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형석 또 다시 주영을 괴롭히다.
메타버스 살인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천재 소년 김인호, 그의 게임으로 뇌파에 영향은 받은 최주영! 메타버스내에서 힘을 키운 주영의 행보가 재미있습니다.
형석은 주영의 집이 어디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었기에 기분이 좋았는지 휘파람까지 불며 자리를 뜨고 있었다.
형석이 휘파람을 부는 이유는 비단 주영의 집을 확인했기 만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주영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한동안 못 보았기에 형석은 그리움에 짜증이 나 있었다.
‘보고싶은데 못 보면 왜 짜증이 나지?’
형석은 본인도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형석이 자신을 미행하는 줄도 모르던 주영은 태연히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했다.
주영은 요즘 인호에 대한 감정이 점점 커지는 자신을 생각했다.
‘난 이렇게 인호가 계속 생각나는데 인호도 그럴까?’
주영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좋아하는 자신의 감정도 타인이 자신을 좋아하는 감정도 잘 인식하지 못했다. 단지 누군가 좋으면 이제는 두려움이 먼저 앞서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자신의 친절을 다른 감정으로 왜곡 시켰던 형석의 영향이 가장 컸을 것이다.
상처는 상처를 낳고 의심은 의심을 낳는다고 사람에게 상처 입은 주영은 쉽게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가 않았다.
그 시간 인호도 주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주영이가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너무 행복해지는 느낌이야. 주영이 자주 많이 웃으면 좋겠다.’
인호는 윤주의 보살핌이 컸기에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느낌에 의심이 없었다. 서로 존중해주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는 인호였기에 주영이 무엇을 하겠다고 한다면 적극 도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형석은 주영의 거처를 알아내고 만족감에 빠졌다.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막연히 그리워하던 때와는 기분이 틀려서 마음이 느긋해 지는 자신을 느꼈다.
저녁에 퇴근하고 들어온 형석의 아빠 이 재섭은 형석의 동태를 살폈다.
‘저 녀석 그 동영상 파문 이후로 사고를 일으키는 건 없겠지? 자식. 엄마가 없어서 그런지 그늘 져 보이는데 심리 상담이라도 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
이재섭은 형석이 걱정됐다.
본인은 매일 바쁘기 때문에 형석을 잘 챙길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정적이고 아이를 잘 보살 필 수 있는 여성을 아내로 맞기를 원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끌어줄 사람도 필요했기에 재섭의 결혼은 현실에 맞춰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부드러운 여자들은 능력이 없고 능력 있는 여자들은 부드럽지 않았다.
바람이라고 하기에는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부인 친구라고 해서 긴장하지 않고 만났다가 귀엽고 사교 성 있는 그녀에게 잠깐 빠졌을 뿐 스스로는 바람이라는 생각도 못했다.
형석을 바라보며 이재섭은 본인의 실수가 아이한테 영향을 준 것은 아닐지 생각하며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형석아, 요즘 어떻게 지내는 거야. 수학은 좀 할 만해?”
오랜만에 형석에게 아빠 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었던 재섭이 형석을 향해 물었다.
“네, 괜찮아요. 공부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 당분간은 좀 더 자중하고 수능 공부에 집중해. 대학에 들어가면 여자들은 그때 만나도 늦지 않지. 일단 대학을 좋게 만들어야지. 과는 정 했어?”
“아직 생각 중에 있어요. 의대를 가려고 했었는데 요즘은 법대도 좋은 것 같아요. 아빠를 보면 변호사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하하, 그래. 변호사도 나쁘지 않아. 우리 형석이가 공부는 항상 잘 해왔으니 아빠는 형석이 믿는다. 흔들리지 말고 조금만 더 해보자.”
“네, 그럴게요. 아빠도 그럼 쉬세요.”
형석은 아빠와 대화하는 법을 잘 안다.
아빠의 기분만 맞춰주면 뒤끝이 없는 약간 단순한 성격이라 엄마가 아빠와 싸울 때면 엄마가 답답하다고 생각 하기도 했었다.
그냥 아빠 기분만 조금 맞춰주면 끝날 일을 왜 그렇게 맞서서 싸움으로 끝내는지 형석은 엄마가 좋았지만 엄마의 행동들은 이해가 안 갔다.
형석의 엄마 최선영은 곱게 자랐기에 주변 사람들이 언제나 본인을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만약 그러한 생각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그 사람은 적이라고 생각하고 끝없이 공격을 했다. 그렇기에 인기도 많고 따르는 사람도 많지만 주변에 진정한 친구는 많지 않았었다. 믿었던 친구···. 그랬기에 더 배신감이 컸던 남편과 친구를 결코 용서하거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최선영은 형석에 대한 애틋함이 컸지만 자신의 부정에 대해 떠벌리는 남편 때문에 형석이가 자신을 불륜을 저지른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형석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들은 아빠와 크는 게 더 좋다고 주변에서 다들 아들은 두고 나오라고 조언을 했었다.
그리고 현재 사귀는 남자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다 큰 형석을 꼭 데리고 나와야 할 필요는 적었던 것이다.
형석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분노로 바뀌어서 여자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있었다.
주영이 형석의 생일이라고 코코아를 주던 날도 형석은 처음에는 주영이 귀엽고 웃는 모습이 행복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며 좋아했었다. 하지만 곧 그런 감정을 느끼면 주영은 자신을 남기고 떠나 가리라고 생각하니 괴롭히고 싶어 졌다.
‘치, 그 년은 나만 잘해준 게 아니라고. 이놈 저놈 한태 웃으며 꼬리를 치고 다닌 거야.’
형석은 누군가를 좋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끌리고 신경 쓰이는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니 결국 그 사람을 망가트려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감정이 생겨났다. 사랑에 빠져서 괴로워 하는 것 보다는 그런 감정을 숨기고 미워하고 괴롭히는 방식이 자신에게 더 맞다고 생각하니 한결 견디기가 좋아졌다. 그리고 아무리 애를 써봐야 이미 주영은 인호를 좋아 하기 때문에 자신을 좋아할 가능성도 낮았다.
이래도 저래도 자신은 피해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던 형석은 주영이 그립고 보고 싶을 때마다 그냥 그 동영상을 돌려보며 성욕이나 해소하는 도구로 생각했다.
‘사랑은 무슨···. 여자는 돈만 있으면 된다고 했어. 아빠는 처음에 돈이 없어서 엄마 랑 결혼했는데 이제 돈이 있으니 엄마가 필요 없어진 거지.’
형석은 지금은 아빠가 이해됐다. 물론 화가 나면 무조건 주먹부터 올리는 사람이어서 무서울 때도 있지만 아빠에게 맞고 나면 언제나 다시 찾아와서 보살펴주는 따듯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엄마처럼 자신을 버리고 가지는 않으니 엄마보다는 좋은 사람인 셈이었다.
형석은 주영의 동영상을 보며 오늘도 성욕을 해소했다.
‘안되겠어. 이년을 한번 먹어야지.’
동영상을 보며 성욕을 해소하던 형석은 이제 동영상을 아무리 봐도 별 느낌이 없었다.
실제로 만나서 만져 보고 싶은 욕구가 절정에 달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던 그날은 여름방학이 끝나가는 금요일 밤이었다.
‘이번에는 나 혼자 조용히 움직이는 게 낫겠어. 괜히 세호나 상일이를 끌어들이면 또 안될 수도 있어.’
전에는 술에 취해서 몸이 말을 안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또 실패할까 봐 살짝 두려웠다. 매일 주영을 떠올리며 스스로 만족을 했던 터라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주영의 오피스텔 근처에 있다가 주영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바로 따라붙은 형석이다.
형석은 오늘도 모자를 눌러쓰고 검은 추리닝에 후드 티를 입고 모자 위에 후드 티의 모자까지 덧 쓰고 있었다. 오피스텔 공동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 바로 따라 들어가 조용히 주영의 뒤로 간 형석
“야, 최주영”
주영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주영이 뒤돌아볼 틈도 없이 클로로포름이 잔뜩 묻은 두툼한 천이 주영의 코와 입을 막았다.
숨을 들이쉬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형석은 전에 미행 왔을 때 CCTV 사각지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간 터라 주영의 얼굴에 클로로포름이 잔뜩 묻은 두꺼운 천을 얼굴에 덮자마자 그곳으로 끌고 갔다. 주영은 발버둥 쳤지만 이내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늘어진 주영을 엎고서 차로 데려온 형석은 외진 도로로 나가서 한적한 곳에 차를 댔다.
아빠 차 중 한 대를 몰고 나온 형석이었다.
‘음···. 오늘은 안정적이군.’
형석은 머릿속으로 여러 번 연습한 대로 주영을 차에 눕히고 콘돔을 끼었다.
일을 벌이기 전에 핸드폰으로 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고 각도를 잡은 후 자세를 잡았다.
생각보다 느낌이 그렇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주영의 신음 소리와 혈흔이 형석에게 또 다른 쾌감을 느끼게 했다.
주영이 마취에서 깨어나려고 하자 다시 천에 마취제를 묻혀 기절 시킨 후 형석은 주영을 오피스텔 CCTV 사각지대에 데려다 놓고 유유히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온 형석은 동영상을 클라우드에 올리고 핸드폰에서 모든 흔적을 지웠다.
주영의 피가 묻은 콘돔은 박스에 담아 옷장 구석에 숨겼다.
만족스러운 표정, 형석은 이제 자신의 죄를 들키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들키지 않으면 죄도 없지.’
형석은 의대에 가길 희망하던 엄마의 뜻에 따라 의대를 위한 입시 준비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엄마도 없고 의대는 공부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서 매력을 못 느끼고 있었는데 아빠가 하는 일이 눈에 들어왔다.
죄를 지어도 증거가 없다면 무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법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형석이다.
형석은 스스로 나빠지고 있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증거가 버젓이 있고 목격자도 있는데 힘이 없으면 법적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는 주영을 보며 형석은 생각했다.
‘법조인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군. 주영이는 어차피 피해를 입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아이야.’
형석은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힘이 없으면 당해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네’
형석은 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
공부를 못하는 것은 약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 형석 이었기에 공부를 못하면서 시끄럽게 떠들고 낄낄대며 웃고 다니는 아이들을 혐오했다.
공동 현관 근처에서 깨어난 주영은 생리통보다 강한 통증에 고통스러워 했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구역질이 났다.
지나가던 이웃 남자가 주영을 보고 119로 신고를 해서 구급대원 둘이 부축하고 있었다.
“아가씨, 괜찮아요? 힘들면 누워있어요.”
“아, 제가 어떻게?”
아직 몸이 제대로 움직여 지지 않았던 주영 이었기에 일어나려고 하다가 다시 누워버렸다.
주영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 응급실 이었다.
연락을 받고 찾아온 윤주와 인호도 함께 있었다.
“주영아, 괜찮아?”
“네, 아···. 어떻게 된 일인지.”
“니가 무리를 했었나 봐. 공동 현관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대.”
“음···. 언니, 어제 형석 이가 왔던 것 같아요.”
“뭐? 형석 이가?”
“누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더니 천으로 얼굴을 가렸어요. 그리고 기억이 없어요.”
“정말? 그럼 산부인과 진료도 보고 증거 수집부터 하자.”
“네. 너무 아파요.”
주영이 배를 만지며 바지 쪽을 바라보니 피가 흥건하게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의사 선생님 모셔 올께.”
주영의 모습을 보고 윤주는 놀라서 허겁지겁 의사를 찾았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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