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독자를 끌어 당길 수 있는 고수님들이야 이런 걱정을 안하시겠지만... 그래도 전 정해진 룰 안에선 모든 것을 시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잡 생각을 하게 되네요.
일단 좋은 글이라던지 잘쓴 글이라던지 흡입력이 있는 글이라던지 기타 등등 뭔가 당연하면서 원론적이고 따지고 보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그런 부분을은 제외하고... 인스턴트에 일회성 또는 삼류에 가깝고 모에하다거나 그러한 서브컬쳐의 운명을 타고난 내용들로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음식의 미원같은 부분이죠.
1.모에요소
네. 분명히 이건 먹힌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적나라한 성묘사나 연애질은 보는 사람을 정나미 떨어지게 하지만 적당히 보일듯 말듯 할듯 말듯 안타까우면서도 애잔한 어릴 적 기억을 긁어내는 마음 속 첫 사랑의 그림자처럼, 또는 매일 밤마다 상상하는 요염한 그녀처럼, 결국은 이데아를 현실 수준으로 끌어내려서 환상을 단순한 종이 쪼가리로 만들어버리는 행동이긴 하지만 이건 분명히 먹힌다고 생각합니다.
2.먼치킨
저같이 글을 못쓰고 자동 난독증 유발을 일으키는 글이 아니라면 대부분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 시 하게 되겠죠. 그러다 보면 감정이입하게 되고. 기본적으로 글이란 건 독자와 작가의 소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작가가 분개해야 할 상황이라면 독자도 분개하게 되고 주인공도 분개하게 되겠죠. 결국 모든 인간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세상을 바꾸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먼치킨 주인공은 훌륭한 감정이입의 대상이자 세상을 간단히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아바타인 셈이죠.
3. 대중적
이게 좀 미묘한데... 그래도 대중적인 사람들은 대중적인 것들을 대중적이지 않는 것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령 전세계에서 책에 별점을 1~5까지 줬다고 봅시다. 5점 만점을 받은 그책은 절대로 완전히 제 취향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면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이 있고 정말 많은 생각이 있으며 정말 많은 사상이 있는데 그 모든 세상 사람들을 아우르는 글이기에 비로소 5점을 받았다고 생각 되거든요.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에게 정말 맞는 글은 아마 4점짜리나 심지어 3점일수도 있겠죠. 그 글들은 자신과 딱 맞는 글쓴이가 쓴 글일테니까요(물론 아닌 경우가 훨~씬 많겠지만요.). 결국 사람들은 통수맞기 싫어서 그냥 5점짜리 책을 사볼겁니다. 4점짜리중에 자기랑 맞는거 찾는 것보단 그게 훨씬 더 편하니까요. 안전빵이죠, 안전빵.
4. 폭력과 섹스
네. 폭력과 섹스는 정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탁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행위에 관한 글은 문피아에서는 금지이기 때문에 패스... 이지만 대딸방도 아니고 유사성행위 또는 성행위를 상상하게 만드는 글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무슨 대*방도아니고). 물론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그럼 잤다! 딱 이정도만 허용해야만 하냐고 물어볼수도 있지만... 그건 주제와 관련이 없으니 말을 줄이겠습니다. 물론 섹스는 고귀한 일이고 입에 담는 것을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워 해야 할 섹스라면 그건 더러운 섹스겠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폭력. 사실 예전에도 폭력에 관한 심의를 연재한담에 질문한 적이 있었죠. 그래서 나온 결론은 대충 묘사하면 괜찮고 자세히 묘사하면 19금이다.
물론 그렇겠죠. 투명드래곤이 울부짖고 크아아앙짱쎄서600억명이 죽은 건 별 상관이 없겠지만 한 여자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하는 스토커가 밤에 들어가서 그녀의 피부가죽부터 벗겨내는 스토리는 누가 봐도 기분이 나쁘니까요.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여러 작품에서 보이던 말인데,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렇겠죠. 멀리서 눈가리고 본다면 섹스를 하던 폭력을 휘두르던 우리와 별로 상관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가까이서 그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라고 한다면 그 누가 좋아할까요(정말 그런 걸 좋아하는 싸이코들 빼고요.).
하지만 분명히 이 사회의 금기 중 하나인 폭력과 섹스는 잘만 쓴다면 독자들을 끌어 당길 수는 있겠죠. 쌈마이 한건 남심을 자극하니까 말이죠.
5. 유행
네. 유행입니다. 요즘은 게임판타지죠. 그전엔 이고깽이고. 그전엔 드래곤의 유희고. 사실 유행이라고 말해도 글의 갈래로 따지자면 천차만별이고 그 역사만 이야기 하려고 해도 논문 하나는 뽑을 수 있을테니 역사 이야기는 그만 둡시다.
여튼 요즘에 대중적인 사람들이 요즘 대중적인 글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결국 사람의 본질은 변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게임판타지가 요즘 유행하는 이유는 작가가 게임을 많이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읽는 독자들이 게임판타지가 이해하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읽기도 편하고.
그런면에서 본다면 문피아는 참 대중적인 면과는 좀 떨어져 있는 사이트 같습니다. 결국 예전부터 한국에 유행해왔던 양판소들은 대부분 중, 고등학생이 타겟이라고 생각되니까요. 물론 전 초등학생이라도 제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지만 그랬다간 난독증 환자가 늘어날거 같아서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겜판이든 이고깽이든 뭐든 나라별로 굳이 특징을 나누자면 대한민국의 장르소설의 특징은 강한놈이 자신을 제외한 모든 부조리를 박살낸다, 같습니다. 왜 이렇게 자기 주장이 강할까요. 역시 살기 힘들어서 일까요. 아마 붉은 여왕효과가 극대화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라서 그렇지 싶습니다. 그냥 모든 걸 내려놓고 다 같이 사이좋게 손 잡고 편하게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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