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배금산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잡아먹고 저승정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배금산
작품등록일 :
2023.10.15 08:53
최근연재일 :
2023.11.29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8,188
추천수 :
108
글자수 :
188,959

작성
23.11.01 07:00
조회
182
추천
2
글자
9쪽

# 10. 잡귀 소굴(2)

DUMMY

# 10. 잡귀 소굴(2)


“대형아, 넌 멀리 떨어져 있어.”

“아, 알았어.”

박대형이 적외선 카메라를 꼭 붙잡고 멈췄다. 몸은 떨려도 안경속의 눈은 날카로웠다.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가던 남대기가 발을 뚝 멈추었다. 10여 미터 앞, 봉두난발 같은 잡초가 뿌리박은 몇 개의 무덤을 등지고 흰 옷차림의 여자가 서있었다.


‘저건 귀신이 아냐. 악령이 빙의한 것 같은 데...’

두꺼운 물안개와 구름 속을 떠가는 눈썹달, 계곡 속에서 불어오는 물기 먹은 바람과 귓전을 썰어대는 계곡물 소리, 피부를 적시는 차가운 바람. 이 정도면 귀신이 활동하기에 딱 적당한 환경이다. 잡귀들이 서식하는 대상물에 빙의하기도 쉽고.


여자는 남대기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인데, 호이호이 귀곡상을 흘리더니 이내 무덤에 달라붙었다.


타닥, 파바박.

무덤을 덮은 흙과 잡초가 마구 떨어져 나갔다. 곧 무덤 속이 드러나면서 문드러진 나무 관이 드러났다.


‘뭐야. 어떻게 하려고?’

남대기와 꽤 거리가 있지만 음산한 달빛을 받은 나무관이 빤히 보인다.

혹시...?

박대형의 으슬으슬 가슴이 떨렸다. 공포영회에서 가끔 나오는 장면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저거 말리면 좋겠는데...’

남대기는 미동 없이 우뚝 서있을 뿐 여자를 제지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우지끈.

드디어 우려하던 장면이 나왔다. 관 뚜껑이 뜯기면서 창백한 백골이 드러난 것이다.

여자가 백골의 머리를 들어 우적우적 씹었다.


그 때, 남대기가 힐끔 뒤로 돌아봤다. 박대형은 그의 누렇게 빛나는 기이한 눈빛에 가슴이 철렁할 때, 남대기가 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아차!

그제야 자신의 할 일을 깨달은 박대형이 구도를 바꿔가면서 몇 번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불빛이 찰나 간에 명멸했다.

으드득.

여자가 뼈다귀를 씹다말고 뒤를 돌아본 건 그 직후였다. 핏물이 고인 것처럼 새빨간 눈동자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우헥!

박대형이 주춤 주춤 뒤로 물러날 때 남대기는 오히려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펄쩍!

여자가 뒤로 공중제비 하면서 치마가 확 뒤집혔다. 희미한 달빛을 반사하는 새하얀 다리가 물찬 잉어처럼 꿈틀대는 장면은 차라리 비현실적이었다.


남대기가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을 때,

카우웅!

여자의 입이 한껏 벌어지면서 짐승 같은 울부짖음이 터치며 침방울이 지저분하게 튀었다. 이어 그녀의 갈퀴처럼 흉측한 양손이 남대기의 목과 가슴을 동시에 찍었다.


‘조, 조심해!’

박대형은 소리치고 싶어도 소리가 입안을 맴도는 걸 느끼고 얼굴이 허예졌다.

보이지 않는 끈이 온몸을 묶고 있는 것 같고 사지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입과 코로 흡입하는 공기에 마취제라도 들어있는 것 같다.


자신이 이럴 정도면 직접 요물과 싸우는... 어...?


전혀 다리가 움직인 것 같지 않았는데도 남대기의 두 발이 뒤로 쭉 미끄러져 양손을 피한 것이다.


- 뭐해! 정신 차려!

“어, 어...!”정신이 겉도는 것 같은 모호한 대답에 나필수는 미칠 지경이었다. 독기를 내뿜는 저 눈과 입에서 수시로 튀어나오는 침방울에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마비시키는 강력한 성분이 들어있는 게 틀림 없다.- 미쳐.

여자가 공격할 때마다 남대기의 몸을 밀어 간신히 위험을 모면시키던 나필수가 다리를 헛디디면서 비탈로 쭉 미끄러졌다. 그와 함께 균형을 잃은 남대기 몸은 그대로 부서진 관 뚜껑 위로 떨어졌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끼히히히, 네가 네 무덤을 팠구나.”

여자의 뼈골을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안개 속으로 잠겨들고.

빠직!

여자가 씹던 두개골을 뭉개며 떨어진 남대기는 주머니에 있던 지옥만화경이 또르르 구르며 내는 맑은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띠리링.

정신을 맑게 해주는 소리는 접안렌즈 부분에서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만화경의 렌즈를 버튼처럼 눌렀다.

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물렌즈에서 칠채 무지개가 광선처럼 뻗어 여자의 얼굴을 비춘 것이다. 마치 후레쉬를 비춘 것처럼.

저건?

여자의 두개골에서 꿈틀거리는 잔뜩 똬리 친 시커먼 뱀이 온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했다.

털썩.

그와 함께 여자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끼이이, 끼이이이.

뱀이 내는 소린지 여자가 내는 소린지 모를 괴이한 비명소리가 바람 속을 파고들며 안개결을 흐트렸다.

두개골 속의 뱀이 축 늘어져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

- 으헤헤! 저건 내 거야!

갑자기 나타난 나필수가 입을 딱 벌렸다.

여자의 두개골에서 힘없이 끌려나온 뱀의 영체가 줄처럼 쭉 뻗어 나필수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꿀떡!

니필수의 배가 임신부처럼 부풀었다가 이내 꺼졌다.

- 헤헤, 고마워. 귀신들한테 빼앗긴 내 원기가 회복되었어.

그 녀석 개구쟁이처럼 웃는 거 보니 무척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걸.

“자식, 회복될 정도가 아니라 네 영체가 많이 커졌어.”

- 뭐? 헤에. 어쩐지 몸이 조금 거북해서 배가 불러 그런가 했더니.

자식이 긴 혀를 나불거리며 입술을 훔친다.

“근데 뱀도 귀신이 있냐?”

- 아니, 저건 중간계에서 온 마귀가 뱀으로 변신한 거야.

“....중간계? 마귀...?”

- 그게 뭐, 나 같은 원귀나 잡귀신은 지상계, 악마나 악귀 같은 것들은 지하계, 도깨비나 마귀 같은 악령은 중간계, 신이 사는 곳을 천상계라고 하거든. 그 이상은 나도 몰라.

“그래?”

지상계, 지하계, 중간계, 천상계. 판타지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오는 설정인 줄 알았더니 그게 진짜 존재하는 건가?

남대기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중간계에서 온 마귀한테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 그만큼 지상계의 귀신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힘과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란 얘기다.


뭐, 당장 그걸 고민하기보다...


“나박수, 약속시간이 지났어. 8시 10분!”

“아차!”

어쩐지 뭔가 까먹었나 싶더니. 참, 남대기는 얼른 바닥에 정신을 쓰러진 여자를 살폈다.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미녀였다. 맨발에 소복 같은 옷은 찢어지고 헤지고 더럽긴 하지만..., 잠옷으로 보였고.


잠옷이라...그럼?

남대기의 눈에 수림 끝에 걸린 저택의 지붕이 들어왔다.

- 그 여자가 전명원 딸 전혜지야.

나필수가 아는 척 했다. 미쳤다더니 이 여자가 그 여자였어.

잠시 기다려도 여자는 잠에 빠진 듯 깨어나지 않고. 할 수 없지. 덜렁 여자를 업은 남대기가 여자의 몸을 추스렸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몸뚱이가 외려 거추장스럽다.


남대기가 빠르게 박대형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너 사진 찍은 거 즉시 인화가능하지?”

“어, 잠깐만.”

내장된 인화지가 영화필름처럼 길게 나왔다.

처음 여자가 두개골 뼈를 씹는 장면에서 나중에 머리를 싸안고 털썩 주저앉은 장면까지. 모두 10장의 붉은 바탕 사진이었다. 온통 붉은 색이라 식별이 잘 안되긴 했지만, 자세히 보면 여자의 머리 속에 뭔가 둥글게 뭉친 게 보였다. 막판에 머리에서 줄처럼 긴 검붉은 기운이 나와서 붉은 형체 속으로 사그라지는 장면까지. 그 외에 남대기의 눈에 보였던 뱀의 형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걸로는 안 되겠어.’

남대기는 실망스러웠지만 의외로 박대형이 탄성을 질렀다.

“와, 이거 뱀 아냐?”

엉?

남대기와 나필수의 눈이 마주쳤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 설마 박대형도 신기나 영기가 있어 뱀을 본 거야?

박대형이 눈이 뚱그래진 남대기를 보고 안경을 추스르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건 적외선 카메라로 똬리 친 뱀을 찍으면 꼭 요렇게 나오거든.”

아아....그런 수도 있구나.


성벽처럼 높은 돌 벽은 철옹성처럼 저택을 감싸고 있었다. 장막처럼 어둠이 층층이 쌓인 저택을 바라보던 남대기는 답답했다.

가슴을 짓누르는 묵직한 기운에 남대기의 안색이 가라앉았다.


띵동...

남대기가 업힌 전혜지가 꿈틀대는 걸 느끼고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을 때, 철컹 문이 열렸다.

집안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전자식 문이었다. 그래도 아무리 그렇지 그리 달가운 손님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나와서 맞아줘야 하는 거 아냐?


대문이 열리고 잘꾸며진 커다란 정원 중간쯤 갔을까,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뛰쳐나온 여자가 있었다. 여전히 화려한 옷차림. 고미숙이었다.


날 보고 대놓고 쫓아온 건 아닐 거고.


남대기를 지나친 고미숙이 전혜지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흐흑, 혜지야, 정신 차려. 어디서 뭐하다가 이렇게...흑흑, 몸이 성한 데가 없어.”

휴, 미친년한테 집이고 뭐고 있나. 미쳐서 싸돌아 다녔으니 제대로 먹지도 못했겠지.

“여사님. 나 힘드니까 그만 매달리세요.”

“어, 어머. 미안해요...”

그녀가 사과를 했지만 눈길은 여전히 딸의 얼굴에 박혀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저건 뭐야?

마른 수수깡처럼 바싹 마른 몸매, 뭔 연회에 참석한 듯 시커먼 연미복에 꼭 만화에 나오는 딱따구리처럼 뒤로 뻗친 머리가 인상적...꼴불견이다.


한 서른 쯤 되었을까. 나이로 봐선 고등학생 아들은 아닐 거고. 키만 멀쑥한 녀석이 구두소리를 또각거리며 남대기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잡아먹고 저승정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변경 공지 23.10.23 196 0 -
43 # 18. 지옥경의 비밀(2) 23.11.29 36 0 11쪽
42 # 18. 지옥경의 비밀(1) 23.11.28 35 0 9쪽
41 # 17. 함정(4) 23.11.27 39 0 10쪽
40 # 17. 함정(3) 23.11.24 61 0 11쪽
39 # 17. 함정(2) +1 23.11.23 53 0 12쪽
38 # 17. 함정(1) 23.11.22 59 0 9쪽
37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3) 23.11.21 61 0 11쪽
36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2) 23.11.20 75 1 13쪽
35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1) 23.11.17 84 0 12쪽
34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3) 23.11.16 89 1 8쪽
33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2) 23.11.15 101 1 9쪽
32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1) 23.11.14 99 0 9쪽
31 # 14. 시작에 불과해(2) 23.11.13 98 0 9쪽
30 # 14. 시작에 불과해(1) 23.11.10 117 0 10쪽
29 # 13. 단서(2) 23.11.09 116 0 10쪽
28 # 13. 단서(1) 23.11.08 120 1 10쪽
27 # 12. 돌아온 악령(2) 23.11.07 137 1 10쪽
26 # 12. 돌아온 악령(1) 23.11.06 156 1 10쪽
25 # 11. 악령(2) 23.11.03 165 1 10쪽
24 # 11. 악령(1) 23.11.02 165 2 9쪽
» # 10. 잡귀 소굴(2) 23.11.01 183 2 9쪽
22 # 10. 잡귀 소굴(1) 23.10.31 189 2 10쪽
21 # 9. 네트워크(2) 23.10.30 196 2 9쪽
20 # 9. 네트워크(1) 23.10.29 207 2 9쪽
19 # 8. 까불다 다쳐(2) 23.10.28 203 1 9쪽
18 # 8. 까불다 다쳐(1) 23.10.27 208 2 9쪽
17 # 7. 일타 쌍피(3) 23.10.26 213 3 9쪽
16 # 7. 일타 쌍피(2) 23.10.26 202 4 8쪽
15 # 7. 일타 쌍피(1) 23.10.25 217 3 9쪽
14 # 6. 도피자금이야(2) 23.10.24 227 5 9쪽
13 # 6. 도피자금이야(1) 23.10.23 244 6 9쪽
12 # 5.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2) 23.10.22 256 5 8쪽
11 # 5.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1) 23.10.21 270 7 9쪽
10 # 4. 귀신 놀음(2) 23.10.21 277 2 8쪽
9 # 4. 귀신 놀음(1) 23.10.20 275 4 10쪽
8 # 3. 귀신사냥(3) 23.10.19 284 4 11쪽
7 # 3. 귀신사냥(2) 23.10.18 290 4 11쪽
6 # 3. 귀신사냥(1) 23.10.17 303 7 10쪽
5 # 2. 과거가 증발했어(2) 23.10.16 331 7 10쪽
4 # 2. 과거가 증발했어(1) 23.10.16 351 6 11쪽
3 # 1. 첫 손님(2) 23.10.15 377 6 11쪽
2 # 1. 첫 손님(1) 23.10.15 450 7 12쪽
1 # 프롤로그 +2 23.10.15 552 8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