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라노벨의 정의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볼까 합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는 내용상의 구분이 아닙니다. 아마도 포맷(틀)의 차이 때문에 생겨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라노벨이 처음 국내에 수입된 때를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라노벨이 처음 소개된 때는 대략 2002년으로 NT노벨이라는 브랜드로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판타지 소설과 비교해보면,
판타지 소설: 크기(일반책 크기), 가격(7000~8000원), 만든 이(작가), 구성 형식(대부분 연속되는 이야기)
NT노벨(라노벨): 크기(만화책 크기), 가격(4500~4900원), 만든 이(작가 + 삽화가), 구성 형식(대부분 1권 완결성)
지금은 크기와 가격이 비슷해졌지만, 당시에는 꽤나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 겉으로 이런 차이가 나는데, 내용상 판타지고 연속적인 이야기(가령 델피니아 전기)라고 기존 장르 소설의 판타지라는 카테고리에 같이 묶을 수 있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NT노벨 편집부의 의도도 있었고, 가격대와 크기가 다른 라노벨을 기존의 장르 소설에 편입시키는 것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에게 불편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만화책, 소설과 같은 큰 카테고리로 구분하기에는 당시엔 막 수입되던 매니아층 문학이었습니다. 그 타협으로 장르소설에서 ‘라노벨’이라는 장르가 탄생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라노벨이 처음 수입되던 당시에는 NT노벨로 분류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출판사에서도 라노벨을 수입하면서 일본에서 통용되던 명칭 그대로 라이트 노벨로 부르게 되었고, 그게 현재까지 이르렀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짧게 정리하자면, 라이트 노벨은
가볍게(light)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novel)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선, 작고 싸며 1권 완결성이기 때문이죠. 1권씩만 들고 다닐 수 있는 겁니다. 드래X볼처럼 1권부터 42권까지 쌓아놓고 읽을 필요가 없는 거죠.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경계선상의 호라이즌이라는, 사전 뺨치는 두께의 라노벨도 있기는 있습니다.)
여기서 화제를 좀 바꿔서 1권 완결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라노벨을 처음 쓰시는 분들은 보면 1권 완결성이라는 조건을 쉽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지만요.orz)
1권 완결성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대략 한 권 분량인 12만~18만 자 사이에 기승전결, 즉 한 이야기의 ‘결말’을 내야하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다음부터가 문제입니다. 스토리적으로 일단락이 난 상태에서 독자가 다음 권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바로,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라노벨을 캐릭터 소설이라고도 부르죠. 여기에는 삽화의 존재가 크게 작용합니다. 캐릭터가 확실히 눈에 보이니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단적인 예로 1권 표지 그림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왔다 갔다 한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라노벨은 소설입니다. 글 속의 캐릭터가 매력이 있어야 독자가 다음 권을 구매하게 되는 거죠. 여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12만~18만 자라는 한정된 양에 한 이야기를 완결내야 하는 동시에 캐릭터들의 매력을 한껏 뽐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삽화가 있으니 캐릭터의 겉모습, 속모습(?)까지 자세히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다른 작품들의 캐릭터들과는 차별화를 두어야 하죠. 그것을 매권마다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라노벨 쓰기 너무 어려워요! 엉엉! 아, 물론 재밌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엄청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요. orz
긴 하소연(?)의 글을 읽어주셨어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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