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무협지라고는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답니다.
스무살을 훌쩍 넘길 때까지.
무협이란 장르가 있다는 걸 상상해 본 적도 없었죠.
책을 열심히 읽는 학생이긴 했지만,
도서관에서 무협지를 찾아본 적은 없었죠.
그리고 어느날 우연히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 가 있었답니다.
조심스러운 손짓과 친절한 웃음으로 내게 다가온 그는
어느새 나의 보호자가 되어 있더군요.
"그"는 무협지를 아주 좋아했고,
읽지 않은 것이 없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책들을 읽었으며,
그 책들의 내용을 기억해 이야기 해주는 것을 좋아했죠.
나 역시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지라..
가만히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듣곤 했죠.
그런 그가 제게 제일 처음 빌려준 무협지는 [녹정기]였답니다.
초반부터 살벌한걸 읽으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으니까 라며 그는 웃었죠.
그 이후론 나 역시 무협지를 좋아하는 여자가 되어버려서
이젠 무협지를 읽고 진지한 표정으로 무식한 질문을 해댈 "그" 없이도..
곧잘 무협지를 빌려 읽곤 합니다.
물론 "무식한 질문"들에 웃으며 친절히 답해줄 "그"는 만날 길이 없지만.. 말예요..
그냥.. 아래 댓글달다가..
"그"가 떠올랐답니다.
웃으면서 타자를 쳐내려갈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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