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분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의 차이점이 대략 눈에 띄더군요. 특히 눈에 띄는 차이점은
(1)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그렇지 않은 소설보다 적은 인물 수, 적은 세계관 정보를 제시한다.
Ex) 초반 이미지를 좌우하는 1~3화까지 히어로 1명, 히로인 1명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야기 -> 이해하기 쉽다
1, 2, 3화 모두 다른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 -> 인물들간의 연결점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2) 인물수나 세계관의 방대함이 비슷하더라도, 차근차근 단계 별로 인물, 세계관 정보를 공개하는 쪽이 읽기 쉽다
Ex) 1화, 6화, 12화, 이런식으로 한 에피소드가 종결될 때마다 한 명씩 추가했다 -> 이해하기 쉽다
짧은 기간 내로 인물들을 왕창 꺼냈다 -> 이해하기 어려워지거나, 몇몇 캐릭터가 공기화된다. (그리고 공기화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부분은 몰입하기 어려워지니, 마찬가지로 읽기 어려워진다)
(3) 두 소설 모두 한 번에 많은 인물을 공개한다 할지라도 차이점이 나타난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특정 떡밥, 혹은 한 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얽히게 만든다. 하지만 읽기 어려운 소설은 연관성 없이 인물 수만큼 떡밥을 산만하게 뿌리거나, 인물 수만큼 사건을 만들어 버린다.
Ex) 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의의 편 2명’과 ‘악인 2명’이 싸우기 시작했다 -> 큰 문제 없음
하지만 극단적으로 정의의 편 2명과 악인 2명이 등장했는데 서로 다른 사건에서 활약하고 있다면? -> 확실히 다른 장소임을 언급하지 않으면 혼란이 나타날 수 있음
(4) 군상극의 경우, 읽기 쉬운 소설은 한 인물의 에피소드를 끝낸 뒤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한 인물의 에피소드의 기승전결 구조도 명확한 편이다. 그러나 읽기 어려운 소설은 한 인물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제시해버린다.
Ex) 한 인물이 어떤 땅을 점령했다. 그로 인해 다음 에피소드에 등장할 인물에게 영향이 갔다 -> 읽기 쉬움
한 인물이 어떤 땅을 점령했다. 다음 에피소드에 등장할 인물은 다른 곳에서 영토 확장을 하고 있다.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은 언급되지 않았다 -> 읽기 어려움
(5) 군상극에 유독 인상이 약한 캐릭터가 참가할 경우, 그 인물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만 흥미가 떨어져 읽기 힘들어진다.
Ex) 이건 적절한 예시를 들기가 어렵긴 하네요. 굳이 상상하자면... 누군가가 삼국지를 자기 스타일대로 썼다 칩시다. 조조, 여포, 원소, 손책 등 굵직한 인물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근데 그다음에 갑자기 엄백호 에피소드가 나온다면?
(6) 필력이 모든 걸 씹어먹을 정도로 킹왕짱인 경우. (...) 하지만 이런 경우 잘 없습니다. 어느 수준 이상부터는 필력 차이는 별로 안 나더군요. 천재라면 몰라도.
오히려 필력이 가독성을 해치는데, 소설 구성이 이해를 도와 그럭저럭 읽을만한 소설이 더 많이 눈에 띕니다. 장르 소설에서는 말이죠.
물론 예외를 찾는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 중에 해당된다 해도 읽기 편한 글도 당연히 있을 테고요. 다만 분석하면서 이런 특징들을 모으는 게 재밌어서... ^^; 언젠가 글 쓸 때 도움이 될 날도 올 듯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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