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아닌 이계가 배경인데, 지구의 룰을 집어넣을 필요가 있느냐?
->배경은 작가의 설정 마음대로가 맞습니다.
근데 문제는 흔히 저런 창작의 부분이 작가 머릿속에만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알아서 독자보고 이해하라는 건 너무 불친절한 처사죠.
악플러 외에 독자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마냥 작가를 물어뜯는 일은 잘 없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굳이 중세배경을 들 필요도 없죠. 사과가 있습니다. 사과에도 많은 품종이 있는 걸 아실 겁니다. [국광, 부사, 홍옥]등은 이름이나마 익숙하죠. [아오리, 홍로, 스타킹, 골덴, 인도사과]등은 많이 낯설죠. 비슷하게 생겼지만, 많이 다르죠. 심지어 [인도사과]의 경우 [파랗게] 익습니다.
같은 단어라 해도, 사람이 연상하는 이미지는 다릅니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이 다 같을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사과 하면, 어떤 사람은 국광을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홍옥을 떠올릴테죠. 심지어 파란 인도사과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언어]는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런데 그 도구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단어에 따라 연상되는 이미지]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과 하나만 해도 저렇게 다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묘사]와 [설명]이 필요합니다. 장르가 [인스턴트화]하면서, 작가가 글을 너무 쉽게 씁니다. 쉽게 쓰는 건 상관없는데, 꼭필요한 설명과 배경묘사를 안 하고 넘어갑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합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사과는 파란 인도 사과인데, 독자가 생각하는 사과는 빨간 사과입니다. 설명이 없다면, 보통은 빨간사과를 떠올릴 수 밖에요.
제가 예로 든 건 사과지만, 사회는 훨씬 복잡합니다. 작가가 아무런 설명을 안해 주고, 그냥[중세] 이러면, 대다수의 독자는 영화나 만화 속에서 보아온 지구의 [중세] 이미질 떠올릴 겁니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작가가 원하는 [중세]가 아니라, 독자가 알고 있는 [중세]라는 점이죠.
작가의 [중세]를 독자에게 이해시키려면, [적절한 설명]과 [묘사]는 [필수]입니다. 그런데 이걸 무시하고 넘어가니, 독자는 이해를 못하고, 작가는 욕을 들어먹게 되는 겁니다. [과장된 예지만, 인구 10만인 영지에서 병사 100만이 뿜어져 나온다면 어떻겠습니까? 이런 경우는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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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장르가 무시당하고, 주류가 되지 못하는 까닭은 글로서 기초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좋고, 쉽게 읽히는 것도 좋습니다. 대리만족을 위해 허풍과 과장이 섞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글로서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결국 모든게 붕 떠버리고 맙니다. 쉽게 소비되고, 쉽게 잊혀지죠.
[판타지의 중세]인데 뭘 그렇게 따지냐는 [작가]는 발전을 못합니다. 그런 [작가]가 많으면, 장르 또한 발전을 못합니다. [작가]는 항상 보다 많은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애써야 합니다.
(절취선 부분은 뭐 제 푸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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