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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2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 재벌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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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2
작품등록일 :
2020.05.14 22:38
최근연재일 :
2020.05.21 01:0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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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47

작성
20.05.1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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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첫 외출

DUMMY

혹시 사람이라도 만날까 싶어 가울은 급히 소리가 난 방향으로 뛰어갔다.


“끼르륵, 끼르륵.”


기대와 달리 대형 SUV만 한 새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얜 또 뭐야. 올빼미?”


날개까지 펴면 10미터는 족히 될 듯한 새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애처로운 울음만 뱉어내고 있었다.

점점 울음소리가 작아지는 게 곧 숨을 거둘 것만 같았다.


“어디 다쳤나?”


가울은 가까이 다가가 새의 상태를 살폈다.

몸집이 워낙 거대해서 새 주변을 한 바퀴 빙 돌아봐야 했다.

다리 쪽을 보니 사람 팔뚝만 한 뱀의 사체가 돌돌 감겨 있었다.


“사냥하다가 물렸나?”


둘 다 위험한 동물 같았지만 하나는 이미 죽어 있었고, 나머지 하나도 곧 뒤따라갈 것 같다.

겁낼 이유는 없어 보였다.


“흐흐, 고기다, 고기.”


어느새 가울의 입가에 침이 고였다.

그동안 강제로 채식을 해야 했던 가울의 앞에서 두 포식자는 그저 한 덩이의 고기일 뿐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울은 커다란 나뭇가지를 주워다 뱀과 새를 연신 찔러댔다.


뱀은 전혀 반응이 없었고, 새는 찔릴 때마다 작은 울음소리를 냈지만 움직일 힘이 남아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선은 뱀부터 먹자.”


뱀의 머리 부분은 새의 부리와 발톱에 찢겨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아무리 고기에 눈이 돌아갔다 해도, 머리를 먹기는 좀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가울은 새의 몸에서 뱀을 떼어냈다.


“크륵. 크륵.”


새는 이제 울 힘도 없는지 가울이 힘을 쓰는 동안 거친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이 세계는 크기가 다 큰 건가? 새도 크고 뱀도 크네. 뭐 나야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다만.”


오랜만에 고기를 먹을 생각을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났다.


“이게 얼마만의 고기냐...응?”


뱀을 구울 나뭇가지를 준비하려는데 갑자기 새가 몸을 비틀어 땅바닥을 긁었다.


죽음을 앞에 둔 마지막 발악인 듯 한동안 움직임은 계속됐지만, 뱀의 독이 퍼질 대로 퍼진 몸뚱이가 제대로 움직일 리 없었다.


그럼에도 새는 계속 앞으로 기어가려 하고 있었다.

새의 향하는 곳을 눈으로 따라가 보니, 보라색의 작은 열매가 열린 풀이 보였다.


“저걸 찾아온 건가?”

“끼르륵.”

“저게 뭐길래?”

“끼르르륵.”

“얘가 지금 내 말을 알아듣는 거야?”


새가 중독된 몸을 이끌고 가울의 영지까지 날아온 이유가 따로 있는 듯했다.


“너 이걸 찾아온 거야?”


가울은 새가 간절하게 바라보던 풀을 잡고 새의 눈앞에 흔들어대며 물었다.


“끼르륵.”

“아니면, 요거?”


이번엔 엉뚱한 풀을 뜯고 흔들었다.


“키륵.”


확실히 반응이 달랐다.


“이거?”

“아니, 이거?”

“요거?”


말을 알아듣는 새가 신기했는지 가울이 여러 가지 풀을 들고 장난을 쳤다.


“끼르륵.”

“키륵.”

“끼...흑.”


가울의 물음에 새는 대답을 하듯 울다가 지쳤는지 고개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아니...그렇다고 울 것까지는 없잖아.”


죽음을 예감한 새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주면 되잖아...”


로빈슨 크루소의 마음이 절실하게 이해가 되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바위에 날짜를 계산하는 것도, 혼잣말을 하는 것도 지겨웠던 지난 몇 달.


장난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놈이 죽으면 안 된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상대가 사라질까 두려웠던 가울은 서둘러 풀을 뜯고 부리에 가져다 댔다.

새는 부리를 미세하게 움직이는 듯했으나 정작 풀을 씹을 힘이 없어 보였다.


“기다려봐.”


가울은 옆에 있는 돌을 이용해 풀을 짓이겨 즙을 짜냈고, 새의 부리에 흘려 넣었다.


“끼르륵.”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칠었던 새의 숨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오, 효과가 있는 거냐?”


몸을 조금씩 가누는 것을 보니 해독 효과가 확실히 있는 모양이었다.


“똑같이 생긴 풀이 보이면 모아둬야겠는데?”


어떨결에 알게 된 해독초는 분명 요긴하게 쓰일 일이 있을 것이다.



“아, 맞다. 고기, 고기.”


새를 도와주다가 뱀 고기를 잊을 뻔했다.

가울은 다시 나뭇가지를 모아 쌓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럼, 요리를 해볼까?”


쇳조각으로 만든 칼을 꺼내 들었다.

직접 만들어 많이 조잡해 보였지만 뱀가죽을 벗겨내기엔 충분했다.


“호롤롤, 호롤롤로.”

“응?”


어느새 스스로 몸을 일으킬 정도로 기운을 차린 커다란 새가 뱀을 손질하고 있는 가울에게 다가와 울었다.


“얘는 멀쩡해지니까 울음소리가 왜 이따위야?”


“호롤, 호롤롤로.”

“뭐라는 거야? 고맙다고?”

“호롤로.”

“아니라고?”


엉뚱한 풀을 집었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호롤, 호롤롤로.”

“아이 씨, 요리하는데 귀찮게 진짜. 뭐라는 거야?”

“홀롤롤로! 홀롤로!”

“뭐요. 니 꺼라고?”

“호로롱.”


이번엔 해독초를 들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새의 뜻은 분명해 보였다.


“아니 뭐, 이런 은혜도 모르는 새ㄲ...가 다 있어...?”

“호롤! 호로롤로!”


가울이 공격적으로 일어서자 새는 더 큰 소리로 울어댔다.


‘잠깐, 이 자식 기운 차렸다고 막 공격하는 거 아냐?’


날개를 접었음에도 새는 자신보다 몇 배는 컸다.


비벼볼 만한 상대는 확실히 아니었다.


“좋아, 어쨌든 너가 가져온 거니까. 먹고 기운 내.”


가울은 뱀을 반으로 갈랐다.


‘너무 똑같이 잘랐나?’


그는 눈대중으로 비교해 대충 큰 쪽을 자신이 갖고 남은 한쪽은 새한테 던져줬다.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시끄럽게 울던 새도 금세 조용해졌다.



***



“홀롤롤~로!”


아침부터 거대한 새가 머리 위에서 울어댔다.


“어이!”


새는 영지를 떠나지 않고 세계수 위에 둥지를 틀었다.

가울은 새를 볼 때마다 괜히 쓴소리를 한 마디씩 했지만, 사실 대화 상대가 생겨 내심 즐거워하고 있었다.


“저 녀석 사냥은 또 안 가나?”


한 번 고기 맛을 보니, 며칠이 지나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야.”

“홀롤로?”


가울이 부르자 새는 멀찍이 떨어진 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너 이 녀석, 내가 구해준 걸 벌써 잊지 않았겠지?”

“호롤로.”

“야, 알아듣는 거 다 아니까 모르는 척하지 말라고.”

“호롤?”


능청스럽게 울어대는 게 얄미웠다.


“도움을 받았으면 은혜를 갚아야지. 가서 뭐라도 사냥을 해와.”

“홀롤로?”

“고기를 가져오라고.”


새는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날개를 펴고는 저 멀리 날아갔다.


“에휴, 저 녀석도 잡아먹었어야 했는데.”



***



“홀롤롤~로! 홀롤롤~로!”


고기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 가울은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소리에 밖으로 나왔다.


“뭐야? 왜 또 시끄럽게 구는 거야?”


새가 무언가 커다란 물체를 가울 앞에 떨어뜨렸다.


“메, 멧돼지!?”

“홀롤로!”

“기특한 녀석. 역시 다 알아들었던 거지? 하하하.”


기대도 하지 않았던 선물에 가울의 입이 귀까지 걸렸다.


“잠깐. 너 이걸로 은혜를 다 갚았다고 생각하면 안 돼.”

“홀롤로?”

“난 목숨을 구해줬고, 넌 고기를 구해다 준 것뿐이니까. 수지타산이 안 맞잖아.”

“홀롤로오...?”

“내가 너를 구해준 건 이만큼 큰 거고, 너가 사냥을 해온 건 요만한 거라고. 알아들어?”


새와의 계산을 확실히 해둬야 했기에 가울은 손짓 발짓 섞어가며 설명했다.


“그리고 니가 만든 둥지, 거기도 내 영지란 말이야. 이 정도로는 월세도 안된다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계속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새가 달리 보였다.


“이 놈, 힘이 이렇게 좋았나? 이것도 한 100키로는 되겠는데?”


잡아 온 멧돼지는 새끼도 아니고 자랄 대로 자란 큰 놈이었다.

한동안은 고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잠깐, 100키로?”


저 놈이 그만한 무게를 들고도 여기까지 날아올 수 있을 줄이야.

그 말은 가울 자신을 들고서도 충분히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을 왜 못했지?”


드디어 지상으로 내려갈 방법을 찾았다.



***



새를 대하는 가울의 태도가 부쩍 달라졌다.


‘수리’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끼니 때마다 새를 챙겼는데, 놈도 달라진 대우가 싫지 않았는지 조금씩 경계심을 푸는 게 느껴졌다.


“수리야, 이리 와서 이것 좀 먹어봐.”


가울이 부르자 새는 그의 곁에 내려와 앉았다.

이제 가울이 가까이 가도 경계하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기회다.’


가울은 가까이 온 수리의 다리를 잡고 매달렸다.


“?”

“날아.”

“홀롤롤로?”

“날으라고, 멍청아!”


몇 번을 반복해 말하자 수리는 알아들었는지 커다란 날개를 폈다.

날갯짓을 할 때마다 부는 바람이 어찌나 강력한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다리를 붙잡고 있어야 했다.

몇 번의 날갯짓 끝에 수리는 가울을 매달고도 무리 없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성공이었다.


“잘했어! 이제 탈출이다.”

“홀롤로!”

“잠깐.”

“홀롤로?”


영지를 조금 벗어나자 문득 겁이 났다.

이렇게 준비 없이 갔다가 떨어지면 바로 사망 아닌가.

막상 살아보니까 그 저승사자 놈을 다시 보기는 싫었다.


“돌아가! 다시 돌아가라고!”

“홀롤로로!”


적당히 땅이 가까워지자 가울은 수리의 다리에서 뛰어 내렸다.

불안정한 착지였다.

가울은 수리의 속도 때문에 바닥을 굴러야 했다.


“홀롤롤로!”


바닥을 구르는 가울이 웃긴지 수리가 기분 좋게 울었다.



***



“몸을 묶을 게 필요해.”


가울은 창고를 뒤져 적당한 밧줄을 구했고 자신의 몸을 수리의 다리에 묶었다.


“이 정도면 떨어지진 않겠지? 좋아, 다시 가보자.”


몇 번의 시험 비행으로 안전이 확인되자 가울은 영지를 떠날 채비를 했다.


가진 것이 워낙 없어 딱히 챙길 것도 없었지만, 보자기 가득 식량을 담자 제법 무거워 수리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멧돼지도 들고 온 놈인데 문제없겠지.”


가울을 다리에 단 수리가 다시 힘차게 날아올랐다.


“수리야, 가자.”



***



뒤를 돌아본 가울의 눈에 영지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짐작대로 커다란 땅 덩어리가 공중에 떠 있었는데, 밑둥은 구름으로 둘러싸여 지상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워 보였다.


“쳇, 도저히 누가 올라올 상황이 아니었잖아?”


가울의 깃털을 잡아당기자 수리가 고도를 낮췄다.


“좀 더 오른쪽으로.”


일단 사람을 찾아야 했다.

가울은 눈을 부릅뜨고 사방을 살폈다.


멀리 하얀 연기가 보였다.


“저 쪽으로.”

“홀롤로!”


지금까지 말만 잘 듣던 수리가 이번엔 말을 듣지 않고 점점 땅으로 내려갔다.


“왜, 왜 그래?”

“홀롤로!”


“야!”

“홀롤로!”


심통이 난 듯했다.


“뭐야, 힘들어서 그러는 거야?”

“홀롤로!”


하긴 자신과 짐까지 매달고 꽤나 먼 거리를 날았으니 지칠 만도 했다.


“알았어, 이 녀석아. 고맙다고. 조금만 더, 진짜로 조금만 더 가자.”

“홀롤로!”


“꺄아아아악!”


수리를 달래고 있는데 어디선가 비명이 들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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