희 양이 <Someday> 부르다 한 부분에서 플랫이 났는데, 연습 때 실수한 적이 없었던 부분이라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작곡 <여우비>에 대해서 각 파트마다 강약 조절을 세밀하게 주문했는데, 두 사람은 그걸 잘 받아들여 불렀지만 힘을 약간 빼고 불러야 할 부분에서 더 뺐고, 힘을 주고 불러야 할 부분에서 다소 약했어요. <Someday>에서는 여우비만의 감성이 보였지만 며칠 전 들었던 것보다는 못했고, 연습 때는 <나의 아리랑>과 가까운 분위기로 몽환적이었는데 오늘은 그것도 약했어요. 아무래도 이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큰 무대다보니 긴장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여우비 팀도 관객들이랑 직접 만나면서 무대 경험을 쌓는 중인데 앞으로도 배우면서 개선해야 해요. 많이 발전했고 제 기대만큼을 보여주었지만 아쉬움도 있는 무대였습니다. 여기까지 할게요.”

“감사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인길이 곧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제가 지난번에 여우비한테 에너지가 세다고 말했죠. 오늘은 그 에너지가 전보다 약했습니다. 이건 곡이 잔잔한 것과는 다른 얘긴데, 담여원 심사위원이 <여우비> 노래에서 힘 얘기를 한 거랑 같은 맥락이죠.”

“네.”

“여우비는 퍼포먼스가 별로 없는 팀이고 오늘은 특히 더 없다 보니 저는 온전히 노래에만 집중했습니다. 자작곡 <여우비>는 이 팀이 지금까지 했던 음악과 또 다른데 노래가 좋아요. 이 노래는 음원으로 출시될 것이고 저는 살 겁니다. 근데 음원 녹음할 때 담여원 심사위원이 디렉팅에 꼭 참여해주세요. 이전에 보여주었던 여우비만의 에너지가 이 노래에 많이 들어가면 저는 매일 들을 것 같습니다.”

“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원이 인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체적으로 지난 라운드보다 나아졌어요. 에너지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약했지만 두 사람 다 각자의 표현이 좋았고 기량이 눈에 띄게 발전했고, 자작곡이 귀에 착 감겨서 나아졌다고 말하는 겁니다. 잘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할까요?”


수휘가 지노를 보며 말하자 지노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휘는 곧바로 심사에 들어갔다.


“노래 잘 들었습니다. 제가 듣기에도 모든 면이 전보다 좋아졌어요. 서희 양 플랫 났다는데 솔직히 전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3라운드에서 담여원 심사위원이 여우비에게 조울증 환자같이 감성이 급격했다고 지적했죠. 본인이 말씀하신 걸 본인이 제대로 고쳐주셨네요.”

“제가 한 게 아니에요. 두 사람이 알아서 한 거지요.”


수휘의 말에 여원이 답했고, 서희와 은별은 심사위원석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자작곡 <여우비>도 그랬지만 <Someday>도 감성 흐름이 급격하지 않아서 듣기 좋았습니다. 다만 앞의 두 심사위원들의 의견과 일치하는 게 힘, 에너지, 이건데요. 가장 세게 지를 때의 힘을 100으로 봤을 때 50, 70, 90, 80, 이렇게 힘을 내야 하는 곳에서 오늘은 여우비 팀이 30, 50, 70, 60, 이렇게 냈어요. 한 곡의 흐름을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원래 이 노래에 맞는 그래프를 아래쪽으로 전부 다 내린 것 같이 들렸다는 얘기죠.”


수휘의 말에 다른 심사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 듣다보니까 서희 양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녹화하는 지금 시각이 오후 1시 49분이고, 3조 경연이 끝난 후에 점심시간 보내고 4조 들어왔죠. 여우비뿐 아니라 4, 5조의 다른 팀 다 긴장이 되어서 점심 제대로 못 먹었을 게 뻔한데, 그런 상황에서도 멋지게 무대를 소화해야 프로 가수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이 노력했지만 힘없는 티는 좀 났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굉장히 좋았어요. 곡을 아주 잘 쓴 것도 있지만···. 제가 여우비에 대해 계속 걱정했던 게 듀엣으로서의 가능성이었는데, 오늘에서야 저 팀이 제대로 된 듀엣처럼 보였습니다. 이건 은별 양의 공로인데, 서희 양이 컨디션이 떨어진 게 느껴지니까 은별 양이 거기 맞춰서 균형을 잡고 노래한 거죠. 서희 양이 30, 50 이렇게 부르는데 은별 양 파트가 내지르는 곳이라고 해서 90 이상을 내 버리면 균형이 깨지고 노래가 되게 이상해져요. 다른 그룹들도 알아두셔야 할 게, 어디서 실제로 공연을 할 때는 멤버 중 누가 아플 수도 있고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저렇게 하면 됩니다.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서희는 수휘를 향해 깊이 인사한 후 은별을 보며 조그맣게 고맙다고 말했다.

사실 서희는 컨디션이 떨어진 게 아니었다. 힘을 내어 노래하고 싶었지만 처음으로 무대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작가의말

2권의 마지막까지 두 편이 남았습니다.

6월 18일에 올리고 일주일간 휴재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리며, 주말 잘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욱일302
    작성일
    20.06.14 13:07
    No. 1

    너무 어렵다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진사로
    작성일
    20.06.16 01:00
    No. 2

    욱일302님! 어렵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이럴 때는 빨리 다음 편 올려드리는 방법밖에 없겠네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디션(Audition) 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Aphrodite. 풀밭, 꽃, 그리고 꿀 20.06.16 168 10 21쪽
» Round 4. 너를 잊지 않았듯 +2 20.06.14 153 9 24쪽
23 Burden. 그대에게 옮은 감기 20.06.09 164 9 27쪽
22 Clue. 또 다른 오디션 +4 20.06.04 165 10 25쪽
21 Slough. 그녀의 취미 20.05.31 161 6 31쪽
20 Tears. 한계가 아닌 줄 알았는데 +6 20.05.28 181 11 23쪽
19 Abyss. 눈물조차 사치라고 느껴질 때 +6 20.05.24 176 9 22쪽
18 Restart. 욕심이 되어버린 밤 +2 20.05.21 193 9 27쪽
17 Separation. 신데렐라처럼 +4 20.05.17 184 11 24쪽
16 Friendship. 내일 일어날 일 +4 20.05.14 192 8 23쪽
15 Limitation. 임무를 마친 자의 여유 +2 20.05.10 190 11 21쪽
14 Round 3. 자신과의 싸움 +4 20.05.07 198 11 23쪽
13 Preparation. 조금 덜 치열해도 괜찮은 곳 20.04.30 209 10 29쪽
12 Wedding. 순정남녀가 순정부부로 20.04.23 225 9 29쪽
11 Goodness. 이럴 줄 알았으면 +2 20.04.21 222 8 23쪽
10 Round 2. 치열하게 따분한 날 +2 20.04.12 200 8 23쪽
9 Deeper. 녹음이 잘 되지 않는 이유 +8 20.04.09 237 11 22쪽
8 Fangs. 그녀의 실수 +8 20.04.07 233 12 28쪽
7 Round 1. 화살은 누가 쏜 걸까 +4 20.04.02 225 11 29쪽
6 Reoccurrence. 묻고 싶었던 말 +4 20.03.31 242 11 31쪽
5 Suggest. 좋은 제안이지만 +2 20.03.29 239 13 29쪽
4 Preliminary 2. 비 오는 아침 +2 20.03.24 265 11 29쪽
3 Preliminary 1. 저 사람들 또 +2 20.03.22 267 10 30쪽
2 Making. 만들어야 할 게 노래만은 아닌 팀 +4 20.03.15 353 13 28쪽
1 Prologue. 오래 전 약속 +4 20.03.15 713 16 2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