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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2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 재벌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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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2
작품등록일 :
2020.05.14 22:38
최근연재일 :
2020.05.21 01:01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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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347

작성
20.05.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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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건강한 신체

DUMMY

용병 중 하나가 가울 일행이 있는 행렬의 뒤쪽으로 말을 몰고 왔다.


“무슨 일입니까?”


길게 늘어진 줄 때문에 앞쪽의 상황을 뒤에선 알 수가 없었다.


“길이 나무로 막혀있소.”

“하, 함정입니까?”


길이 막혀있다는 말에 헨리의 얼굴이 핼쓱해졌다.


“아직 확실치 않소. 나무를 치워야 하니 그 쪽에서도 몇 명 뽑아 보내시오.”


헨리의 상단은 몇 명 되지도 않는 규모라, 뽑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짐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인원을 빼고는 모두 나가 도와야 했다.


용병은 그럼에도 인원이 부족하다는 듯 버티고 서서 헨리를 바라봤다.


허나 용병의 비위를 맞추자고 모조리 내보낼 수는 없었다.

혹여나 짐이 잘못되면 손해는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흠...”


헨리의 시선이 자연스레 가울에게 향했다.

무언의 압박.


“...응?”


가울은 다시 자연스레 이안을 바라봤다.


“제, 제가 가겠습니다.”


이안이 자원하고 나섰다.


그래, 나다 싶으면 나가야지.




‘제기랄, 근데 어째 불안하단 말이야.’


협곡의 좁은 길 때문에 수리의 그림자 역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마음 놓고 있었던 건 여차하면 수리를 타고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것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크흠.”


어디선가 불쾌한 노린내가 풍겨왔다.

저승사자가 준 신체는 신비해서 가끔 극도로 감각이 예민해지는 때가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았다.

짐승들의 냄새는 협곡 입구부터 은은하게 느껴졌었는데 이제 숨막히는 땀 냄새가 코앞에 있는 듯 진해졌다.


불안한 마음에 두리번대던 가울의 눈에 말에 타 있는 용병의 무장이 들어왔다.

헨리의 상단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뛰어나 보였다.


‘저 쪽이 더 안전한 거 아냐?’


어쩌면 호크 상단에서 고용한 용병들이 있는 앞쪽이 더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가울이 이안을 따라 앞으로 나왔다.

용병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 짐 다 챙겨가.”

“아, 네.”


힘을 쓰기 위해 검과 방패를 두고 가려는 이안에게 무기를 챙기라고 주의를 줬다.



***



가울이 상단의 선두에 도착했을 때, 나무를 치우는 작업은 이미 한창이었다.

짐꾼들로 보이는 남자들은 나무를 옆으로 치우기 위해 나무에 밧줄을 묶고 끙끙대고 있었다.


“데려왔습니다.”

“이봐, 너희들도 저쪽으로 가서 도와.”


용병 대장은 자신의 부하에게 명령하듯 가울 일행에게 지시했다.



***



“아니 이거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주변과 어울리지 않게 큰 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이, 아무래도 누군가 인위적으로 가져다 놓은 게 분명했다.

용병대장도 진즉에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짐꾼들을 감독하면서 매서운 눈초리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대장, 오크들 짓 같습니까?”

“오크들의 짓이라기에는 너무 똑똑하지 않은가.”

“그럼?”

“산적 놈들 짓일 지도...감히 우리 상단을 건드리진 못할 터. 어쩌면 다른 상단을 노리다가 우리 호크 상단의 깃발을 보고 숨어 버렸을 수도 있지.”

“더러운 산적 놈들.”

“아무튼 혹시 모르니 경계를 철저히 하게.”

“알겠습니다.”



#



“족장, 많이 기다렸다. 싸움, 하자. 취익.”


오크들은 전투가 하고 싶어 몸이 달아 흥분해있었다.


“안 된다. 좋은 때 기다린다. 좋은 때, 인간들 죽일 수 있다.”


‘붉은 털’은 흥분한 부족원들을 계속 잡아둘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강하다.

약해질 때를 노려야 했다.


“말대꾸, 하면. 죽인다. 취익.”


잔뜩 몸을 부풀려 흥분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부족원을 위협했다.


“취익, 알았다. 기다린다.”


그렇게 몇 분을 기다리던 어느 순간, ‘붉은 털’의 눈이 빛났다.


드디어 때가 왔다.


길목을 막아 놓은 나무를 보고 웅성거리던 인간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나무를 옮기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가장 약해진 때가 온 것이다.


인간 산적들을 보고 배운 방법이었다.


“조용히, 준비해라.”

“취익, 취익.”



***



“죽여라! 취익!”


‘붉은 털’은 인간을 향해 창을 날리며 외쳤다.

팔 힘이 어찌나 센지 그의 손을 떠난 창은 빠른 속도로 인간 우두머리에게 날아갔다.


“취이이익!”


그의 신호에 따라 오크족 전사들도 숨겼던 몸을 드러내고 각종 무기를 인간들을 향해 던졌다.


“인간 죽인다. 오크 강해진다.”


무기를 던지던 오크들이 참지 못하고 협곡 아래로 내려갔다.

오크들은 근접전을 좋아했기에 잠시 원거리 무기를 사용했던 것만 해도 기특한 일이었다.


‘붉은 털’은 인간들이 더 약해질 때까지 위에서 공격하고 싶었으나, 이미 공격명령이 떨어진 이상 더 이상의 명령은 오크들에게 무의미했다.


근접전을 좋아하기는 그도 마찬가지.

부족원들에게 겁쟁이처럼 보일 수는 없었다.

‘붉은 털’도 협곡을 미끄러져 내려가 인간들에게 돌격했다.



***



퍽!


거대한 창이 용병대장의 투구를 스쳐 바닥에 박혔다.


“뭐, 뭐야.”


“오크의 습격입니다! 위를 조심하십시오!”

“이런, 미친...”


오크들이 이런 짓을 할 리 없다.

그가 알기로 오크들은 단순한 근접 공격만 하는 종족이었다.


“습격이다!”

“오크다!”


습격을 알리는 용병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들의 외침에 마차에서 쉬던 스미스도 무기를 들고 튀어나왔다.


“오크 놈들이었단 말이냐.”


오크들은 상단이 길게 늘어져있을 때를 기다려 가장 약한 부분이 측면을 노리고 들어왔다.


나무를 이용한 함정에 협곡이라는 지형적 이점까지 가지니 상단 입장에서는 불리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침착하게 대응해라! 무기를 들어!”


용병대장은 도망가려는 짐꾼들을 제지하며 싸울 것을 독려했다.


“거기, 멍청아! 뭐라도 집어!”

“밀리면 어차피 죽는다! 싸워야 해!”


당황하던 짐꾼들은 용병대장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나이 많은 짐꾼들이 먼저 무기를 챙겨 들고 싸울 준비를 했다.


그들 역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여기서 오크들에게 밀렸다간 모두 죽음이다.

오크들이 인간들을 살려둘 리 없었다.


“마차를 움직여 방벽을 만들어라!”

“몸을 숙여라!”


공터였다면 마차로 방벽을 만들기 수월했겠지만 좁은 길에선 그것 역시 여의치 않았다.

오크들이 영악하게 좁아진 길을 기다린 이유가 있었다.


마부들은 되는대로 마차를 비스듬히 세우고 바닥으로 몸을 피했다.


“놈들이 내려온다!”

“전투 준비!”


협곡 위에서 창과 도끼들을 던져대던 오크들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며 내려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위에서 공격이 계속됐다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죽을 뻔했다.


근접전에 대한 오크의 공격본능이 오히려 기회가 될 줄이야.


“이 오크 새끼들! 와라, 모조리 죽여주마!”



***



“젠장! 이게 뭔 난리야.”


욕설이 저절로 나왔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위협적으로 창을 던져대던 오크들이 이제는 짐승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가울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가울은 판타지 세상에 와서 처음으로 공포감을 느꼈다.


“끽해야 이삼십 마리라며!”

오크는 어림잡아도 삼십 마리보다 훨씬 많았다.

상단의 인원이 많아서 공격할 리 없다는 헨리의 말은 틀렸다.


‘잘못하면 저승사자를 다시 만나겠는데.’


가울은 슬쩍 나무가 쓰러져있는 길의 앞쪽을 살폈다.

나무만 타고 넘으면 협곡은 끝난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지.’


협곡만 빠져나간다면 수리를 불러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차들이야 막혀있었지만, 사람이 마음먹고 넘는다면 못 넘을 것도 없었다.


‘일단 살고 보자.’


너튜브에서 칼 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프로 선수들도 어렵다고 했었다.

이건 치사한 게 아니다.

도망갈 수 있으면 도망가라 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상대는 칼 든 사람이 아니라, 칼 든 오크들이었다.


가울은 재빨리 주변을 훑어 이안을 찾았다.


‘이안은 데리고 가야지.’


그래도 자신을 믿고 따라왔으니까.


“이안!”

“가주님, 제가 주문을 외울 시간을 벌겠습니다.”


이안은 비명인지 기합이지 모를 소리를 질러대며 가까지 오지도 않은 오크를 향해 칼을 휘둘러댔다.


이안, 너의 용기와 충성심은 높게 산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고 멍청아!!!”


멍청한 이안이 오크들의 주의를 끌기 전에 빨리 말려야 했다.

몇몇 오크들은 이미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이안 쪽을 고개를 돌렸다.


“컥!”


가울은 이안의 뒷덜미를 잡아 뒤로 끌었다.


“멍청아, 살고 싶으면 조용히 해.”

“여, 영주님! 뒤에!”

“응?”


우물쭈물하는 새 오크 한 마리가 접근해 가울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뭐, 뭐야.”


가울은 이안을 던져버리고 땅을 굴러 오크의 공격을 피했다.

오크의 도끼가 반쯤 바닥에 박혔다.

피하지 못했다면 몸이 반으로 갈렸을 만큼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그런데 이 놈, 느리다.


‘아니, 내가 빠른 건가?’


전투로 단련된 오크들의 공격이 이렇게 느릴 리가 없었다.


‘이상한데?’


가울을 공격한 오크만 특별히 느린 게 아니었다.

다른 오크들의 공격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용병들의 움직임도 마찬가지.


‘역시...내가 빠른 거였어.’


가울은 오크들의 공격을 보고 피해도 늦지 않았다.

아니 피하면서 도끼날의 녹슨 부분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호오.”


히어로라도 된 기분이었다.


“이럼 이야기가 달라지지.”

“인간, 죽인다. 취익.”


덩치가 작아 만만하게 보고 가울에게 달려들었는데 공격이 계속 실패하자 열이 받은 오크는 마구잡이로 도끼를 휘둘렀다.


“이거 재밌는데?”


가울은 요리조리 몸을 놀리며 오크의 공격을 피했다.

흥분한 오크의 공격은 계속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감을 얻은 가울은 단검을 꺼내 오크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느리게 다가오는 오크의 공격에 슬쩍 검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됐다.


까앙!


“악! 속도만 빨라진 거였냐?”


오크의 공격을 막았던 손이 미친 듯이 저렸다.

이상함을 느끼고 재빨리 손을 빼지 않았다면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


‘힘에서는 밀린다. 정면으로 상대하면 승산이 없어.’


가울은 오크의 공격을 피해가며 최대한 붙었다.


“이거나 먹어라!”


인간에게 빼앗아 입어 사이즈가 맞지 않은 오크의 갑옷 틈에 검을 찔러넣었다.


가울의 단검은 오크의 가죽을 뚫고 몸에 박혔으나, 두껍고 질긴 가죽 때문에 치명상은 입히지 못했다.

오크은 가죽은 그 자체만으로 천연 갑옷인 셈이었다.


상처에 흥분한 오크의 손길을 피해 몸을 숙여 오크의 가랑이 사이로 구른 가울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좀 죽어라!”


가울은 재차 공격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오크의 상처는 하나둘 늘어갔고 아무리 생명력이 강한 오크라 해도 더 이상 무시할만한 상처가 아니었다.


쿵!


상처를 견디지 못한 오크가 드디어 쓰러졌다.


“이안!”

“네, 네! 영주님!”


가울이 싸우는 사이 주변이 포위당해 좀전에 구상한 탈출 작전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 쪽으로 가자.”


가울은 이안을 데리고 오크들의 공격을 힘겹게 버티고 있는 마차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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