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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의 축제


[캐릭터들의 축제] 마타성 팀의 중반 이벤트1.

타이틀 - 중반 이벤트1.

도전회차 - 광마님의 ‘일어나세요. 겜창이여’ (18회 일부)

도전날짜 - 2022년 6월 10일

참가 팀 - ‘마타성’팀(3팀)

엑스트라 지원 - 없음


[참가인 명단]

케인(서 팀장 역), 시트리(김진하 역)


[그들의 각오]

케인> 오~ 먹는 역이라니, 최고!

시트리> 으아아, 대사 안 외워져요.




2년전.


“양곱창 괜찮으시죠?”

“네? 저 그거 못 먹…….”

“여기 양곱창 소금모듬 3인분 주세요.”

“…….”


김진하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간신히 삭여내렸다.

맞은편에 앉은 서 팀장이라는 놈은 자신의 직속 사수였다. 싫어도 싫은 티를 낼 수 없는 자리.

이윽고 여러 무늬의 고깃덩어리가 눈앞에 서빙되자 김진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저걸 먹으라고?

다행히 불에 굽는 것은 점원이 해주었다.

서 팀장은 점원이 구워주는 염통을 아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김 주임도 어서 드시죠. 맛있네요.”

“아, 네.”


김진하는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며 쪼그라드는 염통을 보니 도저히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그냥 백반을 한 입 떠넣는데 문득 미나리가 눈에 띄었다.

미나리를 한 젓가락 집는 순간이었다.


“김 주임, 뭘 모르시네요. 미나리는 고기와 함께 구워야 맛있어요.”


서 팀장이 냉큼 미나리를 뺏어서 염통 위에 올렸다.

김진하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애써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팀장님, 그러니까 말이죠. 말씀 편히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서 팀장은 두 볼 가득 고기를 씹으며 음미하다가 김진하를 바라보았다.


“어라? 왜요?”

“부담스러워서요.”

“그럼 반말 존댓말 구분 없는 영어로 할까요?”


김진하는 기겁했다.

이 인간이 무슨 소리를?

그러고 보니 서 팀장의 경력이 화려하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해외에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김진하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그건 한국 정서상 어렵지 않을까요?”


서 팀장은 점원이 구워주는 곱창을 한 점씩 씹었다. 쩝쩝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전 직장에선 전부 영어를 사용했었거든요. 사내 규정이 그랬어요. 아, 물론 국내기업이었습니다.”


그, 그런 국내기업이 있다고?

김진하가 입만 벌리고 있자 서 팀장이 말을 이었다.


“영어를 사용하라고 하니까 직장에서 아예 대화라는 게 사라지더라고요. 덕분에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 되었죠.”

“저어, 그럼 업무 관련 회의는……?”

“제스처가 있잖아요. 주요 단어는 필담으로 했고요. 아, 사내메신저도 유용했습니다.”


김진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서 팀장이 재밌다는 듯 살짝 웃었다.


“이상하게 느껴지죠?”

“네.”

“저도 처음엔 그랬는데 익숙해지니까 괜찮더라고요. 전 솔직히 아직도 직장에서 대화를 하는 게 좀 어색해요.”

“그, 그러셨군요.”


서 팀장은 고기를 두어 번 씹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말했다.


“아! 전 직장에선 영어 이름으로 썼어요. 김 주임은 제 영어 이름이 뭐였는지 아세요?”


전혀 궁금하지 않다.


“뭐……였는데요?”

“루이케인 폰 아크레이였습니다.”

“…….”


김진하가 말없이 물을 들이켜고 있는데 서 팀장이 다시 말했다.


“배이꼽에서도 영어를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해봤거든요. 그런데 다들 불편하다고 해서 기각당했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말이죠. 쯧, 해보면 진짜 편한데 말이죠.”


그걸 말이라고 하냐?

김진하는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서 김치찌개에 바겟트빵을 듬뿍 찍어먹고 싶을 뿐이었다.

귀에는 다시 서 팀장의 쩝쩝대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쓰던 존댓말, 아니 대화를 하려고 하니 입에 가시가 돋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입운동을 하고 있죠.”


갑자기 고기를 씹던 서 팀장의 입모양이 묘하게 바뀌었다.

김진하는 온몸이 굳었다. 무언가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질 예감이다.

곧 서 팀장의 입에서 마치 트위치 도네이션에서 나올 법한 목소리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크크루-삥뽕. 삥뽕. 삥뽕. 삥뽕.”


이 인간은 알까?

삥뽕, 삥뽕 할 때마다 입에서 고깃조각이 총알마냥 쏘아지면서 맞은편의 자신을 죄다 명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김진하는 초면인 팀장 얼굴에 물컵을 부어버릴 충동을 격하게 느꼈지만, 지그시 참고 또 참았다.


‘이러다가 사리 나올지도.’


주변에서 서 팀장을 돌아보는 시선이 무수하게 쏟아졌으나 서 팀장은 해맑게 웃었을 뿐이다. 강적이다.


“좀 어색하죠?”

“……많이요.”

“아, 역시…….”

“저기, 팀장님, 사석에서만이라도 편히 말하실래요? 이젠 존댓말도 어색하게 들려서요.”

“그래요? 그럼 편히 할게. 진하야.”


흔쾌하게 승낙한 서 팀장은 김진하의 대답도 듣지 않고 점원이 구워주는 대창을 먹기 시작했다.

김진하는 천천히 숟가락을 움직여서 백반을 마저 입에 넣었다. 밥알 하나 하나를 서 팀장의 살을 씹는 것처럼 잘근잘근 씹어주었다.

서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내는 서로 엉키고 있었다.


‘저 팀장 시키, 기필코 암살하고 만다.’

‘이상하네. 왜 밥만 먹지? 속이 안 좋은가?’


어쩐지 둘의 관계는 쉽지 않을 듯하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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