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프롤로그" 혹은 "서막"을 씁니다.
이것은 소설에 있어서 말그대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입니다. 그때문에 기껏 쓰고도 이상하게 쓰거나 못썼다면 그야말로 "사족"이 되어 버립니다. 죽써서 개준다라는 말이 이때 나오는 겁니다.
지금 당장에 도서관이나 서점을 가서 문학란에서 소설책을 무작위로 10권만 뽑아보세요. 그 10권중 프롤로그나 서막이 있는 책이 몇권이나 되는지. 10권중 3~4권을 뽑았다면 굉장히 높은 확률로 뽑은것이니 당장 로또를 오늘 구매하도록 하세요.
많은 작가들이 프롤로그의 역활만 생각하고 프롤로그에 필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플롤로그의 역활은 "그 작품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프롤로그에 필요한 요소는 "작품에 대한 소개"입니다.
프롤로그의 뜻을 알아보면 "연극을 개막하기에 앞서 하는 작품의 내용이나 작자의 의도 등에 관한 해설"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작품에 대해 "정보의 전달" 이라는 부분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어느정도 수준의 정보인지는 작가 자신이 조절해야겠지만. 어느정도의 정보전달은 있어야 합니다. 그 정보의 내용은 작가 자신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허나 많은 작품이 "프롤로그"의 용도를 "스무고개 문제 내기" 로 생각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프롤로그는 문제를 내주는 용도가 아닙니다.
흥미를 돋우는 것과 별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한 문장으로 "헤헷! 이렇게 쓰면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궁금해 죽겠지? 궁금하면 더 읽어보던가~~" 라고 쓰는 것이 아닙니다.
프롤로그는 그야말로 소설에서는 이야기의 시작 입니다. 소설과 시나리오를 착각하지 마세요.
대중적인 소설인 "늑대와 향신료"의 서막을 예시로 써보겠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잘 익은 보리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늑대가 달린다"고 말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광경이 보리밭 속을 늑대가 달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바람이 너무 강해 보리이삭이 쓰러지는 것을 "늑대에게 밟혔다" 라고 하고, 흉작일 때는 "늑대에게 먹혔다" 라고 한다. 근사한 표현이긴 하지만, 억울한 부분도 있는 것이 옥의 티다. 하긴, 그나마 지금은 약간 멋을 부리며 말하는 것이지, 옛날 처럼 친근함과 경외하는 마음을 담아 그런 말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이삭 사이로 보이는 가을하늘은 몇백년이 흘렀어도 여전하건만, 그 아래의 상황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 해마다 보리를 심어온 이 마을 사람들도 오래 살아봐야 고작 70년이다. 몇 백년씩 변함이 없는것이 되레 잘못인지 모른다. 다만, 그러니까 이제는 옛날 옛적의 약속을 지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 필요치 않은것 같다. 동쪽으로 치솟은 산 때문에 마을의 하늘위를 지나가는 구름은 대게 북쪽을 향해 흘러간다. 구름이 흘러나는 그 끝, 북쪽의 고향을 떠올리며 한숨짓는다.
시선을 하늘에서 보리밭으로 되돌리니, 코끝에서 움직이는 자랑스러운 꼬리가눈에 들어왔다. 할 일도 없고 하여 꼬리털을 다듬기 시작한다.
가을하늘은 높다랗고 아주 맑았다. 올해도 또 추수철이 다가왔다. 보리밭을, 수많은 늑대가 달리고 있다.
소설에서 서막이란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이지만 "늑대와 향신료" 작가가 쓴 이 서막은 매우 라이트한 대중소설에 있어서 참으로 교과서적으로 잘쓰인 서막중 하나다.
이 소설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소설의 중심적인 사건은 "늑대가 고향에 데려다줘"라는 것에서 줄기가 이어진다. 중심적인 사건의 발단이 소개되어있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 이소설의 주인공중하나인 히로인인 "늑대"라는 중심인물도 소개가 되어있다. 이야기의 시작인 "마을"에 대해서도 이런 마을이 있고 거기서 이야기의 시작이고 시대적 배경은 미신을 마냥 믿지 않는 시대구나 하는 소개도 있다.
거기에 서막 앞부분의 늑대를 이용한 표현과 중간에 나온 "약속" 이라는 단어로 글에대한 적절한 흥미도 부여해주고 있다.
프롤로그의 역활로도 매우 적절하고 필요한 요소도 잘들어 있다. 인물, 사건, 배경 에 대한 적절한 암시및 예시 그리고 소개. 이만큼 충실하게 교과서적인 프롤로그도 없다싶은 마음이다. 기교가 섞여있지 않은만큼 깔끔하다.
프롤로그는 뜬구름 없는 말을 써놓고 "궁금하냐? 이렇게 써놓으니 당최 모르겠지? 모르겠으면 읽어보던가~~" 라고 써놓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그런글이 보이면 프롤로그만 보고서도 별로 읽기가 싫어진다.
사실 그런 프롤로그를 떡하니 써놓고서도 책으로 또 발행해주는 출판사를 보면 도데체 출판사 편집장은 뭐하는 녀석인가 싶기도 하다. 기본적인 문학관련 강의도 듣지도 않은 사람아닌가...싶기도 하고.
프롤로그는 되는대로 끄적여 놓고 "데헷! 궁금하게 썼지?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 나 잘했지 찡굿!" 이러는 곳이 아니다. 정말 그것은 "사족"이다.
적어도 글을 쓰려면 잘못된 방법으로 나온 대여점 소설을 보고 쓰지 말고 제대로 나온 이름있는 소설을 보고 배우라는 것이다. 잘못된것을 계속 챗바퀴 돌듯 반복하면서 그게 옳은것이고 왕도인마냥 계속 돌려쓰니 이제 막 글쓰기 시작하는 자연란 작가들도 그것이 옳은것인양 막 따라 쓰는데.
프롤로그 하나만 봐도 그냥 깝깝...해서 "아..만화책 빌리러 왔는데 역시나 소설책 있는쪽에서 떠들어 봤던 시간이 아깝구나" 라는 마음이 절로 들기 마련이다.
적어도 "내 글이 다른나라에 번역되어서 까지 출판되는 소설이고 싶어"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면. 길이길이 남는 대작이 되고 싶다면 우선 대여점 소설을 바이블로 여기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되더않는 프롤로그를 쓸바엔 플롤로그를 없이 가던가. 프롤로그를 쓰려면 적어도 스스로 사족을 만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