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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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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그런 넘이 있어

몰려드는 사람들 틈 속에서 정자는 그이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지치고 피곤한 하루였지만, 매력있는  날, 금요일이라 그깟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겨드랑이에 축축하게 젖어드는 습기가 향긋한 페로몬 향을 기대하며 뿜어져 나왔지만, 그것 또한 별 문제가 아니었다. 그이는 그걸 즐겨하기 때문이다. 겨드랑이의 애기 살집 같은 곳에 돋아난, 음모와 다름없이 생긴 그 요상한 것에 킁킁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나는 목욕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도 간단한 뒷물만으로 그이를 위해 그깟 땀내 정도는 감내했다. 그이를 생각하면 나는 제일 먼저 겨드랑이를 생각한다. 우린 결국은 겨드랑이로 만나고 헤어지고 말 팔자인지도 모른다. 지저분한 넘, 귀여운 넘, 변태스런 놈!


종종걸음으로 인파를 뚥고 나타난 그의 매무새는 역시다. 하얀 스니커즈에 실밥이, 매우 단정하게 터진 청바지를 입고 그 위에 하얀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었다. 하얀 얼굴이 남성 같지 않게 비너스적인 얼굴과 아그리파를 닮은 몸매, 난 복  많은 년이야.


“정자, 많이 기댜렸어?”

“응, 많이. 빨리 보고 싶어서... 일찍 움직였지. 호호.”

난 직설적이다. 내숭은 질색. 하지만 잠자리에서는 다르다. 속이 깊은 내숭과 야무진 신음을 곁들인 앙칼진 여우가 된다. 어떻게?

공짜로는 안 되지. 이 글을 읽으면서 배워. 귀요미들!


에드윈 빈센트는  무엇으로 섹스 십벌이 됐는지 알 만했다. 수려한 몸매는 무식한 몸매와 다른다. 복근, 이두박, 삼두박 등등을 말하는 어느 코메디 프로의 종치기와 같은 천박한 근육질의 무식한 남자가 아닌, 근육의 결이 물결처럼 잔잔히 퍼져나가는 몸과 선의 조화, 피부의 색깔과 적당한 탄서의 조화 게다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이 눈동자에 잔잔하다. 이런 남자는 침대에서도 사랑스럽다.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연탄불나중에는 성냥불이 되어버리는 남자와는 다르다. 처음에 등불 나중에도 등불이다. 중간 중간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며 내 더러운 곳을 간지럽힌다. 결코 휘몰이 치지 않고 끝내 중중모리로 떠나버리는... 그리고 다음의 자진모리를 기대케 하는 그런 등불 같은 남자.


그이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진지했다. 남들이 하는 흔한 스킨십조차 없었다. 나는 그런 그이가 좋다. 팝콘을 먹던 손, 이 사이에 이물질이 있을 것 같은 불편함,  머리와 몸이 함께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시킨십을 싫어하는 나를 잘 아는 탓과 그이의 구분 잘하는 성격,  삶과 죽음, 이것과 저것처럼 똑 부러지는 것을 좋아했다. 


 멋진 주인공이 나쁜 여주를 따라 멋지게 죽는다. 이것이 스토리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고 또 현실도 그렇다. 끝은 대부분 뻔하고 시작도 대부분 비슷하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바보다. 뻔한 시작과 끝 속에 어떤 재미가 녹아있는지 매의 눈으로 관찰하는 자세가 바라직하다. 독자 혹은 관객의 자세에서 발췌. 저자 하얀계곡.


“너무해, 아... 아니야. 그게 아니야. 정현 씨, 미워.”

갓 태어난 애기의 속살과도 다를 바 없는 내 겨드랑이가 오늘 호강한다. 그이는 멀티다. 아날로그도 싱글도 아닌 멀티 탭처럼 110에 220에 둥글게 네모스럽게 또는 세모스럽게 나를 학대한다.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달랐다. 뭐가?


“정자, 지난 번 그 애 누구야?”

“누구? 아... 그만...”

“네가 팔짱 끼고 함께 들어가던 그 애.”

‘아... 이넘이 보고 말았단 말인가?’

“ 아... 우리 부장? 돼지?”

“부장이야? 몇 살?”

그넘은 그날 질퍽하게 나를 쑤셔대던 유부남의 잔살을 내 대가리의 해마를 자극해 나의 온몸에 떠다니게 했다. 특히 그곳에.

“커?”

“아... 응. 커.”

“잘 해?”

“아... 몰라. 아... 그만... 잘 해.”


그넘은 나를 먹으며 요상하게 내 어둠의 동굴이 박혔던 날의 잡스런 기억을 떠오륵르게 했다.

돼지 한 마리와 비너스를 닮은 사내, 묘한 앙상블의 두 남자가 나를 농락했다. 난 그저 저 세상의 샘,  아타락시아를 향해 달려갈 뿐이었다. 그것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닌 미치고 환장하고의 문제였다. 난 그날밤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끝없는 숫자 놀음에 난 그이가 열고 닫는 수도꼭지가 되어버렸다.

“줄줄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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