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줄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제목이 많죠. 함축성이라는 제목의 묘미를 포기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도 합니다만, 이거 생각외로 오래 된 전통입니다.
현대에도 이름을 남긴 펄프픽션이 있습니다. 오락소설로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펄프픽션을 벗어나 당당하게 고전의 일환으로 자리잡은 물건이죠.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영지물에 가까울 수도 있겠네요.
사고를 당해 낯선 세계에 표류한 주인공이 어떻게든 자기가 살던 곳의 지혜를 짜내어 살 곳을 마련하고, 이러저러한 기술을 시험하고 시설을 발전시키고, 종래에는 충직한 부하까지 구하고, 끝내 고향으로 귀환하는 이야기입니다.
《조난을 당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자신은 아메리카 대륙 오리노코 강 하구 근처 무인도 해변에 표류해 스물 하고도 여덟 해 동안 홀로 살다가 마침내 기적적으로 해적선에 구출된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가 들려주는 자신의 생애와 기이하고도 놀라운 모험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죠. 네. ‘로빈슨 크루소’입니다.
저도 <공돌이 아저씨가 이계에 표류했는데도 치트나 레벨따윈 없었던 건에 대해서> 같은 걸로 적었으면... 아니, 그래도 트렌드가 안 맞나.
이상, 별 생각없이 주인공 이름만 하나 툭 던져놓고 후회중인 바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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