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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의 축제


[캐릭터들의 축제] 녹그팀의 중반이벤트 상.

타이틀 -  3(녹그팀)의 중반 이벤트

도전과제 - 올필님의 '8층의 신화'의 재현 (1)

도전날짜 - 2010년 12월 13일

참가 팀 - 3

엑스트라 지원 - 없음

참가인 명단 - 김서풍(서유성 역), 뮤라엔(이서현 역), 레이아(간호사 역), 올필씌(코코아 역)

도전장면 - 주인공 서유성이 8층에 입원하여 여신을 만나는 장면

 

 

그들의 각오 - "...나름대로... 해보겠습니다." - 김서풍

"......옷이 잘 맞지 않아요." - 뮤라엔

 

반면 남겨진 인원들은 - ", , 빠졌다. 만세!!" - 나루

- "아하하하, 우린 축복받았습니다!" - 베니크

 

 

!Start!

 

내 몸에 걸쳐진 것은 환자복이었다. 여러 군데 천을 이어 붙인 듯 바느질자국이 가득한 옷을 보니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190센티가 넘는 키에 덩치까지 큰 나에게 맞는 환자복이란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찾다 못해 급조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누더기'


뭐 어쨌든 상관없다. 어차피 옷은 몸을 보호하는 제 역할만 다하면 그만이다.

그 차림새로 나는 어슬렁거리며 병원 로비에 있는 자판기 앞에 섰다.


'역시 남자다운 블랙!'


자판기의 여러 선택지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1.냉코코아 2.냉코코아 3.냉코코아 4.냉코코아 5.냉코코아


'.......'


나는 남자답게 1번을 눌렀다.

자판기 안에 불이 켜지며 한 남자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이거 특수유리였던가? 그 남자는 보온병 같은 것을 기울여 종이컵에 코코아를 따르고 있었다. 정성스러운 모습.

, 도대체 누구지? 그러고 보니 남자의 보온병에 이름이 크게 적혀 있는 것이 보인다.


'올필'


분명 헛 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입을 다물 때, 올필은 김이 나는 코코아가 담긴 종이컵을 두 손으로 출구에 내어 놓았다.


'? 냉코코아가 아니었나?'


뭐 뜨거운 것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하며 손을 뻗으려는 찰나, 올필의 입이 열리며 그 안에서 얼음이 와르륵- 쏟아졌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코코아가 담긴 종이컵 안으로 자유낙하.


', 냉코코아 맞...... 미친!'


열불이 터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발을 들어 자판기를 걷어찼다. 안에서 비명이 들리는 거 같기도 했지만 계속 걷어찼다.

자판기가 옆으로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발길을 돌려 병실로 돌아왔다. 무기만 있었어도 반 동강을 내놓았겠지만 아쉽게 나는 빈손이었다.


할 일 없이 침대에 걸터앉으니 어제 일이 낡은 영화필름처럼 띄엄띄엄 떠올랐다.

내가 여기 입원한 것은 어제 밤이었다. 2층 땅바닥에 대자로 뻗어있는 나를 보고 누군가가 잽싸게 신고를 한 모양이다. 부모님도, 친척도, 친구도, 누구 하나 없는 나에게 치료비를 내줄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여기서 뻐띵겨야 한다.


그런데 너무 건장한 것도 탈이었나 보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2층에서 떨어져 굴렀지만 어디하나 부러진 곳이 없었다. 국민체조에서 피티체조까지 마쳐보았지만 어디 하나 걸리는 구석이 없다. 이거 자해라도 해야 하나?

무언가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나는 여기가 2인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인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뭬야? 이 천상천하유아독존 신의아들 서유성님이 2인실이라고? 2인실?!"


주변에 보이는 것들은 죄다 들어서 가루로 만들고픈 욕망이 가슴을 가득 메웠지만, 여기는 마치 그런 환자들을 위한 공간인 듯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친 것은 잠시뿐, 나는 다시 분노에 휩싸였다.


"다 나오라고 그래! 누구든 들어오기만 해봐라! 박살을 내버릴 테다!"


가슴에서 폭발하는 이 열기를 주체할 수 없다! 그것을 분출시킬만한 무엇도 찾지 못한 나는 침대 위에 올라가 미치듯이 뛸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2인실 따위!"


철퍽.

침대 가장자리를 밟았음인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다보니 내가 한 덩치 한다는 것을 깜빡했나보다. 침대의 스프링 하나가 견디지 못하고 푹 꺼지면서 균형을 잃음과 동시에 그대로 머리부터 맨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바닥은 차가웠다.

대자로 뻗어있는 내 머리 위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유성님, 저녁식사입니다."


가까스로 몸을 비틀어 눈을 들어보니 한 간호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식판을 들고 서 있었다.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 따위는 그냥 두고 저벅저벅 걸어가 침대책상을 펼치고 그 위에 식판을 놓았다. 마치 이런 일을 숱하게 보아온 것처럼 태연자약한 모습.


꿈에 그려왔던 이상형보다는 너무 키가 크고 말랐지만 그럭저럭 봐줄만 했다. 좀 더 꾸미면 괜찮을 것 같은데.

...까지 생각했던 것은 그녀의 옆구리에 채워진 장검을 보는 순간 산산조각 나버렸다.


"뭔가 불편하신 점이라도....?"

"......."


-왜 간호사가 진검을 차고 다니냐구!


나는 기가 질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 눈빛을 보았나보다.


" 8층의 입원실에는 무림고수가 근무하게 되어 있습니다."


뭐 이런 병원이!

분명 겉보기에는 멀쩡한 종합병원이었다.

하지만 꼭대기인 8층에 이런 곳이 마련되어 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병실은 물론 복도 창문에까지 철창이 설치되어 있었고, 계단 쪽으로 내려가는 문은 철문으로 튼튼하게 잠기어 있었다.

나갈 수 없다!

나갈 수 없다니!

이 내가! 서유성이가!

 

 

 

나는 멍하니 천장을 보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스프링 몇 개가 빠져나간 침대가 그리 아늑할 리가 없었다. 척추가 욱신거려왔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

가만히 누워있자니 아까 철문을 붙잡고 '이 문을 열라!' 고래고래 고함을 치던 것이 떠올랐다. 발로 철문이 찌그러져라 걷어차던 것도 떠올랐다. 머리로 사정없이 들이받던 것도 떠올랐다. 손톱으로 철문을 긁고 있는데 저 멀리서 간호사가 경공으로 달려오는 것도 본 것 같다. 그리고 검집 채로 내 머리를.......


"빌어먹을!"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가 식판 위에 식은 채로 놓여 있는 저녁 식사를 보았다.

나갈 수 없다.

저 무시무시한 간호사가 지키고 있는 이상,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동물적인 직감으로 그녀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가 저절로 갈렸지만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끝없는 좌절감이 밀려왔지만 나는 이를 악물었다.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다. 나는 미친 듯이 식은 된장국을 떠서 입안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럭 소리쳤다.


"누군지 당장 이 병실에서 나가! 이 서유성이가 있는 곳에 감히 누가 몸을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저쪽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 탓이다. 안 그래도 기분이 뭐 같은데, 누군가가 나의 신경을 거슬린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입 안에 있던 된장국의 잔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바 아니다.


"오홋, 그런 험악한 소리를 하다니! 나쁜 애구나. ."


가느다란 누군가의 목소리, 나는 천천히 그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링거걸이를 침대 옆에 가지런히 정리를 하고 침대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작은 몸집, 서글서글한 눈매가 웃는 모양이 되어 날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의 가슴을 내려 보았다. 평평하다.


"남자군."


그 사람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어머, 무슨 말을. 난 여자야."


나는 그 사람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픽 웃었다.


"사내자식이 환자복 위에 레이스달린 핑크 에이프런만 걸치면 여자가 되는 건가? 변태시키."

"여자라니까 그러네."


그 사람의 눈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

무언가가 맹렬한 기세로 날아왔다. 파공음이 귀를 아프게 한다. 잘못 맞으면 저 세상으로 가는 거다. 나는 본능적으로 국그릇을 들어 그것을 막아내었다.

!

다행히 그것은 국그릇을 맞고 내 무릎으로 굴러 떨어졌다. 국그릇을 잡고 있던 손이 은은하게 얼얼한 것이 경각심이 확 일어난다.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고개를 숙여 무릎을 보았다. 조그마한 약병이 된장국의 흔적과 함께 뒹굴고 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된장국의 향기에 한숨을 쉬며 그 약병을 집어 올렸다.


[목캔디]

그리고 그 아래 써진 것은

[이서현♀18 - 손대면 죽는다]


"여자... 맞군."


믿을 수 없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그러하니 인정해야 했다.


"그거, 이리 돌려줄래?"


난 허탈감에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순순히 돌려주었다. 그게 침대 밑으로 굴러가든 말든 알바는 아니다. 얼핏 보았을 때 그녀의 미소가 더 짙어지는 것 같기는 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된장국 건더기를 치우던 손을 덜컥 멈췄다. 뒤통수에 간질간질하게 느껴지는 것, 이것은 살기였다. 설마 이대로 정체모를 병실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인가? 죽는다? 기왕 죽을 거라면 발버둥 칠 때까진 치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번쩍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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