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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미 님의 서재입니다.

작가 프로필

밤이 오지 않을 줄 알았다. 나에게는. 하지만 그것은 무지였고 오만이었다. 


 진저리쳐질 만큼 화려했던 젊은 날들이 저무는 것은 일순간이었다. 젊음이란 선물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소모되어 없어지는 것임을 늙어서야 알게 되었다. 늙은 현재에서 젊은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고통임도 알게 되었다. 과거는 현재의 창고로써 아직도 유효하지만 창고는 편견이란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었다. ‘늙음’은 ‘죽음’이란 편견의 자물쇠. 결코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열쇠는 용기였다. 죽음을 들여다 볼 용기. 죽음을 축복으로 만들 용기. 죽음으로써 영그는 그 무엇을 위한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열쇠 없이 열리지 않는 창고는 그저 현재를 무의미하게 태워버리는 화장터일 뿐이었다.  우울이 타서 재가 되고 내정신을 오염시키는... 열쇠는 녹이 슬어 삭아 내렸고, 내 생의 의식은 삭은 열쇠와 함께 점차 소멸해 갔다. 과거의 나를 그리워만 하는 현재의 나는 시나브로 우울했고 그런 시간과 공간을 술이 차지했다. 잠이 깨는 새벽이면 술이 남긴 구취와 불안이 생활인의 정서 밖에서 몸부림치는 존재를 잠식해 갔다. 홀로 베갯잇을 악무는 것은 삶의 의지가 아닌 도피하지 못한 자의 울분 같은 것이었다.  늙음이란 벌을 주는 시공간이 너무 미웠다. 늙음은 나에게만 특별한 것이 아닐진대 난 늙음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한탄하며 보낸 지가 어언 수 년... 그리고 물리적 자살을 생각했다.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동해바다는 깊었다. 몸을 던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거대한 압력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존재를 구성하는 몸이란 물질이 사라지자 난 환호했다. 자유는 존재로 부터의 도피가 아닌 존재로 부터의 해방이었다. 우울했던 존재는, 늙음이란 존재는 사라졌다. 단지 맑은 의식만이 살아남았다. 바다에서... 바다는 온갖 글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물질이 아닌 의식으로써 지금 글의 유토피아에 이르렀다. 이미 젊음은 죽었지만 늙은 의식은 결코 죽지 않고 ‘문피아’에서 다시 꽃일 것이다. 꽃은 결코 가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로...


2019년 8월 22일 
오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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