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요즘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드는 생각인데, 말 그대로 장르소설을 쓰는데 있어서 아마츄어와 프로의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단도직입으로 본론부터 말하자면, ‘프로’로 확실히 목표를 삼지 않은 분들이라면 굳이 장르소설의 ‘정도(正道)’를 따를 필요가 없단 것입니다.
여기서 정도라 함은, 흔히 대여점 시장 혹은 이북출판시장을 목표로 쓰는 상업적인 글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나 방법들을 의미합니다.
한담에 조언으로 올라오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이런 ‘프로용’ 혹은 ‘프로로 가는 법’에 관한 것들입니다. 글을 쓰는 목표가 바로 그것이라면 따르시는 쪽이 맞다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현장에서 체험하고 검증한 방법들이니까요. 개개인마다 조금씩 성향이 다르긴 하겠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순순히 ‘내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즐거운’ 분들이라면, 꼭 그런 방법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사마외도를 걸으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포기하는 것이 많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매일 쓰는 습관. 프로가 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익히는 것이 좋겠지만, 아니라면 삶의 질을 급격히 해치는 악수(惡手)중의 악수입니다. 현역 프로인 분들 중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은 마당에, 굳이 아마츄어가 억지로 흉내 낼 필요는 없습니다. 즐거움이 괴로움으로 바뀌는 순간, 거기서 끝입니다.
‘매일 쓰기’가 이야기 외적 문제라면, ‘유행 쫓기’나 소위 말하는 ‘무조건 재미’도 별로 추천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소위 ‘양판무’라 불리는 이야기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쓰세요. 상업 소설에 어울리지 않는 긴 묘사나 쓸데없이 방대한 설정, 버리지 마세요. 그런 하나하나가 자판을 두드리는 여러분의 고유의 특질이 되고, 정체성이 되는 겁니다. 당장 인기가 떨어지고, 팔리지 않는다고 포기해 버리면 양산형A, 양산형B가 되는 겁니다. 양산형이 아닌 레어가, 유니크가 되세요.
요즘 많은 분들이 ‘옛날’에 나온 판타지가 좋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돌이켜보면, 그때 그분들은 모두 아마츄어였습니다. 아마츄어였기에 10년, 20년 뒤에 기억 남는 이야기를 쓸 수 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 아마츄어 여러분, 아마츄어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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