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편 읽지도 않았지만 너무 재미난 글 인지라 후다닥 추천글 달러왔습니다. 인간이 게을르면서도 새 글에 대한 탐욕은 또 강해서 몰아읽으면서 각 편당 댓글을 잘 못남기는 편이지요. 미안한 마음 겸사, 좋은 글에 대한 고마움 겸사하여 추천글 남깁니다.
주인공은 왕따로 자살을 하게되고 악마를 만나 죽지않고 영혼을 저당잡힌 반악마가 됩니다. 흔한 설정(왕따학생의 기연성장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만 이 작품의 진가는 풀어나가는 필력과 작가의 새로운 시선에 있습니다.
우선 안정적인 필력을 바탕으로 이미 인간이 아니게된 존재를 시니컬하게 잘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몇 장면만 뽑아왔습니다. 본문 인용이 문제가 된다면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1) 고학년 일진들에게 불려간 주인공의 대처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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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끝내자"
음식(?)들과 실랑이 벌이기도 귀찮았던 상실은 어쩌고저쩌고 말을 내뱉기도 전에 먼저 움직였다
2) 오랜만에 등교한 상실(주인공이름)의 책상에 적혀진 더러운 낙서글들에 관해 첫 날 하교하면서 나오는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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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까지 나가자 다들 집으로 돌아갈 준비에 부산한데, 상실이 교실 전체를 향해 말했다.
"어이."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아무도 무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교실의 권력자인데다, 그의 음성에서 왠지 함부로 넘겨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실은 자신의 책상을 가리켰다.
"낙서 한 놈들은 이거 다 지우고 가라."
가방을 등에 매며 덧붙였다.
"내일 와서 보겠어"
그가 유유히 밖으로 나가자 낙서를 해놓았던 아이들이 앞 다투어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칼로 책상을 깊게 파놓아, 울상이 된 정훈도 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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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실력으로 장황하게 추천하는 백마디 말보다 소설속 상황이 영화처럼 드러나는 이런 씬을 그대로 옮겨오는게 더 나은듯해서 함부로 발췌해왔습니다. 왕따였던 아이가 힘을 얻어 잘근잘근 복수를 하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지만 이처럼 정신적으로 성장해버린 주인공이 힘을 휘두를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는 것도 한 편으로 멋지지 않습니까?
가볍지 않은 글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섣부른 "왕따 - 기연 학원물"이라는 지레짐작에 속지 마시고 껍질을 벗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후회없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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