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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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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장광설 남자

난 처음에 그 넘의 이름인 줄 알았어. 

-닌 장광설이야. 말하는 것, 좋아하거든. 

-무슨 말?

-잠자리에서 말하는 거. 주로 나하고 한 여자 이야기,  교태, 신음소리, 뿅가는 곳 뭐  그딴 것.

-피... 식상하다. 

난 예사로 넘겼지 남자들이란 까놓고 들키지 않으면 대부분 허풍을 떤다. 

내가 한두 번 속나. 난 정잔데.

배란기도 계절에 따라 애기집이 요동치는 정도가 다르다. 나의 경우는 여름이면 벗고 싶어 환장을 한다. 어떨 때에는 일부러 수영장에 가서 실컷 발광을 하고 오기도 한다. 발광? 그냥 물속에서 미치는 거지 뭐.


길 가다 보이는 전봇대가 남자의 흉물로  상상이 되고,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이 페로몬 같기도 하다. 드라마의 남주가 셔츠의 단추를 두어 개 열어젖히고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난 그냥 손이 사타구니를 향하고 만다. 애기집이 간질거린 탓에 거푸 비벼주거나 주물락거려야 한다. 때로는 누군가 나의 그런 모습을 봐주길 바라고 거실 문을 활짝 열어두기도 한다. 배란기는 달콤한 막대사탕이기도 하지만 쓴 한약 같기도 한 맛이다.


 더운 8월 중순 강남역 앞 카페 ‘죽어도 난 아주 죽고파’란 카페에서 그넘을 만났다. 뭐라더라. 이곳의 아메리카노가 딱 자기의 입맛에 맞다며 그리고 카페 이름도 장광설에 가까워 벌써 단골이 된 지 3년이 넘었단다. 하기야 장광설에게 3년이면 긴 세월이다. 


달팽이와 3년, 엄청 긴 시간이다. 뜬금없이 왠 달팽이? 내가 그넘을 달팽이로 생각하니까. 느려터진 침대 스타일이 그렇다. 그런데 그게 또 사람 환장하게 한다. 가슴에서 아래로 내려오는데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린다. 물론 주절거림은 그치지 않는다. 좋아? 어디? 따위의 단편적이고 비철학적 질문이 아닌, 마치 시를 읊조리듯 자신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늘어놓는다. 굳이 내가 없이 섹스하듯 나를 아예 귀신 취급하며 잔잔한 물결처럼 떠들어대는 것이다.


-이제  그만, 따위로 막 자지러지는 여잔 아직 아타락시아를 모른다는 거야. 하나가 되면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거든. 이성이 남아 있으면 안 돼. 감각과 하나 되는 게 섹스야. 나는 그때 정미의  속 깊이 숨어있는 애기집 문 앞까지 슬며시 돌진하지. 마치 스멀거리는 달팽이처럼 말이야. 천천히 마치 질벽에 수많은 감긱돌기들이  달팽일 타고 함께 깊은 곳으로 여행을 가듯 함께... 난 세포 하나하나가 터질 때마다 숫자를 세지. 하나, 둘, 셋...


그넘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의 가슴 언저리를 만지는 듯, 빠는  듯, 핧는 듯, 깨무는 듯 하자 내 아랫도리가 마치 그년의 그것처럼 달팽이를 타게 되는 거야. 나를 더러운 창녀로 만드는 거야. 속에 달팽이는 없는데 그넘은 다른 년하고 달팽이 놀이를 하던 얘기를 그냥 해. 허공에대 대고. 뭐 허공이 구멍인가. 미친 넘. 신기한 것은, 넘은 장광설을 읊조리고 있어도 나의 신비한 샘에서는 달팽이가 내뿜는 점액질과 어울리고 싶어 환장한 듯, 분수처럼 물을 뿜어냈지. 


-난 천천히 달팽이의 더듬이를 세워 정미의 잎새를 간질렀지. 그냥 간지르기만 하는 거야. 더듬이는부피가 없거든. 단지 없는 듯한 털 같은 것이지. 그건 박는 데 쓰는 물건이 아니야. 말 그대로 더듬는 게지. 정미는 그때서야 몸에 열린 구멍에서 샘솟는 육체의 욕망이 듬뿍 담긴 액체를 뿜어내며 섹스와 하나가 되지. 물론 오르가슴은 아니야. 그것으로 가기 위한 샘들의 욕망이지. 땀샘에서도, 질샘에서도, 애기집샘에서도, 침샘에서도, 감각의 샘에서도 온통 생명의 물로 뒤집어쓰는 게지.


이넘아 난 어쩌라구? 생명의 샘이고 뭐고 간에 날 좀 어떻게 해줘. 이 달팽이 같은 놈아! 난 그렇게 소리지르고 말아. 난 정미 그년이 넘 부러워 미칠 지경이었거든. 질투? 그래 질투가 나서 아랫도리가 넘 벌렁거렸어. 그때 그넘의 달팽이가 슬며시 내 집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야. 아무런 말도 없이. 정말 소극장의 암전처럼 조용하게 들어오는 거야. 


그때부터 그는 내 구멍 속에서 항해를 시작해. 아무런 말도 없이 노만 저어대는 거지. 난 이넘이 갑자기 벙어리가 됐나 했지. 그래 그넘는 벙어리에 곱추에 흉칙한 물건을 단 괴물이었어. 오르가슴이 온몸과 정신에 밀려오는 데도 그넘은 멍청한 곱추처럼 허리를 구부린 채 노만 젓는 거야. 마치 저승으로 가는 아케론 강의 카론철럼 나를 저승으로 보내려는 게 분명했어.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닌 수십 번을... 결국 난 울고 말았어. 통곡이었지. 


-악! 어엉! 엄마!  

나쁜 장광설, 지금도 어디서 떠들고 있을까. 대학 3학년 때 나를 즐겁게 해준 넘.  달팽이 같은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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