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전혀 상관없는 책을 읽다가 여기 소개하고 싶은 대목이 있어서 옮겨 봅니다.
인류가 여성에 대해 품어온 편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언급된 반쯤 농담같은 내용입니다.
장르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요즘 이야기도 아니지만(20세기 중반에 쓰였음) 그렇기에 오히려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성이 있는 것 같네요.
여성 소설가에 대한 얘기는 막장 드라마 작가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글 쓰는 사람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인 것같습니다.
러셀 자신도 이걸 절대적인 법칙으로 제시한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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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철저히 불합리하게 대하는 각 성별의 태도는 소설에도 나타나는데, 특히 형편없는 소설에서 잘 드러난다. 남성 작가가 쓴 형편없는 소설에는 작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이 나온다. 이러한 여성은 보통 온갖 매력을 다 지니고 있지만 살짝 연약하기 때문에 남성에게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클레오파트라처럼 울화 섞인 증오의 대상이자 속속들이 악독한 인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여주인공을 묘사할 때 남성 작가는 관찰한 결과를 쓰는 대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구체화한다.
(중략)
여성 소설가 또한 책에 두 종류의 여성을 그린다. 한 부류는 그들 자신을 상징하는데 이들은 아름답고, 친절하고, 악한 자들에게는 욕정의 대상이고 선한 이들에게는 애정의 대상이며, 사려 깊고 고결하지만 늘 사람들의 그릇된 판단에 상처를 입는다. 또 한 가지 부류는 다른 모든 여성을 상징하는데 이들은 보통 소심하고, 쉽게 앙심을 품으며, 잔인하고, 기만적이다. 여성을 편견 없이 판단하기란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 버트란드 러셀, <지적 쓰레기들의 계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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