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인혈검록(郎人孑劍錄)
서장(序章)
석양이 질 무렵, 야트막한 야산(野山).
사내는 봉분에 꽂힌 검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사내의 눈에, 이내 수막이 차올랐다.
‘아들아…….’
눈물이 콧날을 타고 흘러내렸다.
흐느낌 없이 울고 있지만, 속마음은 거세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속내를 잘 내비치지 않는 그로서는 최대한의 슬픔을 표현한 것이었다.
마음의 소용돌이를 겨우 잠재운 사내가 이마에 두르고 있던 영웅건(英雄巾)을 풀어 묘비 대신 꽂힌 검에 질끈 묶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다시금 입술을 깨물던 그가 한 번의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석양을 등지고 산을 내려가는 그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아들 앞에서 차마 보이지 못한 애통함을 참지 못하고 표출하는 것이리라.
‘아들아, 지켜봐주지 않겠니? 아비가 자식을 잃으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말이야. 이 아비는 너를 진정으로…… 사랑했단다.’
사내의 나이가 이립(而立, 30세)이 되던 해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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