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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더니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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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비
작품등록일 :
2024.05.26 22:09
최근연재일 :
2024.06.23 23:04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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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0
추천수 :
62
글자수 :
132,779

작성
24.06.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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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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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화. 멸망의 단서(3)

DUMMY

함선은 또다시 분주해졌다.

연방의장.

정부와 군의 최고 통수권자.

200억 인류의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함선 전체가 떠들썩한 가운데 호율은 라일라와 복도를 걸어가는 중이었다.


“소대장이라뇨? 도대체 왜요?”

“그럼? 오늘 같은 일 계속 반복할래?”

“네?”

“사실 안톤이 맞아. 군인도 아닌 녀석을 임무에 참가시킨다는데 불만이 안 나올 리가 없지. 모르긴 몰라도 너 벼르고 있는 녀석들 한가득일 걸? 그때마다 일일이 때려눕히게?”


말인즉슨 그걸 막아주기 위해 임명했다는 뜻.

하지만 호율은 질색이었다.


‘젠장, 또 군대야.’


이윽고 둘은 도킹 통로 앞에 멈춰섰다.


“중위 라일라 비올라르.”


-확인되었습니다.


좌우로 열려가는 문.

그 너머를 바라보던 호율이 살짝 마른침을 삼켰다.

반대편에 도열해 있는 수십 명의 군인들 때문이었다.


******


응접실은 호화스러웠다.

붉은 색과 금색으로 치장된 실내는 정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호율과 라일라는 10분째 상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호율은 라일라의 얼굴에서 초조한 기색을 읽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잘된 일일지도.’


인류의 우두머리를 만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친분을 쌓아두면 멸망을 막는 데에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턱을 괸 채 뭔가를 생각하던 라일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그 표정은.”

“딱히 나쁠 건 없잖아요? 저한테나, 중위님한테나.”

“글쎄, 네 말대로 나한텐 좋은 일일 수 있겠지만 너한테도 그럴지는 모르겠네?”

“왜요? 중위님 말대로면 제가 군터 말을 할 줄 안다는 것 때문에 찾아온 가능성이 높은 거 아닌가요?”


막 무어라 말하려던 라일라가 몸을 일으켰다.


-위잉.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함께 몸을 일으키던 호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엥?’


“여어! 오랜만이구만 중위!”


나이는 쉰 정도 되었을까.

얼굴도, 몸도, 심지어 인상까지도.

모든 게 둥글둥글한 남자였다.

투실투실한 살집 때문에 작아 보이진 않았지만 주변 건장한 경호원들에 비해 머리 하나 작은 키.

목소리, 표정, 그 어떤 것에서도 소위 말하는 카리스마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왼편 가슴팍에 달린 저울 모양의 배지가 그의 신분이 의장임을 알려주는 정도.

헤세르 오토마이어.

현 인류 연방의 우두머리였다.


“어떻게, 임무는 할 만 하고?”

“할만한 임무가 어딨나요. 하라니까 하는 거지.”

“으허허! 그건 그렇지. 내가 또 멍청한 질문을 했구만.”


헤세르가 척 손을 내밀었고 라일라가 그것을 가볍게 맞잡았다.

이윽고 악수를 마친 헤세르가 호율을 돌아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자네는?”

“리라고 합니다.”

“동양식 이름인가? 그러고보니 자네 흑발에 흑안이군. 요즘 세상엔 참 드문데 말이야.”

“죄송한데 곧 임무 투입해야 해서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라일라가 끼어들며 말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 어떠실까요.”

“그럼 그럴까? 일단들 앉지. 자네들은 좀 나가 있고.”


헤세르의 말에 경호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장님,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돼. 여기 위험한 인물이 누가 있다고. 안 그런가 중위?”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으허허, 내가 이래서 자네를 마음에 들어 해. 유머가 있어서.”


헤세르가 손짓을 보냈고 경호원들은 곧바로 방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탁.


문이 닫히기 무섭게 헤세르가 말을 이었다.


“어떻게, 요즘 동부 쪽 근황은 좀 어떤가.”

“저보다 더 잘 아실 텐데요.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시는 걸로 압니다만.”

“현장 실무자가 말해주는 것하고 비교가 되나. 자네 의견이 듣고 싶어서 그래.”

"솔직히 말씀드리면 매우 안 좋아요. 앞으로 더욱 안 좋아질 거고. 뱃사를 포함 대종족들이 점점 노골적으로 세력을 넓히는 중이니 조만간 무슨 일이 터져도 크게 터지겠죠."

“그 정도인가? 하여간 뱃사 그 종족이 문제야. 맘 같아선 싹 쓸어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말이지.”

“말씀드린 대로 저희가 좀 바빠서 그런데 본론부터 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아차, 그랬지 참.”


헤세르가 호율을 돌아보았다.


“자네, 소문이 사실인가? 듣자 하니 군터 말을 할 수 있다던데.”


호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못합니다. 그냥 기초적인 의사소통 정도입니다.”

“덕분에 군터를 순순히 물러나게 할 수 있었죠.”


라일라의 말에 헤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군터는 갑자기 왜 나타났다던가?”

“뱃사랑 전투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기체가 고장났는지 윤활유를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 이상한 일이구만. 군터들은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 도망치는 족속은 아닌데 말이야. 그것도 모자라 다른 종족한테 구걸까지 하다니. 중위? 짐작가는 게 있나?”

“글쎄요? 저로서는 잘.”

“그럼 이건 어떤가.”


헤세르가 빙긋 미소를 머금었다.


“군터 전함에 누군가 중요한 인물이 타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 인물이 큰 부상을 입어서 최대한 빨리 모성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거지. 군터들은 모성 밖에서 죽으면 영혼이 우주를 떠돌게 된다고 믿거든. 그랬던 거라면 모든 게 아귀가 맞아떨어지지 않나?”

“뭐,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자존심까지 굽혀가며 도망치고 있었다는 건 그 인물이 굉장히 중요한 인물 아니었을까요?”

“그렇지! 적어도 황자 중 하나 정도는 아니었을까?”

“어머나, 진짜 그랬다면 아쉬운데요. 인질로 잡을 좋을 기회였는데.”

“으허허, 그냥 추측일 뿐이야. 어차피 인질을 잡아봤자 의미는 없었을 거고.”


라일라가 빤히 바라보는 가운데 헤세르가 호율을 돌아보았다.


“리라고 했지. 군터 말은 어디서 배웠나.”

“예전에 알고 지내던 부랑자가 가르쳐줬습니다.”

“왜 진즉에 밝히지 않고. 정부나 군에 알렸더라면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게 그러니까.”


호율은 머리를 긁적였다.

대화는 라일라가 말한 대로 흘러가는 중이었다.


“군터 말인 줄은 몰랐습니다.”

“엥?”

“그냥 어느 외계 종족의 말이라고 하더군요. 제 생각인데 그 부랑자도 군터 말인지는 몰랐던 거 같습니다.”

“혹시 이름은 기억 나나?”

“말씀드린 대로 부랑자였습니다. 당연히 미등록자고요.”

“아이고, 아쉽구만. 어쩌면 군터 어 전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헤세르가 아쉬운 표정을 짓다 다시 호율을 돌아보았다.


“자네 혹시 나랑 일해보는 건 어떤가?”

“리는 이번 임무에 저와 대동하기로 했습니다만.”


라일라가 끼어들며 말을 이었다.


“군터어 외에도 뱃사어 역시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어 통역 역할을 시키려고 해요. 본인도 희망하고 있고.”

“음? 내가 잘못 알고 있나? 미등록자인 걸로 아는데.”

“네, 일단은.”

“그럼 군인일 리는 없고, 결국 민간인이란 거 아닌가? 임무에 민간인을 대동하겠다? 군법에 빠삭한 건 아니지만 분명 규정 위반일 텐데?”


헤세르의 입가에선 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라일라 역시 물러설 기색은 없었다.


“민간인 징집에 관한 규정 역시 존재하죠. 저는 리가 군터어를 구사할 수 있어 규정에 따라 징집을 한 거고요.”

“사령부에 보고는 했나?”

“아뇨, 아직은.”

“그럼 아직 군인은 아니라는 거군. 내가 데려가는 데에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말이지.”

“이번 임무는 리가 없으면 수행하기 힘들 겁니다. 그래서 데려가려는 거고요.”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떤가. 당사자 의견을 따르는 걸로.”


헤세르가 미소를 머금었다.


“참고로 나를 따라온다면 당장 직속 비서로 임명해 주지.”

“!”


라일라가 눈을 치켜떴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호율을 포섭하려고 할 거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다.

연방 의장의 직속 비서.

그 지위와 권한은 사실상 웬만한 부처의 장관과도 맞먹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어.’


군터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의미를 가지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군터와의 관계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들은 극도로 호전적인 종족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해서 데려가려는 의미는 간단했다.

뭔가 군터를 포섭할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 있다는 것.

호율은 그 다리를 놓을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


‘이건 예상 못했는데.’


라일라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호율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죄송합니다만.”


호율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중위님을 따라가겠습니다.”

“흠, 아마 중위가 얘기 안 한 것 같은데 이번 임무는 무척이나 위험할 거야. 정보통에 의하면 뱃사놈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더군. 그게 오늘이 될지 내일이 될 지 모를 일이고.”

“그럼 더더욱 중위님을 따라가야겠군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곤 있었지만 정작 호율은 아깝기 그지없었다.


‘아오, 조금만 늦게 제안하지.’


연방 의장의 직속 비서.

당연히 인류의 멸망을 막는 것에 크게 다가갈 수 있을 터.

하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엘리스 실버.

그쪽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헤세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어째서?”

“네?”

“이해가 안 가서 말이야. 왜 굳이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겠다는 건지.”


표정과 목소리는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어둡게.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아까 당사자 의견에 따르기로 한 것 아니었나요?”

“아직 내 얘기 안 끝났네. 중위.”


라일라가 입을 다물곤 호율을 바라보았다.

호율은 난처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돌겠네 진짜.’


라일라가 말한 대로라면 이 헤세르라는 인간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했다.

즉, 어설프게 대답했다간 아마 강제로 끌고 갈 생각이리라.


‘엘리스 실버를 꼭 만나야 되는데.’


고민, 고민, 고민.

그러다 호율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건 아까 오르드와 나눴던 대화였다.


“사실은.”


척!

호율이 라일라를 가리켰다.


“중위님과 저는 깊은 관계입니다.”


라일라가 어깨를 움찔거렸지만 정작 헤세르 역시 깜짝 놀라느라 그런 라일라의 반응을 보진 못했다.


“으으으응???”

“같은 남자로서 이해하실 겁니다.”


툭,

호율이 라일라의 손에 손을 포개곤 말을 이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는, 그게 남자라는 생물 아닐까요.”


잠시 정적.

헤세르가 라일라를 돌아보았다.


“중위? 사실인가?”


호율은 순간 느꼈다.

순간 라일라의 체온이 3도 정도 내려가는 것을.

곧 라일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이에요.”

“언제부터?”

“지난 휴가 때 만났어요. 군터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고.”

“혹시 애인에게 병역을 만들어주려고...?”

“네, 평생 함께할 사람인데 미등록자로 살게 할 순 없으니까요.”

“허어... 그런 거라면 어쩔 수가 없지.”


‘됐다.’

‘됐다.’


막 호율과 라일라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려던 그때였다.


“강제로 데려가는 수밖에.”


순간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위잉!

-촤라라라라라라라락!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병력들이 우르르 안으로 쏟아져 들어섰다.

그 절반은 라일라에게, 나머지 절반은 호율을 에워쌌다.

라일라가 미간을 좁혔다.


“뭐하시는 거죠.”

“이해해 주게, 중위. 나로서는 자네 애인을 데려갈 수밖에 없어.”

“규정 운운하시던 분이 할 행동은 아닌 것 같은데요?”

“천만에. 연방법 73조에 정확히 명시되어 있잖나 연방의 정부 관계자는 미등록자에 대해 무조건적인 체포 및 구금 권한을 가진다고.”

“리는 지금 저희 부대 소속이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군인이니 정부 법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건가? 그래도 마찬가지야. 군 최고 통수권자의 권한을 모르지는 않겠지?”


헤세르가 턱짓으로 호율을 가리켰다.


“끌어내게.”

“네, 의장님.”


-우득!


‘아잇, 미치겠네 진짜.’


라일라는 여전히 헤세르를 빤히 노려보고 있는 중.

막 군인이 호율을 마저 일으켜 세우려던 그때였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라일라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뜻대로 하긴 힘드실 거예요.”

“설마 항명이라도 하게? 그만두게. 괜히 일 복잡하게 만들어봤자 자네만 피곤해져 이 사람아.”

“그럴 리가요. 맹세드리건데 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예요.”


라일라가 씩 미소를 머금었다.


“근데 제 애인은 다를 걸요?”

“어허허! 대단한 실력이라도 숨기고 있나 보지? 여기 있는 병력을 한번 보게. 자네도 잘 아는 얼굴들일 거야.”

“알아요. 사령부 소속들이시죠. 안타깝네요. 이런 귀중한 인재들이 고작 경호 인력으로 쓰이고 있다니.”

“자자, 쓸데없는 말싸움 그만하자고. 걱정할 거 없어. 자네 애인은 보다 안전한 곳에서 훨씬 가치 있는 일들을 하게 될 테니까.”

“소식이 이렇게 빨리 전해진 걸 보니 제 밑에도 사람을 심어놓으셨나 본데 얘기는 들으셨나요?”


헤세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얘기?”

“군터가 왜 그렇게 순순히 물러났는지요.”


헤세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전부 자네 애인 솜씨였다 이건가?”

“확인해 보시죠.”


호율은 마른침을 삼키며 라일라를 돌아보았다.

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


‘뭘 어쩌란 거야?’


호율이 바라보는 가운데 갑자기 라일라가 눈웃음을 짓는가 싶더니 호율에게 손을 흔들었다.

무슨 뜻인가 싶어 물끄러미 바라보던 호율이 갑자기 살짝 눈을 치켜떴다.


‘혹시.’


워낙 경황이 없어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분명 봤더랬다.

아까 오르드의 독을 빼낼 때 몇몇 군터 병사들이 몸을 휘청거리는 것이.

헤세르는 라일라의 경고를 별로 귀담아듣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기에.


“뭐 하고 있어. 끌어내지 않고.”

“네, 의장님.”


-우득!

-우득!


손 두개가 더 날아들어 호율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군인들 역시 헤세르와 마찬가지로 얼굴엔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각성자는 각성자를 알아본다.

호율에게선 각성자 특유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바로 다음 순간 전까지만.


-툭.


호율이 갑자기 손바닥으로 탁자를 짚었고,


-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군인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총과 검으로 그런 호율을 겨냥했다.

하지만 미처 손을 내리라는 명령까진 할 수 없었다.


-쿠쿵!!!!!!


‘!’

‘!’

‘!’

‘!’

‘!’

‘!’

‘!’

‘!’

‘!’


약속이라도 한 듯 군인들이 동시에 몸을 휘청거렸다.

호율은 멈추지 않았다.


'점점 익숙해진다.'


-우우우웅!


호율은 오르드의 독을 빨아들일 때의 그 감각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효과는 지체없이 나타났다.


-쿠구구구구궁!!!!!!!!!!


“커억!”

“윽!”

“크으윽!”

“아윽!”


군인들이 동시에 무너져내리는가 싶더니 각자의 무기로 바닥을 짚었다.

아까는 일순 의식이 아득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아니, 어디론가 끌려가 버릴 것 같았다.

가늠하기조차 힘든 어떤 거대한 존재에게로.


‘아까 겪어봐서 다행이야.’


라일라 역시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지만 그녀는 꽤 흐트러짐 없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나름 필사적인 연기였다.

헤세르에게 보여주기 위해.

리와 자신이 어떤 관계인지를.

당연히 헤세르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게 대체...!"


전원이 각성자에다 엘리트 장교들.

그런 병력을 한순간에 제압해 버리다니.

하지만 정작 얼굴에 떠오르고 있는 것은 겁에 질린 표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자네!”


눈은 희번덕거리는 중이었다.

마치 귀중한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정말 대단하구만! 정말 맘에 들어!”


이어 실내 가득 헤세르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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