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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2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 재벌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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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2
작품등록일 :
2020.05.14 22:38
최근연재일 :
2020.05.21 01:01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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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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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글자수 :
52,347

작성
20.05.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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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특별한 영지

DUMMY

[요구사항은 그것뿐인 거죠?]


한참 동안 가울의 요구사항을 받아적던 저승사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네. 뭐, 일단 당장 생각나는 건 그 정도...”


더 요구하고 싶었지만 지금 생각나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어, 어?"


가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서 있던 장소가 변했다.

저승사자는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오.”


눈 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곳에 오게 된 가울은 저승사자의 능력에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외국인가? 한국에 한 번 살아봤으니, 외국에 한 번 살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저기 보이는 게 가울 씨가 요구하신 건물입니다.]


“저거요? 진짜?”


저승사자가 가리킨 방향에는 커다란 성이 위치하고 있었다.

유럽의 관광지에나 있을 법한 커다란 성.

세월의 흔적인지, 군데군데 보수할 곳이 있어 보였지만 딱 보기에도 멋진 성이었다.

못해도 수백억은 하지 않을까?


[마음에 안 드십니까? 주변 땅도 가울 씨 땅인데요...]


“땅도요? 하하하. 저는 작은 상가 정도 생각했는데, 성이라니...하하하.”


뜻밖의 횡재에 가울의 입꼬리가 끝을 모르고 올라갔다.


[그럼, 거래는 성립한 걸로 알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 뭐가 그렇게 급하세요?”


사라지려는 저승사자를 가울이 이상하다는 듯 불러세웠다.


[흠흠, 제가 할 일이 좀 많아서.]


“저건 뭡니까?”


가울은 성 안쪽에 위치한 커다란 나무를 보고 물었다.

끝없이 솟은 나무는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아, 제가 설명을 안 드렸군요. 세계수입니다.]


“세계수? 그런 나무도 있나요?”


[세계수는 모든 식물들의 어머니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나무입니다.]


모든 식물의 어머니.

설명이 거창했다.

여름 과일의 왕 수박처럼 비유적인 표현인가?


[아, 가울 씨의 임무는 저 나무를 지키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성벽이 나무를 보호라도 하듯 둘러져 있었다.


“그거 좀 중요한 거 같은데 이제 말해주신다고요?”


[세계수를 지키는 일은 몇십 년째 공석이었지만 아무 일 없었어요. 딱히 할 일이랄 게 없습니다. 하하.]


“아하, 꿀알바 같은 거군요.”


매년 방학 시즌마다 해외 관광청에서 홍보 목적으로 뽑는 알바가 생각났다.

펭귄 먹이 주는 식의 자연보호 활동을 하고, 기대 이상의 대가를 받아 항상 경쟁률이 엄청났었다.


[네, 그렇게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요. 제가 또 자연보호는 자신 있죠.”


[하하하, 저도 그러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 정도 크기 나무면 관광객도 꽤 오겠는데요?”


부수적인 관광수입까지 생각하자 가울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네? 네, 그럼요. 하하하.]


그런데 저승사자의 웃음이 어딘가 어색했다.



“그런데 이거 알바하는 게 아니라, 제 소유잖아요? 증빙서류는 없습니까? 서류 작업 같은 거 필요하면 그것도 빨리 해버리죠.”


[아...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필요가 없다구요?”


뭔가 수상했다.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일처리를 그렇게 한단 말인가.


“지구 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가울이 저승사자를 가재눈을 뜨고 노려봤다.


[여, 여기 지구 아닙니다.]


“예?”


[가울 씨도 요구 조건에 지구란 말은 없지 않았습니까?]


저승사자가 세상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이 저승사자 새끼, 빨리 가려고 한 이유가 다 있었다.


“야, 여기 어디야!?”


말투가 다시 거칠어졌다.

가울은 당장이라도 저승사자에게 주먹질을 할 기세로 말했다.


찔끔.


저승사자의 당당함은 몇 초 가지 못했다.


[행, 행성번호 JK097V-25N, 지구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판타지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판타지 세계? 이런 미친...”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자신이 조금 욕심을 부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판타지 세계라니.


[저도 이게 최선입니다. 가울 씨, 저 좀 살려주십시오. 저승사자 부임 첫 주에 바로 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승사자는 전략을 바꿔 가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그동안 저승사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지옥의 고시생 생활만 백 년이었다.

연기가 아닌,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이 지어졌고, 눈에 눈물이 자동으로 맺혔다.


[가울 씨, 흑흑...]


“아이씨...”


그렇게 실랑이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렇게 곤란해요?”


눈물, 콧물 다 쏟아 내며 애원하는 저승사자의 모습에 가울은 마음이 한순간 약해졌다.


‘가만.’


어차피 한 번 죽은 목숨.

냉정히 생각해 보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광고회사에 취직하겠다고 호언장담하\ 취준을 시작한 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현대 세계의 흙수저 인생보다야 판타지 세계 금수저 생활이 훨씬 낫지 않을까?


“여기 내 소유는 확실한 겁니까?”


[염라대왕님께 맹세코, 확실합니다.]


가울의 말투가 조금 누그러들자 저승사자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몸은요?”


[이세계로 오면서 강화시켜 두었습니다. 아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프면요?”


의심 많은 가울이 재차 물었다.

잘 살다가 또 금세 저승사자를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판타지 세계라고 의술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신성력을 지닌 신관들이나 마법사들은 어떤 점에서는 현대의 의사보다 낫습니다.]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마나 사용법을 익힌 인간들은 평균 수명도 훨씬 길고요.]


“오, 그건 괜찮네요. 저도 배울 수 있는 겁니까?”


[굳이 안 배우셔도 아주 오래오래 사실 테지만, 하하하, 못 배우실 것도 없지요.]


“뭐 판타지 세계가 살기에 나쁘지만은 않다 이거죠?”


[그렇습니다, 가울 씨.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저승사자의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저승사자가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만한 영지도 없습니다. 세계수의 가호를 받은 덕에 모든 식물들은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 속도도 빠르죠.]


“흐음.”


[그, 그만할까요?]


이야기를 하면서도 계속 가울의 눈치를 살피던 저승사자는 숨소리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니예요. 계속 해 보세요.”


저승사자의 설명은 한동안 계속됐다.



***



“좋아요, 한 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그러시겠습니까? 정말 잘 선택하셨습니다.]


“달리 방도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가울 씨라면 정말 좋은 영주가 되실 겁니다.]


“영주라...”


영주라, 듣기 좋은 소리였다.


[그럼, 전 할 일이 많아서 이만. 원하시는 인생을 사시길 제가 저승에서 기도하고 있겠습니다.]


“네, 벌써 가는...”


-뿅!


저승사자는 가울의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라졌다.


“저 양반 진짜 바쁜가? 뭐가 저렇게 급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저승사자를 뒤로 하고 가울은 이제 자신의 소유가 된 영지를 걸었다.

한 번 자세히 살펴볼 요량이었다.


“흠, 정말로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집 하나 장만하려고 얼마나 애쓰는가.

그마저도 전세인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자신은 근사한 성에 땅까지 지니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나쁜 거래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으읍 하-, 공기도 좋구만.”


도시에서는 결코 느껴볼 수 없었던 깨끗한 공기가 폐로 들어왔다.


“몸도 가벼운 것 같고.”



***



“그런데 무슨 안개가 이렇게 껴있어?”


신기하게도 세계수가 있는 영지 중앙은 맑았지만, 가장자리는 안개가 자욱했다.


“이거 밀물 때 산 바다 땅 같은 거 아냐? 기획부동산 사기는 아니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순식간에 사라진 저승사자가 의심스러웠다.


“응? 안개가 아닌...가?”


헌데 뭔가 이상했다.


"..."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되어갔다.


“...구름?”


하얀 수증기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지상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딱 한 번, 태어나서 처음으로 간 해외 여행.

착륙하기 전, 비행기 창문으로 지상을 내려다봤을 때의 풍경이었다.


“야 이 사기꾼 새끼야!”


뒤늦게 저승사자를 불러봤지만 한참 전에 사라진 그가 대답할 리 만무했다.




***



혹시나 해서 영지 한 바퀴를 돌아본 가울.


“제기랄, 내가 사기를 당하다니.”


역시나 지상으로 이어진 길은 보이지 않았다.


가울은 떨어질까 두려워 고개만 빼꼼 내밀고 지상을 내려다봤다.

어찌나 높은지 지상의 물체들이 점처럼 작게 느껴졌다.

없던 고소공포증까지 생길 것 같았다.


“당장 가서 따져야겠는데.”


지금 여기서 뛰어내리면 둘 중 하나다.

지상에 도착하거나, 죽어서 그 놈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아프겠지?”


막상 뛰어내자고 하니 영 내키지가 않았다.

다시 죽는다 해도 그 저승사자 놈을 또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일단 성부터 마저 둘러보자.”



***



몇 시간 뒤, 가울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이거 완전 겉만 멀쩡하잖아?”


저승사자로부터 받은 성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가관이었다.

얼마나 관리를 안 한 건지 천장엔 거미줄이 가득했고, 계단은 무너진 곳이 태반이었다.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었다.


“여긴 쓰레기장이고.”


창고로 보이는 곳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가득했지만 정작 쓸만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돈이 든 주머니를 하나 발견했지만, 지금의 상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먹을 만한 건 좀 있으려나...”


처참한 자신의 성을 보자 앞날이 걱정됐다.


순간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올랐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

일단 살아야 하기에 가울은 마음을 추스리고 탐색을 계속했다.



***



“세계수의 가호란 건 사실인가 보지?”


세계수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나무들마다 잘 익은 열매들이 매달려 있었다.


계속되는 탐색에 허기가 진 가울이 나무에서 열매를 하나 땄다.


“이거 먹어도 되는 건가?”


쭉 도시에서 살아온 가울이기에 식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일단 먹어보는 수밖에.

최악의 경우라고 해봤자 다시 저승사자를 만나는 것일 터.


“호오, 이거 맛있잖아?”


걱정과 달리 과일은 맛있었다.

과일을 잘 먹지 않던 가울도 놀랄만한 맛이었다.

씹자마자 입안에 가득 퍼지는 풍성한 과육, 적당한 새콤함과 단맛은 지구에서도 찾기 힘든 맛이었다.


“원래 맛있는 거야, 아니면 세계수 효과야?”


배가 좀 차는 기분이 들자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기는 듯했다.


식수만 확보가 되면 당장은 생존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이제 물만 있으면 되는데.”


다행히 물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수를 지키고 있는 성벽을 따라 걷다 보니 우물이 나왔다.


“죽으리라는 법은 없다더니.”


가울은 적당한 바위를 찾아 조약돌을 잡고 선을 하나 그었다.


“좋아, 첫날이다.”



***



첫날은 둘째 날이 되고, 둘째 날은 일주일이 되었다.


그렇게 바위에 선이 빽빽해지고 더 이상 남은 자리가 없을 때쯤 영지에 소란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졌다.


세계수 줄기를 베개 삼아 낮잠을 자고 있던 가울이 눈을 부스스 뜨며 일어났다.


"누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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