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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_。


[끄적끄적_。] 초탈의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 초탈의 경지에 이르기까지의 연재과정 -

 

 

[처음 녹그 연재들어갈 당시]

추연란에서 떵떵거리던 그 기분 그대로 밀고 들어갔기에 기고만장했었다...

홍보도 필요없다. 내가 글을 쓰면 다 보아줄 것이다.

그래도 고정독자를 잡기 위해선 비축분을 모아서 러쉬해야겠지.

프롤로그를 올릴 때의 두근거리는 기분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없었다.

아, 대박나면 어쩌지. 그래도 제의 들어오면 거절해야겠지. 아니야. 자만은 금지다. 과거의 나는 없다.

아, 그래도 알아볼 사람들은 알아보겠지. 두근두근...

 

 

[1단계]

조회수 한 자리수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하다. 그제야 마석이 첫회부터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가 유명인사인 유민수님의 추천덕이었구나를 실감하게 되다. (때늦은 각성)

자연란에 올려지는 글들도 너무 많고, 사람들은 여기 잘 오지도 않는다고 했어.

그래그래, 진정하자. 그래도 계속 올리면 고정조회수가 붙겠지.

그래도 이미 속은 까맣게 변해 있었다.

 

 

[2단계]

카테고리를 받았다. 고정독자는 펭귄밖에 없었다.

비록 10년동안 떠나 있던 세계니까 어느 정도의 소외감은 예상했지만 이건 심했다.

펭귄의 꼬박꼬박 달리는 댓글이라도 없었으면 자괴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만신창이가 되어도 홍보따위를 왜 하는가? 자존심이 있지.

신기해서 선작을 누르는 바람에 내가 내 글의 첫 선작이 되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펭귄임이 분명하다.

어느날 선작이 3이 되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미치도록 기뻐해야하는 내가 기쁘고도 슬펐다. 그 다음날 다시 선작이 2가 되어 있는 충격은 이루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속이 제대로 타들어갔다.

그래, 홍보는 한 번 해야겠지. 자연란에 처박혀 있어서 내 글을 몰라서 그런 걸거야.. 이왕 한 번 하는거니까 제대로 하는 거다.

홍보글을 메모장에 작성하던 그날밤 나는 0.5kg이 빠졌다.

 

 

[3단계]

고심해서 했던 홍보라 효과는 만점이었다. 얼굴에 철판 제대로 깔았다.

선작이 2에서 46으로 올라가는 쾌거를 거두면서 조금 속이 편해졌다. 역시 내 글을 못봐서 그랬던 것이 분명하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작은 것에 행복해하자. 과거의 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때의 대우를 지금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도 큰 어불성설이다.

말로만 그러지 말고 마음속으로 인정하자. 지금은 그냥 자연란의 이름없는 글쟁이일 뿐이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자.

20명 남짓의 고정독자를 원했던 것인데 46명이나 내 글을 보겠다고 선작을 했다. 과분해하자. 감사하자.

 

 

[4단계]

일단 선작이라는 것이 생기니 줄어드는 것도 신경쓰이고 조회수에도 신경이 쓰인다.

하나 줄어들 때마다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느꼈고, 두개 줄어들 때마다 심장을 누가 쥐고 조이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제발 게시판 들어갈 때마다 선작이 눈에 안 띄게 해달라고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이거 신경쓰느라 글이 더 안쓰여진다.

자연의 누구는 선작이 무지하게 높다고 하는데, 같은 자연인데 왜 그 사람은 조회수와 선작이 무지 높아야하고 나는 그냥 여기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자괴감이 들었지만 예전의 자존심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내색하지도 못했다. 자연란의 다른 글보다 약간 조회수가 높다는 것만 위안으로 삼았다.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고정독자가 있다. 그거라도 아니라면 정말 비참할 것 같다.

 

 

[5단계]

잘 나가는 글들의 패턴을 봤을 때, 10회도 되기 전에 추천에 추천이 이어지는 것을 보았었다.

독자들은 어디에 숨어 있던 좋은 글은 귀신 같이 찾아낸다. 그런 걸로 봐서 내 글은 그런 측엔 해당하지도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비참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했다. 독자의 눈은 냉정하다.

 

 

[6단계]

자격도 생겼고 바다로 나가보자란 생각으로 정연게시판으로 바꿔서 연재를 시작하다.

같이 자연서부터 고생하던 선작 54명이 증발했다. 그 와중에 쓰레기통에 쳐박혀 있던 글들 꺼내와서 정연에 진열하는데 애좀 먹었다.

글이 두 번씩 복사가 되서 반은 지우고 난리를 치는 통에도 선작이 늘기 시작했다. 새로운 독자일까 기존 독자가 찾아온 것일까... 한동안은 그러고 살았다.

일단 전체적으로 조회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니 정말 자연엔 아예 안 가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했다. 최소 고정독자를 유지해서 이동해야 독방신세를 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괜찮다.

다만 자연에서의 벅적벅적하던 재미는 덜하다. 조회수 높은 글이랑 나란히 안 붙이려고 노력했었고 은근 다른 글과 조회수랑 댓글 비교하고... 나름 추억이다.

 

살으리랏다. 살으리랏다. 독방에 처박혀 살으리랏다. 고정독자 이 정도면 되었으니 이 분들 모시고 내 멋대로 살겠소.

 

 

[7단계]

나 자신이 주제파악을 하게 된 것도 힘들었는데 이것을 넘기자마자 다음 부딪힌 난관은 독자였다.

정연이다 보니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글을 쓸 당시에는 전혀 생각도 못하던 반응을 맞이하여 속이 타들어갔다. 차라리 악플성이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겠지만 글의 진행에 심각한 영향을 줄만한 반응이었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렇게 느낀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속이 타들어갔다.

따로 공부하지 않고 글만 오래 써왔던 터라 무어라 설명은 할 수 없지만 '감'이라는 녀석에게 의존해서 쓴다. 이 '감'이란 녀석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했다가는 글 전체가 망가진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었다.

결국 글인가, 독자인가 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둘다 포기할 수 없는 요소였기에 가장 큰 슬럼프가 되었다.

결국 선택한 것은 글이었다. 또 살이 1kg가량 빠진 것 같다.

독자를 포기한 것은 조회수 선작수 모두 포기한 거랑 다름 없었기 때문에 우울했다. 계속 선작이 빠져나갈 때마다 가슴이 조이는 고통을 느꼈다.

 

 

[8단계]

잊고 있던 것이 있었다.

표면으로 드러난 독자들의 반응도 있지만, 묵묵히 읽어주는 즉, 조회수로만 표시되는 독자님들.... 이 분들의 존재를 잊을 뻔했다. 이 분들도 소중하다는 것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말없이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잊을 뻔했다. 이 분들을 위해서라도 달려야겠다.

 

 

[9단계]

날이 갈수록 내 글이 엇박자처럼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보고 들은걸 바탕으로 했을때 절대 컨택이 올 수 없다는 것도 동시에 깨닫다. 여러 현실을 통하여 이 세계에 대한 최소한의 희망까지 잃어버리자 더 바랄 것도 사라져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나와 내 글이다. 조회수, 선작, 댓글에 더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저 지금에서 더 마이너스나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는 선작이 떨어져도 살짝 저릴뿐 예전처럼 고통스럽지는 않다.

평생 글을 쓰기로 했으니 시간은 많다. 지금 글은 10년 계획의 습작일 뿐이다. 이제는 글과의 싸움만이 남아있다. 이 글이 얼마나 나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만이 중요할 뿐이다.

10년 수련이 끝나고나면 경력은 25년으로 변해 있을테고, 그때 쯤이면 아무리 재능 없는 글쟁이라 하여도 무언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2009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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