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취향이란게 있지만 최근 일년간 잠깐 유료 연재란을 슬쩍 보다 만 걸 빼면 거의 문피아 접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 방에는 날이 갈수록 책이 쌓이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국내, 해외 장르 구분없이 종이책이 재미있는게 많이 나와서 딱히 문피아에 접속할 필요성을 못느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대기업에 취직하여 일등 신랑감이 되었다는 뭔가 혼을 빼 버리는 글을 남기고 문피아를 떠난 모 출판작가님이 수 년 만에 다시 문피아에 복귀를 하였기에 호기심에 문피아 접속을 했다가 오랜만에 다른 좋은 글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붉은 못 - 글쓴이 ‘형향’
장르는 판타지이고 굳이 구분을 하자면 이계진입 판타지 입니다. 선전글에 이계진입 판타지 라는 이미지가 노골적으로 있었다면 전 아마 읽지도 않았을 겁니다. 솔직히 유행 지났잖아요? 요즘은 이계복귀(!) 가 유행인데 말이죠.(아니, 이것도 유행 지났나?) 뭐, 진입이든 복귀든 둘 다 저는 잘 안보지만요. 열심히 쓰신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런 장르의 글을 보다보면 전체 분위기가 대충 8할 정도가 똑같습니다. 뭘 봐도 새롭지가 않아요. 특히 프롤로그의 경우는 복사&붙여넣기 해서 일부 단어만 수정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일 때도 있습니다.
그 점에서 붉은 못은 첫 장 부터 절 만족시켜줬습니다. 물론 상황 자체는 비슷한 전개의 글이 많겠지만 그 상황을 표현 하는 방식은 복붙이 아니었고 식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뭐랄까...글이 예쁩니다. 그렇다고 하이틴 로맨스 같은 억지 귀염귀염 같은 글이 아니라!!!(남자놈이 추천하는 귀염귀요미 같은 거 좋아하시는 분 없잖아요?! 아니, 있나...?) 험하고 위태로운 상황을 묘사 할 때 마저도 결코 자극적이고 험한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마치 살면서 욕 같은 거 안 써본 아가씨가 글 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뒤늦게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자신의 가문을 몰살시킨 자의 복수를 위해 그저 살아가기만 하던 어린 소녀 비사가 우연히 왕족의 계승권 다툼에 얽혀 서출인 왕자의 자객이 되어 수년간 살생을 저지르다 시간이 지나 그 살생이 원인이 돼 파국이 되어 스스로 죽을 자리를 찾아 싸우다 허무하게 스러집니다. 그렇게 죽은 줄 알았건만 정신을 챠려보니 자신은 만신창이인 채로 아직 살아있고 비사의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생김새를 한 사람이 자신을 돌봐주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인종, 처음 듣는 언어. 자신이 모르는 세상,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세상. 모든 걸 내려놓고 살 수도 있었건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은 가혹한 세상. 그 곳에서 비사는 살아가려 합니다.
사실 1년 전에 한 번 추천을 했던 글입니다만 추천하고 몇 달 후 형향님이 개인 사정으로 무기한 연중을 했었습니다. 횟수로 따지면 일년 하고 반년이 더 지났네요. 가슴이 아팠습니다. 연중 소식을 접했을 때 비명을 지르고 싶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과거 제 마음을 흔들어놓고 떠난 온갖 연중 소설이 떠오르고 대기업 취직으로 일등 신랑감이 됐다는 글을 남기고 문피아를 떠난 모 출판작가가 떠올랐었습니다. 이 사람들 처럼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 마다 느끼는 불안과 절망은 이루 말 할수 없습니다. 글을 다시는 못 본다는 것보다 현실의 문제로 꿈을 접는 그 모습에 세상은 왜이리 가혹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등 신랑감이 된 어느 작가가 스리슬쩍 자신이 과거에 출판했던 책을 전자책으로 공개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 글이 책으로 뙇!! 하고 출판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혹시나 하며 형향님의 서재에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꼴로 들락거리다 저 일등(이하 생략) 이 문피아에 복귀를 하셨기에 다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형향님의 서재에 접속을 했습니다.
복귀 하셨습니다.
좋아 죽겠습니다.
아아, 왔습니다. 1년을 넘게 기다렸습니다.
포탈 엽니다.
https://blog.munpia.com/nihiline/novel/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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