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네?]
“저기, 이게 죄송하다고 끝날 일인가요?”
[아...]
“아니, 제가 할 게 얼마나 많은 사람인데, 이렇게 죽이시면 어떡하냐구요.”
[...]
“다시 살려내요.”
[그게...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돌려보내는 건 조금 어렵습니다. 대신, 제가 최대한 비슷한 수준의 인생으로...]
“비슷한 수준이요?”
[네, 최대한 비슷한 인생으로 맞춰드리겠습니다.]
흙수저 인생을 다시 살라고?
“아니, 이 아저씨 큰일 날 사람이네.”
[예?]
“아니, 제가 지금 사후세계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돌아가면 제대로 생활이 되겠냐구요.”
[오히려 더 열심히 살지 않을까...요?]
“실수로 사람 죽여놓고 굉장히 당.당.하시네요.”
[죄, 죄송합니다...]
“요즘 인터넷 쇼핑몰도 배송 잘못 오면 보상이나 배상 같은 거 해주던데 저승이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저도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건 따로...]
“아, 진짜 또 나쁜 사람 만드시네. 멀쩡한 사람을 무슨 갑질하는 진상 손님처럼 만들어요?”
[...]
“규정대로 합시다. 상관 불러요. 나 누구한테 말하면 돼요? 염라대왕?”
[저, 저기, 원하는 걸 말씀해보실래요?]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 듯했다.
“제가 뭐 재벌가, 그런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요. 사실 바라는 것도 별로 없어요.”
[네...]
저승사자가 체념한 듯 답했다.
“일단, 이런 일 다시 없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또 집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 건물주 정도? 또...”
[또요?]
계속 이어지는 요구에 저승사자의 표정이 울상이 되어갔다.
“아악!”
저승사자의 표정을 살피던 가울이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왜, 왜 그러십니까?]
“그쪽 표정을 보니 제가 큰 잘못을 한 것 같네요. 내가 아주 죽을 죄를 지었어! 마음이 너무 아파! 속이 너무 상해요, 지금 내가!”
잘못 걸려도 된통 잘못 걸린 저승사자였다.
[...적고 있습니다. 계속하시죠.]
저승사자의 말에 가울은 준비했다는 듯이 요구사항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음, 그럴까요? 건물은 목 좋은 곳에 있어야 하구요. 공기도 좋으면 좋구. 아, 안전한 곳, 아시죠? 요즘 세상이 험해서...”
- 작가의말
기존에 조금 올렸던 글입니다.
공모전에 도전해보고 싶어 아쉬웠던 부분을 수정하여 다시 올립니다.
리메이크정도의 수정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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