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에 있어서 지나치게 클리셰가 쓰이는걸 보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현대판타지의 특성상 대리만족이라는 코드와 직결되어 있는게 사실이고,
세상은 구질구질 하지만 초월적인 능력을 얻어서 현실의 부조리나 제약들을 깨부수는게 가장 어필하기 좋은 소재라는건 분명하겠지요.
그러다보니 아주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장면으로
[가난하고 병든 어머니, '여동생'(약자)/돈에 빠져 죽을 수 있는 능력자 주인공(강자)]의 구도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 여동생...
가난에도 전혀 굴하지않고, 집나갔던 오빠가 몇년만에 갑자기 돌아와도 대화 몇마디로 용서해주는 인격자에, 항상 예뻐서 종종 연예인도 하고 그러는 여동생...
아뇨 이건 더 말하지 않을게요...
그런데 이 구도는 항상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자' 주인공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적인 '은총'을 내려주는 식이 될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어머니와 여동생은 피동적인 존재에서 벗어날 수 없게됩니다.
뭐 주인공 원맨쇼를 원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나쁠게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주인공의 가족'이라는 중요한 포지션이 그냥 주인공의 성공을 보여주는 하나의 트로피에 그친다는게 참 아까운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좀 다른, 자주적인 캐릭터들이 나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재벌급이라도 딱히 손벌리는 일 없이 자기 몫은 하는 쿨시크한 아버지라던가, 초능력 같은걸 제외하고는 오히려 주인공보다 뛰어난 '형'(!!)같은 유형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캐릭터의 개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중요한 장면에서 주인공 혼자 날뛰는 대신 주연급 조연으로서 활약시키기도 적절할 거 같구요.
나중에 소설을 쓰게 된다면 이런 캐릭터들을 등장시켜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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