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무협을 접했던 시기가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였을 것입니다. 제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도룡자가 들어간 것 같습니다. 도룡도가 나오는 소설이었지요. 그러니 의천도룡기는 아닙니다. 나쁜 놈이 손가락이 하나 없고 개방의 소방주가 여자였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처음 보는 장르의 소설이었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부터 대여점에 가서 많은 무협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에는 대부분의 무협이 3권짜리였지요.
읽기만 하던 제가 요즘엔 부족하나마 조금씩 무협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읽으면서 이랬으면 어떨까, 저랬을면 어떨까 하는 점들을 참고하여 글을 써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역시 저의 상상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찌보면 판타지소설 보다 친숙한 것이 무협일 것입니다. 중국이라는 배경이나 무술. 친숙한 이름들... 소림사 같이요. 실제로 소림사나 달마대사, 무당파 이런 것은 실존하니까요. 물론 정말 무협에서 처럼 장풍을 쏴대는 곳은 없습니다만. 실제 가보지 못 한 중국의 지명을 찾아보고 풍경을 상상해보고, 자동차만 타고다니다가 도보로 그 길을 걸어가면 얼마나 걸릴까 계산도 해보고. 이거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었는데 쓰면 쓸 수록 역시 보통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사건의 개연성입니다.
고전소설과 현대소설의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우연과 필연이라고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었습니다. 고전소설은 우연히 벌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별주부전에서 거북이는 토끼의 꾀에 속아 넘어가 간을 구할 수 없게되지만 때마침 지나가던 신선이 약을 척 넘겨주지요. 아침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선 그 신선이 아니었으면 거북이는 큰 벌을 받고 용왕은 병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무협을 쓰다보니 그 우연을 쓸 수 밖에 없더군요. 무언가 그 일어나는데 인과가 있고 그 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런 개연성이 있어야 이야기가 현실감이 들고 억지 스럽지 않은데...글을 쓰다보니 내용전개에 우연이 들어가게 되더군요. 물론 최대한 우연의 냄새가 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생각보다 쉬운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세번째는 기연의 등장입니다. 무협을 보면서 아 저기서 떨어지면 무언가 좋을 것을 주워먹겠구나 하는 것이 딱 보이더군요. 주인공의 위기가 위기 같지 않달까요. 그런데 제가 글을 쓰다보니 이것도 어쩔 수 없더군요. 주인공의 무위가 일정수준은 되어야 스토리가 전개가 되고 사건에 휘말려도 무언가 할 수 있는데 막말로 약한 주인공은 산도적을 만나도 죽어버릴테니 뭘 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작게나마 무언가 안겨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죽자고 수련만 시킨후 불혹이 넘긴 나이에 강호에 출두를 시키자니 그것도 좀 그렇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어려운 점은 무위의 설정이었습니다. 현실감 있게 써보려 해도 내공이란 존재가 있기에 완전한 현실을 반영 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말 현실같으려면 환갑이 넘은 노고수란 있을 수 없지요. 기술적으로 완성될 수는 있어도 3,40대의 창창한 나이의 무인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이 정도 쯤이면 이정도 강할텐데 그럼 다른 사람과의 상대적인 무위는 어느정도 될까... 제가 내공이 없으니 그것도 상상에 맡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하튼 제가 좋아하는 무협이란 장르를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써 보는 것 만으로도 요즘 참 즐거운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으니까요. 또한 조금씩 올라가는 조회수를 바라 볼 때의 그 기쁨은 중독성 강한 마약과도 같이 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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