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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금산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잡아먹고 저승정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배금산
작품등록일 :
2023.10.15 08:53
최근연재일 :
2023.11.29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8,192
추천수 :
108
글자수 :
188,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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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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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 17. 함정(4)

DUMMY

# 17. 함정(4)


- 우아아, 살려 줘!

남대기가 발을 뚝 멈추고 헐레벌떡 지나치는 나필수를 보면서 혀를 찼다.

“어휴, 미쳐. 잡귀 레벨에서 벗어났다더니 아직도 그 꼴이야?”

“저, 저거 아는 귀신이야?”

‘어라? 얘는 또 갑자기 왜 이래. 필수가 눈에 보이나?’

그 생각이 들면서 문득 떠오른 게 재해대책본부 컨테이너에서 신병에 들린 박대형의 모습이었다.

그럼?


“맞지? 내 눈에 귀신이 보이는 거지?“

감격에 찬 목소리. 노추산 전명원 집에 같이 가면서 귀신보이면 좋겠다고 나발 불더니 소원성취 한 건가.

“너무 좋아하지 마. 선무당이 사람 잡아.”

*****

모락모락 수증기처럼 피던 안개는 두꺼운 구름처럼 눈앞을 몽실 거렸다.

차가운 공기, 길 위로 줄줄 흘러내리는 물줄기, 푹푹 빠지는 발, 숨을 압박하는 눅눅한 공기, 귀신이 울부짖는 바람소리까지. 박대형은 공포감에 질린 눈으로 주변을 살피느라 바빴다.


“저, 저기 귀신...?”박대형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 희미한 형체가 허깨비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야!”

지랄. 나이 먹어도 생각나는 건 엄마밖에 없냐. 남대기는 뒤로 숨은 박대형의 어깨를 아프게 후려쳤다.

짝! “정신 차려!”

악!

눈물이 찔끔한 박대형이 다시 보니 앞에 다가온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 천우형 당주였다.

‘어? 천당주님이 저렇게 컸었나?’

아무리 안개가 잔뜩 끼어 형체가 겹쳐 보인다고 하지만 그는 전에 비해 배 가까이 커보였다. 거의 거인에 가까울 만큼.


“히야. 저거 봐. 저기 둥둥 떠오는 게 영체 맞지?”

박대형은 그게 아랑곳없이 손가락질하기에 바빴다.

“뭐라고?”

놀란 남대기의 눈이 홱 돌아갔다.

그랬다. 모두 수백 개의 희끄무레한 영체들이 풍선처럼 희미한 하늘을 점유하면서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스러웠다. 놈들이 접근하면서 다양한 음색의 귀신 울부짖는 소리가 귓구멍을 갉아먹는 것만 같다.

남대기는 대충 견딜만했지만 박대형은 전혀 아니었다. 잔뜩 오만상을 쓰면서 양손으로 귀를 막았지만 소리는 줄지 않았다.


남대기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띠리, 띠리링. 악령시가 울고 있었다.


- 저것들은 별 거 아냐! 그 뒤에 오는 놈들 좀 봐.

나필수가 비명을 지르다시피 했다.

썩어 너덜거리는 살점들 사이로 군데군데 드러난 푸르뎅뎅한 뼈다귀들이 덜거덕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지면을 걸어오고 있었다. 악령들 뒤에는 세상을 온통 불사를 것처럼 불길을 토해내는 악귀들 몇 마리가 날아오고 있었고.


가슴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두루마기의 속주머니에서 지옥만화경이 지잉, 지이잉 울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주머니에서 빼달라고 몸으로 요구하는 것 같다.


남대기는 만화경을 꺼내들었다. 한 뼘 길이의 만화경이 화톳불처럼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손가락이 타버릴 것 같은 극통. 이렇게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건 처음. 한 번에 엄청난 숫자의 영체와 악령, 악귀들을 대하니 잔뜩 흥분한 것 같기도 하다.

“자, 자. 흥분하지 말고! 가랏!”

남대기가 손을 놓았다. 만화경은 한 번 꿈틀하더니 그 반동을 타고 섬광처럼 쏘아졌다.


싸아아!

공기가 잘리는 듯한 파공성과 더불어 공간이 일정 범위로 싹둑싹둑 잘려 나갔다.

끄아아악, 까아악.

수십 마리의 귀신들 머리가 일거에 잘려 나갔고, 그 장면을 본 나필수의 영체가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녀석이 쭉쭉 귀신들의 대가리에서 정수를 빨아들이는 소리에 남대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이젠 저런 보통의 원귀, 잡귀들의 정수 따위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 원기를 충족시키려면 적어도 저 놈들 뒤. 남대기의 녹색파장의 눈빛이 악령과 악귀들을 쏘아보았다.

목이 마르다. 그래, 저 정도는 돼야 배가 부르지.


한 바퀴 공간을 크게 휘저은 만화경이 돌아오는 걸 기다려 남대기가 발을 박찼다.


썩어빠진 살점, 코를 뭉갤 것 같은 악취를 향해서.


빠각, 바가각!

뼈가 부서지고 부러지고 뭉개지는 소리가 연이어 공기를 갈랐다. 한 마리, 두 마리, 한 방에 세 마리! 두개골이 박살날 때마다 놈들의 정수를 흡수! 하, 미치겠네. 냄새가 너무 지독해.

“자, 마지막 한 놈!”

팅! 엇?

무슨 철갑을 두드리는 느낌이 왔다. 뭐야, 저건?

악령들은 보통 1렙 붉은 색깔인데 이놈은 누런 3렙 막걸리 색깔이었다. 하지만 만화경도 한 단계 오른 것 같고, 남대기의 경지는 이미 4렙 초록 투경에 오른 상태.


남대기가 그 자리에서 껑충 뛰면서 힘을 더해 만화경으로 놈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빠직.

놈의 대가리에서 썩은 점액이 어지럽게 튀면서 두개골이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 우헤헤. 이건 내 꺼.

뒤에서 잡귀들의 정수를 빨아먹던 나필수가 헤벌레 웃으며 아가리를 쫙 벌렸다.

“에이, 많이 처먹어라.”


그 보다...불길을 호신강기처럼 몸에 두른 불의 악귀들은 서두를 것 없다는 듯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저들의 정체가 뭔데 저렇게 불을 내뿜을까. 남대기가 한창 정수를 빨아먹는 나필수를 쳐다보았다.

후르륵, 쩝. 하는 정수 흡입하는 소리가 끊겼다. 마 마신 모양이네.

- 헤헤, 궁금해? 그냥 불귀신이야. 불에 타죽은 사람들 중에 혼령의 힘이 강한 것들이지. 저놈들 중에는 생전에 소방관들도 있어.

‘소방관이라...불을 끄다 죽은 억울한 영혼들인가?’

이미 악귀로 변했으니 사정 봐줄 것도 없다. 내 앞길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절대 용서할 수 없어.


화르륵. 남대기를 에워싼 세 마리의 불귀신들의 화력이 삽시에 훨씬 강해졌다.

처음에는 살갗을 태울 정도의 화력이 뼈골을 완전히 녹일 정도의 엄청난 불길로 화했다.

“어라, 이것들이 힘을 합체했어.”

말하자면 따로 떨어졌을 때는 각각의 화력을 내지만 모이면 진을 형성한 것처럼 합치된 힘을 발휘한다. 억지로 그 합치된 힘을 상대하다가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한 바퀴 빙 둘러 놈들을 살핀 남대기의 눈이 살짝 빛을 내다 가라앉았다. 삼재, 오행, 구궁진 등 진법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중 천지인, 삼재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서 쉼 없이 공격하는 진에 말리면 놈들의 공격에 정신 못 차리고 허덕이다 끝장난다. 삼재의 중심을 이루는 한 놈! 그 놈을 타겟으로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쉽게 진이 와해된다. 일단 그 중심, 천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데.


미처 파악하기 전에 돌개바람처럼 진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압력이 점점 강해져서 몸을 움직이기도 버겁지만 숨쉬기도 어렵다.

휘휘휘휙.

놈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면서 남대기의 몸이 완전히 가려졌다.

- 저 왼쪽, 자주색이 살짝 섞은 놈이 주장이야. 저놈이 신호를 주고 있어.

뭐? 제법인데? 남대기의 입술이 살짝 비틀렸다.

“간닷!”

남대기가 돌아가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힘이 가장 크게 받는 그곳. 자살행위다!

그러나 강한 힘이 남대기의 몸을 밀어붙였다 싶었을 때 남대기는 그 힘을 거역하지 않고 몸을 위로 퉁겼다. 그러면서 꽁무니가 보이는 놈에게 만화경을 날렸다. 무척 유효적절한 타이밍!

쾅! 끄아악!

돼지 멱따는 비명과 더불어 한 놈이 비슬비슬 뒤로 물러나면서 붉은 화염이 확 줄어버렸다.

화염이 삽시에 사라진 뒤에 보이는 놈들의 몰골을 초라했다. 대가리만 남았을 만큼 작은 형체. 그것도 금방 열 받은 얼음처럼 녹아들고 있었다.

‘그냥 소멸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남대기가 입을 크게 열고 주장 불귀신의 정수를 빨아들였다. 잡귀의 정수맛이 텁텁하고, 원귀는 찝찔하고, 물귀신이 물처럼 담담하다면 불귀신은 화끈하다.


- 으악, 안돼!

소스라쳐 놀란 나필수가 얼른 아가리를 활짝 벌리고 불귀신들의 정수를 빨기 시작했다.


불귀신들이 소멸된 뒤끝, 희미한 형체가 일렁이면서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저건, 천우형!

옳지! 뒤에서 악령, 악귀들을 조종하다 본색이 드러난 셈인데, 가만, 저건...?

남대기의 눈이 번쩍 빛났다. 안개 속에서도 뚜렷한 애들 손바닥 크기의 거울형체. 암흑처럼 검은 거울에서 연기 같은 뭔가가 스르르 기어 나오는 게 잡혔다.

혹시 지옥경?

지옥경은 장철수가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천우형이 가지고 있다는 건?

변신술이야. 천우형이 장철수와 동일인이거든. 머릿속 한 쪽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어쩐지 작고 왜소하던 체구가 엄청 커졌다고 했더니. 그나저나 변신술까지 한다면


남대기가 막걸음을 떼었을 때,

“같이 가!”

박대형 기자가 헬레벌떡 쫓아왔다. 달려오면서도 사진을 찍는지 적외선카메라가 연신 명멸했다.

- 야야, 나 찍지 마.

“어? 금방 찍힌 게 너였어?”

- 그래. 적외선사진 나오는 거 그거 흉측해서 싫더라.

“아, 알았어.”

뭐야? 이젠 귀신이랑 대화를 나눌 정도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은 수정해야할 것 같다. 저 정도면 청출어람에 상전벽해지.

박대형의 손을 잡고 속도를 배가 시키면서도 남대기는 기분이 묘했다.


- 제왕산 쪽으로 가네.

“거긴 왜?”

- 글쎄. 그게 마을묘지인지 수백 개의 무덤으로 꽉 차있던 데?

“그래?”

그러고 보면 아까 지옥경에서 나온 건 뭘까. 왠지 유인당하는 느낌에 꺼림칙하긴 했지만 기호지세, 호랑이 등을 탄 형국이다.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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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18. 지옥경의 비밀(1) 23.11.28 35 0 9쪽
» # 17. 함정(4) 23.11.27 40 0 10쪽
40 # 17. 함정(3) 23.11.24 61 0 11쪽
39 # 17. 함정(2) +1 23.11.23 53 0 12쪽
38 # 17. 함정(1) 23.11.22 59 0 9쪽
37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3) 23.11.21 61 0 11쪽
36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2) 23.11.20 75 1 13쪽
35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1) 23.11.17 84 0 12쪽
34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3) 23.11.16 89 1 8쪽
33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2) 23.11.15 101 1 9쪽
32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1) 23.11.14 99 0 9쪽
31 # 14. 시작에 불과해(2) 23.11.13 99 0 9쪽
30 # 14. 시작에 불과해(1) 23.11.10 117 0 10쪽
29 # 13. 단서(2) 23.11.09 116 0 10쪽
28 # 13. 단서(1) 23.11.08 121 1 10쪽
27 # 12. 돌아온 악령(2) 23.11.07 138 1 10쪽
26 # 12. 돌아온 악령(1) 23.11.06 156 1 10쪽
25 # 11. 악령(2) 23.11.03 165 1 10쪽
24 # 11. 악령(1) 23.11.02 165 2 9쪽
23 # 10. 잡귀 소굴(2) 23.11.01 183 2 9쪽
22 # 10. 잡귀 소굴(1) 23.10.31 189 2 10쪽
21 # 9. 네트워크(2) 23.10.30 196 2 9쪽
20 # 9. 네트워크(1) 23.10.29 2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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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8. 까불다 다쳐(1) 23.10.27 20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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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7. 일타 쌍피(1) 23.10.25 21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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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3. 귀신사냥(2) 23.10.18 29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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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1. 첫 손님(1) 23.10.15 45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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