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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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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정자는 딸기

-정자, 뭐해?

-응. 그냥 그러고 있어.
-그게 무슨 대답이야. 그냥 그러고 있다니.
-보다시피 이러고 있잖아.
-너 또 무슨 사고 쳤지?
-사고? 무슨...
-이 에미가 네 속을 모를까. 얼른 털어놔. 무슨 일이야.
-아냐.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데... 

엄마는 쉽게 나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시도를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 싱크대에 그릇 부딪히는 소리만 들어도 엄마의 심사를 알 수 있다.  ‘달그락 달그락’이 아닌 ‘와장창 와장장창!’일 가능성이 농후한 아침이었다. 하지만 나라고 쉽사리 내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와 나의 신경전은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아침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하고 소파에 들어누운 나와  식탁을 정리하는 엄마 사이에 생겨난 실랑이였다.

-안 돼. 안 된단 말야.
-정자야, 딱 한 번만 넣어보자.
-안 돼. 나 배란기란 말야.
-그럼 이러다 말어? 누구 죽는 꼴 볼려고 그래? 나 해야 된단 말야.
-내가 손으로 해주께. 그럼 되지. 
-맨날 손으로야... 니가 무슨 딸기야, 손으로 해주게.
-딸기라니?
-그것도 몰라. 딸딸이 기계, 이제 알아들어?
-ㅋㅋ 그래 난 왕딸기야. 자 이제 누워 봐. 내가 끝내주게 해주께. 

그 썩을 놈의 남친이 밤새 날 딸기로 부려먹더니. 오늘 새벽에야 나를 놓아주었다. 잡놈의 물건이 어찌나 흉물스러운지 난 꼴려 주는 줄 알았다.  우린 ‘비콘파’라 내가 배란기가 되면 놈의 정자(내 이름 정자와 다른 생명체)를 애꿎게 화장실에 적선해버리는 것으로 우리의 사랑은 이어졌다. 밤꽃내 진동하는 연윳빛 정자의 무리들이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더나 간혹 내 입 주위나 머리카락에 흠씬 쏟아질 때면 나는 또 다른 오르가슴 아닌 오르가슴을 느끼곤 했다. 하늘이 빙빙 돌아 정신이 없거나 전신의 세포들이 열렸다 닫혔다하는 뿅가는 그런 기분은 없어도 뭐랄까... 저 수많은 정자들에 대한 애틋한 연민과 그들을  받지 못한 애기집 주인으로서의 죄책감과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쾌감을 벗어나 성숙한 경지의 어떤 사랑을 경험하는 기분 같은 것이었다. 그로서 난 성숙한 여자가 되는 듯했다.

어젯밤에 내 남친은 강장제나 최음제 같은 보조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놈은 미쳐있었다. 미쳤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돌았을 때의 그 미친 것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통제 불능의 발기가 되는 상태, 그래, 정말 미쳤었다.  저녁 식사로 삼겹살에 소맥을 한 후 노래방 2차를 하고 모텔로 직행했다. 대략 밤 10시 정도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새벽 5시... 잠  한숨 못자고 불금에 딸기로 홀딱 밤을 지새웠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불금이었지만 나에게는 불금이 아닌 ‘헌금’이었다. 어쩔 수 없이 헌신한 금요일. 성 세바스찬이 금요일에는 오로지 주님을 위해 헌신한다고 했던가... 난 주님은커녕 정자들의 성지순례에 동참한 꼴이 되고 말았다. 어쨌거나 남친의 물건은 평상시와 완연히 달랐다. 크기, 경도, 각도 모든 ‘도’에서 일취월장한 늠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왜 이래?
-뭐가?
- 니 꺼.
-내 꺼 뭐?
-오늘 죽이는데. 갑옷 입었네. 칼도 안들어 가겠다.
-ㅋㅋ 칼 아니라 톱도 안 들어갈 걸....
-뭔 짓?
-노노노... 운동 짓.
-무슨 운동?
-있어... 너무 깊게 알려 하지마. 다쳐...ㅋㅋ
-자기 죽인다. 내가 드셔주께. 살살? 세게?
-자기 알아서 해. 으...
-어푸! 큭 숨 막혀. 깊게 넣지 마!
-좋지 않아?
-좋긴 네  입에다 야구 방망이 넣어줘? 좋은 가 볼래? 이거 순전히 희봉이야 희봉.
-하기사, 자긴 테레사 수녀보다 더한 희생과 봉사지. 밤에만...

무려 세 번을 쌌다. 세상에... 우리 나이가 몇인가. 둘이 합쳐 60을 훨 넘기지 않았나. 그런데 남친이 그렇게나... 세상에나, 세상에나. 사실 나중에는 내가 하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가. 그래도 박을 수는 없었다.  밤꽃 냄새에 취한 미친 년은 핧고 빨고 흔들고 물고 지르고 당기고 밀고 했다. 아유, 팔이야. 입이야. 목이야. 어찌나 쑤셔 대든지. 하여간 구멍 분간 못 하는 인간들은 다 파묻어야 해. 파묻는 인간들이 요사이는 콘크리트를 치더만.., 드럼통에 처넣고. 

-정자 니 팔을 왜 주무르고 난리야? 팔 아파? 어디 다쳤어?
-아뇨. 그냥 컴퓨터를 많이 했더니.
-니 요즘 배란기 아냐? 지난번 생리 언제 했지?
-배란기 아냐. 
-아이고 이 년아, 귀신을 속여라. 속여! 니 어젯밤 정호하고 같이 있었지?
-아... 아니에요. 정호 예비군 훈련 갔는데...
-예비군 같은 소리하네. 어제 정호 전화왔더라. 니 안 나온다고...
-허걱! 으이...  웬수!
-거짓말 작작 하고 싱크대에 가서 딸기나 가져와.  딸기가 맛있더라.
-ㅋㅋ 딸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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