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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2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 재벌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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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2
작품등록일 :
2020.05.14 22:38
최근연재일 :
2020.05.2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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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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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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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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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조사

DUMMY

시장의 모든 사람이 경쟁자로 느껴졌다.


물건을 사는 입장이 아니라 팔는 입장으로 생각하다 보니 시장이 달리 느껴졌다.


‘도시에 오면 돈 벌기가 좀 수월할 줄 알았더니...’



***



손님을 끌기 위한 피리 부는 사내의 연주 솜씨는 어찌나 현란하던지.

옆에 있던 이안은 걷는 것도 잊은 채 구경을 하고 있었다.


짝짝짝!


곡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굉장한 연주였어요. 역시 대도시는 물건 파는 것도 남다르네요.”


사람들을 따라 손뼉을 치던 이안이 말했다.

돈만 있었으면 바로 물건도 샀을 표정이었다.


“그래, 우리 경쟁자들이 다들 대단하네.”


속도 모르고 즐거워하는 이안이 얄미워 퉁명스럽게 말했다.


“경쟁자요? 아하, 영주님은 여기서 장사를 하실 생각이군요!”


이안은 신이 났다.

그의 생각에 자신과 가울은 제법 괜찮은 콤비였다.


“그래, 영지를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려면 돈부터 벌어야지.”

“걱정 마세요, 영주님. 제가 있잖아요!”


낙천적인 건지, 아니면 사장의 고민을 이해 못 하는 철부지 직원인지.

이안은 연신 고개를 두리번대며 즐거워했다.


그러던 중, 이안은 과일을 팔고 있는 젊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거기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요, 소중한 눈길 주셨다면요, 가까이 와서 구경하고 가세요.”

“...”

“손님들의 모든 발걸음, 초대해 드리고 있습니다.”

“...”

“제가 적극 추천, 강력 추천 드리는 과일이에요. 한번 맛보시고 가세요.”

“...”


속사포로 말하는 모습이 꼭 나레이터 모델 같았다.

연륜이 느껴지는 아찔한 멘트들.


이안은 콘딩에서 과일 장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만만했던 이안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저...영주님, 저희 이번에도 과일 팔아요?”


자신의 경쟁자를 확인한 이안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과일은 한 번 해봤으니까. 왜, 싫어? 아니면 진짜 용병이라도 해볼까?”

“...”


이안은 이번에는 오크들과의 전투가 생각나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가울은 웃음을 꾹 참았다.

사실 가울도 용병을 하려 대도시로 온 것은 아니었다.


“용병해서 벌어 봤자지.”


가울은 자본가가 되어야 했다.

언젠가 돈이 돈을 버는.

시작은 작게 해도 된다.

돈이 계속 벌리는 시스템만 만들면 된다.


‘기죽을 필요 없어.’


자신은 저들에게 없는 지식과 현대의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남들과는 좀 다른 영지도.



***



반쯤은 그녀의 호객 행위에 끌려, 과일의 맛도 확인할 겸 과일을 사버렸다.


“흐음...”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영지의 것보다는 떨어진다.


‘확실히 과일 맛은 영지에서 재배한 게 훨씬 나아.’


하지만 현대에서도 품질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진 않았다.

게다가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사람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또한 말릭에 시장이 이곳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경쟁이 치열함은 불을 보듯 뻔했다.


‘가격을 후려쳐?’


가격을 남들보다 싸게 받아도 재료값이 들지 않고, 세계수의 가호가 있으니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익이 줄어든다면, 또 굳이 과일 장사를 할 이유는 없었다.


고민이 깊어졌다.


그 사이 과일 파는 여자는 그새 이종족 하나를 자신의 가게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호루투 나무 열매는 없소?”

“어머, 죄송해요. 호루투 나무 열매는 없어요.”

“이봐, 인간 여자. 묘인족들은 호루투 나무 열매를 좋아한다고.”

“대신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


여자는 다른 과일을 권했다.


“음?”


여자의 추천에 시험 삼아 과일 한 입을 먹어본 묘인족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묘인족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다가갔던 이종족들은 종종 다른 과일을 맛보고는, 다음부터 그 과일을 찾는 경우가 있었다.


‘저거다.‘



***



“이안, 할 일이 생겼어.”

“네?”

“설문 조사 좀 하자.”

“설...뭐요?”


가울과 이안은 당장 길에 있는 이종족들을 잡고 말을 걸었다.

몇몇은 그를 무시하고 그냥 갔지만, 대부분은 그의 물음에 친절히 대답해 줬다.


“그래 인간. 잘 물어봤다. 말릭은 다양한 것을 팔지만 대부분 인간을 위한 것들이지. 우리 묘인족들을 위한 것들은 적다.”

“흠흠, 나는 인간들의 물건에 불만이 없다. 특히 인간들이 만든 맥주를 좋아하지. 하지만 내 친구들은 별로라고 하더군.”

“인간들의 과일은 너무 달아. 나는 인간이 재배한 열매는 먹지 않아.”

“인간의 음식은 맛은 별로지만 식량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


대체로 불만 섞인 반응이었다.

인간의 작물을 사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써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말릭에 이종족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일 뿐, 절대적으로 많은 수치는 아니었다.

따라서 말릭의 모든 것들은 인간을 중심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말릭에 있는 시장의 주 고객은 인간들이었다.

농작물을 공급하는 농장 역시 인간들이 좋아하는 작물을 재배했다.


사실 기후가 맞지 않아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이거 잘하면 이종족들이 돈이 될 것 같은데?’


경쟁이 치열할 때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답이다.

대기업들이 신경 쓰지 않는 특정 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성공한 중소기업들을 종종 봤었다.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전략.


영지민이라고 해봐야 이안 하나밖에 없는 가울에게 딱 맞는 전략이다.



***



호텔로 돌아와 푹 쉰 가울과 이안은 다음날 성문 밖으로 나왔다.

영지로 돌아가려면 수리를 불러야 하는데 아무래도 말릭 안에서 부르면 한바탕 난리가 나고 이목이 집중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리, 잘 있었어?”

“호롤로로~”


수리가 하루 못 봤다고 와서 아양을 떨었다.


‘점점 하는 짓이 애완견 같아진단 말이야.’


가울은 익숙하게 수리에게 몸을 묶었다.



***



“이안, 가서 열매를 종류별로 다양하게 따 와.”

“전부요?”

“그래, 전부. 즐겨 먹던 맛 좋은 과일을 우선적으로 가져오고, 맛이 시거나 해서 안 먹던 과일도 다.”


영지에 도착한 가울과 이안은 맛과 상관없이 다양한 과일을 모았다.

종류별로 모으니 1개씩만 담아도 양이 상당했다.



***



영지에서 말릭으로 다시 내려온 가울과 이안.

그들의 손엔 영지에서 가져온 과일이 한 상자씩 들려있었다.


“영주님, 이걸 전부 공짜로 나눠준다고요?”

“그래.”

“아무리 그래도 돈을 조금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다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 얻는 게 더 많을 테니 두고 봐.”


말릭 사상 처음으로 이종족을 대상으로 한 시식 행사가 열렸다.


“자, 원하시는 과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오, 인간. 정말 공짜로 맛을 봐도 된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맛있는 과일을 맛보고 평가해 주시면 됩니다.”


공짜로 과일을 맛보게 해준다는 소식에 꽤 다양한 이종족들이 모였다.


“음, 이거다! 이게 호루투 열매야! 이 맛을 말릭에서 맛볼 줄이야.”

“오, 이 과일은 단맛이 적고 신맛이 강렬하군요. 원하던 과일입니다.”

“음, 이건 내 취향은 아니군.”

“이건 고향에서 즐겨 먹던 맛보다 더 뛰어난 맛이에요!”


원하던 과일을 찾은 이종족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이안, 다 적고 있지? 누가 어떤 과일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표시해 둬.”

“네, 영주님. 다 적고 있어요.”



***



시식 행사 자료를 기초로 영지에 과일을 다시 심었다.

이제 영지는 이종족들을 위한 과일 농장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자, 이제 생산 준비는 끝났고.”


이제 판매 준비를 할 차례였다.

가울은 말릭에서 오픈할 가게 자리를 알아봤다.


“여기는 너무 비싸.”


가게 자리를 알아보는데 괜찮은 자리는 이미 임자가 있거나 비용이 많이 들었다.


“여기는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고.”


싼 곳은 싼 이유가 다 있었다.

가격이 아무리 싸도 악취가 나는 곳에서 장사할 수는 없었다.


“쓸만한 곳이 없는데?”


시장에 있는 자리들은 어딘가 하나씩 부족했다.


‘생각을 조금 달리 해보자.’


이종족들만 있으면 되니 굳이 시장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달리 장사할 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고민하던 가울이 문득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시장에 애들이 왜 이렇게 많지?”


가울의 말마따나 시장에는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가족을 따라서 나왔거나 놀러 나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 돌아오지 못한 상인들의 아이들일 거예요.”

“응?”

“상행은 해적에, 산적에, 몬스터한테까지 영향을 받잖아요. 실패할 확률이 생각보다 높아서요.”

“아아.”


중세 상행의 20% 정도는 실패했다고 들었다.

판타지 세계는 몬스터까지 이동을 방해하니, 성공 확률은 더 낮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이 고아거나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일 거예요.”


이안의 아버지도 상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자신은 고모라도 있었으니 크게 고생을 하지 않았지만.


“불쌍한 아이들이었군.”


현대처럼 복지 시스템이 없으니, 판타지 세계에서 부모를 잃으면 바로 집 밖으로 내던져지는 것이다.


“아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소년이 가울과 부딪혔다.


“괜찮니?”


가울은 소년이 바닥에 주저앉자 일으켜 세워주며 물었다.


소년은 가울을 올려다보더니 인상을 팍 썼다.


“당신 때문에 내 물건이 땅바닥에 떨어졌으니 배상하도록 해!”


소년의 나무판 위에 올려져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흙 때문에 조금 더러워지기는 했지만 털어내면 그만 아닌가.


“네 놈이 부딪혀 놓고 어디서 생떼야? 저리 썩 꺼지지 못해?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지켜보던 이안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누군지 알게 뭐야! 물건을 망쳐놨으니 물건값을 치러야지!”


이안의 호통에도 소년은 기세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어린 친구가 상술이 좋구나, 하하. 그래도 정직하게 벌어야지.”


가울은 소년의 하는 짓이 귀여워 조금 놀아주기로 했다.


“여동생이 만든 물건을 내가 팔겠다는데 뭐가 정직하지 않다는 거야!”

“동생이 만들었다고?”


조잡하긴 했으나, 어린아이가 만들었다고 보기엔 제법 솜씨가 좋아 보였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호갱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


적당히 상대해주고 발길을 돌리려는 차에, 가울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알바로 써먹을까?’


가울은 미소를 지으며 소년에게 말했다.


“좋아, 일을 하나 해주면 물건을 하나 사줄게. 일에 대한 대가도 후하게 쳐주마.”

“정, 정말입니까?”


소년의 말투가 변했다.

가울의 짐작처럼 소년은 부모가 모두 돌아가셨고, 오늘 물건을 팔지 못하면 굶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세요!”


소년의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물건을 사주는 것도 모자라 심부름 값도 준다는데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아, 이름이 뭐지?”

“조프리예요.”

“조프리, 말릭에서 이종족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을 찾아주면 50브론을 줄게.”


50브론이면 자신과 동생이 몇 끼는 해결하고도 남을 돈이었다.


“물건은요?”

“하하, 물건도 사줄게.”

“정말이죠?”

“정말이야. 대신 네가 나를 속일 수도 있잖아? 그래서 여기 있는 이안도 이종족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알아볼 거야. 이안이 찾은 길보다 이종족들이 적으면 난 한 푼도 주지 않을 거야.”


날마다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말릭 시내였다.

조프리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조프리가 물색해온 장소는 말릭 외곽, 이종족들의 신전이 있는 곳이었다.

말릭에 사는 이종족들을 위해 영주가 마련해준 공간이었다.


“확실히 이종족들이 더 많이 보이긴 하네.”


점포의 위치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유동인구였다.

일단 사람이 많이 다녀야 상품을 팔 기회가 많아진다.


만족한 가울은 조프리에게 심부름 값을 치러줬다.

조프리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더니 바람처럼 사라졌다.


“문제는 동선인데...”


가게를 열 만한 건물이 하나 있었지만, 길과 반대 방향이라 손님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영주님, 그런데 여기다가 과일 가게를 열어도 될지...”


이안도 같은 걱정을 하는 모양.


“흠흠, 다 방법이 있지.”

“네?”


이안은 가울의 미소에서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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