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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금산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잡아먹고 저승정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배금산
작품등록일 :
2023.10.15 08:53
최근연재일 :
2023.11.29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8,190
추천수 :
108
글자수 :
188,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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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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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 14. 시작에 불과해(2)

DUMMY

# 14. 시작에 불과해(2)


순간! 눈을 지지는 듯한 광채가 바락 남대기의 눈에서 튀어나왔다.


컥!

양 눈을 감싸 쥔 괴인이 뒤로 엉금엉금 기면서 눈을 황급히 비볐다.

방금 내 눈을 땅벌처럼 쏜 게 뭐였지?


혹시? 흑!

남대기의 화톳불처럼 타오르는 눈빛이 괴인을 직시하고 있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건 얼굴이나 목에 생겼던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있다는 것이다.

“저, 저건 인체 재생술?”

황소눈깔을 부릅뜬 괴인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날렸다.


팍싹!

유리창이 부서지는 섬연한 소리가 기다린 것처럼 귓전을 때렸다.

쿵.

그제야 통나무처럼 등을 보이며 서있던 장한수가 머리부터 바닥을 처박았다.

“미친!”

창문으로 달려가는 순간에도 남대기의 눈에 걸린 건 다섯 개의 손톱형태로 뻥 뚫린 주먹만한 구멍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심장을 파낸 자리라는 것도....


우수관을 타고 내려가는 괴인의 동작은 날원숭이처럼 날랬다. 몇 번 눈을 껌뻑이는 새에 벌써 밑바닥에 발을 딛고 있었다.

그와 함께,

현관 부근에서 황망히 쫓아 나오는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보나마나 김인호와 박대형.


꼼짝 마!

공간을 격해서 들리는 소리인 때문인지 어딘가 억눌린 듯한 목소리.

하, 겁먹었어.

천하의 김인호가...그렇게 표현하면 어패가 있겠지만 이미 위축된 김인호는 괴인의 상대가 아니었다.

괴인은 달리는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고 앞을 가로막는 김인호를 갈고리 손으로 찍어버렸다.

컥!

김인호가 뒤로 벌렁 나가떨어지고 뒤따라 달려들던 박대형은 솔개에게 쫓긴 꿩처럼 화단에 머리를 박고 떨었다. 괴인은 그를 힐끔 보고 날 듯이 멀어졌다.


휴우...

박대형이 무사한 건 다행이지만 괴인의 손에 당한 김인호는....?


그 높은 층에서 남대기가 내려 보는 걸 느꼈을까. 김인호의 옆으로 다가간 남대형이 김인호를 붙잡아 세우더니 양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두 놈 다 계면쩍게 웃는 모습이다.

**********


“아으, 미치고 팔딱이네. 뭔 이런 밤중에 전화질이야.”

최병로 경사는 하품을 질질 짜면서 김수환 경위가 기다리는 천국아파트 입구에 차를 세웠다. 남대기의 연락을 받은 최병로가 파트너 김수환을 불러낸 것.


김수환은 잠이 덜 깬 얼굴로 허깨비처럼 고개를 흔들다가 얼른 최병로의 차를 탔다.


“아함, 누구래?”“.......”

“엉!? 왜 대답이 없어. 피살된 사람이 누구냐고!”

“씨발!”

“어, 이 새끼 봐. 너 경사되더니 눈에 뵈는 거 없어?”

“그에 아니고요, 좃 같아서 하는 말이죠.”

“야, 그 자식. 남박수 닮았냐. 사람 궁금하게.”

“죽은 놈, 아니 분이 누구나면...”

“.......?”

“우리 경찰서, 서장이랍니다.”

“뭣? 저, 저 그거...그 죽은 미친 새끼가...?”


듣는 것 보다 보는 게, 보는 게, 보는 거 보다 직접 겪는 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최병로 경사는 평생 잊지 못할 그런 경험을 하고 있었다.


심장이 뽑힌 끔찍한 시신, 도축장처럼 핏물이 고인 거실 바닥, 붉은 물감을 휘뿌린 듯한 벽면, 쪼그라든 심장은 발에 채일 것 같고. 완벽한 현장 보존이 수사의 에프 엠이다.

조심스럽게 핏자국과 시신을 피해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고 수첩에 특기사항을 적은 최병로가 김수환 경위가 있는 방애 들어섰다.


서재인 모양인지 방 중앙을 가로막은 서가 안쪽에 진열장이 놓여 있었다.

보통 진열하는 수석이나 상패 등이 아닌 한국인 남녀의 석고 흉상 두 개가 붙어 있었다. 목 부위에서 머리 부분까지 형상화한 흉상이었다.


거기, 두 흉상에 김수환의 경위의 시선이 못 박혀 떨어질 줄 모른다.

뭐, 특이한 것도 없잖아.


“선배님, 거기서 뭐 하십니까?”


잠깐 침묵하던 김수환이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너, 서장 취미가 뭔지 알지?”

“그거요. 알죠. 직원들한테 취미생활을 함께 하자고 어찌나 달달 볶던지. 근데 그건 왜요?”

“왜긴. 이 흉상들 자세히 봐. 누구랑 닮지 않았어?”

“누구랑 닮았다는...어어? 얘들이 왜 여기에 있어.”

몇 개월 전에 경찰서에 발령받은 신입 남녀 경관. 서로 첫눈에 반해 결혼 얘기가 오가다가 행방불명 된 두 사람이 왜 여기에?

벌렁, 벌렁.

최병로 경사의 가슴이 급격한 박동을 일으켰다.


“두 사람이 우리 서로 발령받자마자 서장이 주도하는 취미클럽에 가입한 거 알지?”

목소리가 귓등을 때리고 둥둥 떠가는 것처럼 들렸다.


『선배님 저희들 결혼하기로 했어요.』

『야, 경찰 좋다.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결혼이야?』

『헤헤, 결혼하면 돈이 쉽게 모이잖아요. 에들도 일찍 낳아 재직 중에 결혼도 시키면 노후가 편해진다면서요.』

“야, 그거 내가 한 말이잖아.”

“그러니까요. 존경하는 선배님의 금과옥조같은 말씀을 무시하면 좋은 후배가 아니죠.”

요즘 애들 참 무섭다고 씁쓸하던 기억이 어제일 같은데...


짝! 앗, 따거.

“너 인마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자, 잡아야죠.”

“뭘. 범인을 잡자고?”

“네, 물론입니다. 이 새끼들 불쌍해서...”

“어휴, 죽은 놈 부랄 잡고 흔들자는 거야?”

“네...? 아, 이 새끼들 잘린 몸을 찾고요, 고, 공범이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두 사람이 대화할 때 얼굴과 몸에 묻은 피를 씻는다고 화장실에 갔던 남대기가 돌아왔다.

“이거 보도되면 세상이 시끄럽겠는데요.”

“잠깐 그러고 말겠지 뭐.”

망각. 사람이란 동물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은 무의식적으로 잊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옆에서 열심히 수첩에 기사를 끄적이던 박대형 기자가 머리를 툭 치면서 말했다.


“이거 어떻게 사람 얼굴에 석고를 붙였을까. 얼굴이 바짝 말랐다면 몰라도 물기가 남아있으면 쉽지 않을 텐데.”

김수환과 김병로가 거의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그건 국과수에서나 할 일이지 경찰이 무슨.


“시아노아크릴레이트, 들어봤어?”

남대기의 말에 박대형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깊이 알면 전문기자가 되지만 보토 ㅇ기자들은 특히 일반 상식이 풍부해야 그럴듯한 기사가 나온다. 남들 모르는 정보를 알면 더욱 좋고.


“전혀.”

“초강력 순간접착제. 수술할 때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흘러서 바느질하기 어려울 때가 있거든. 그럴 때 사용하기도 해. 얼굴이든 뭐든 아무 데나 찹쌀처럼 착 달라붙지.”

“야, 그런 것도 있었어? ...넌 그걸 어떻게 알아.”

이전 생에 경찰할 때 경험한 사건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기자님 공부하세요. 공부해서 남 안줘요.”

“쳇.”


<강릉경찰서장, 자택에서 피살>


맨 먼저 ‘새벽의 메아리’에서 보도를 했고, 각종 포탈에서 기사를 실어날랐다. 겨우 한 나절 만에 모르는 사람 빼고 국민들이 대부분 아는 사건이 되었다. 특이한 시건이라 해외에서도 기사를 퍼갔고. 특히 경찰서장이 천지종말회의 감찰부장이고, 그 전의 들꽃마을, 천국회관 시신 발굴 사건들이 천지종말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천지종말회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전국 각지의 천국회관을 폐쇄하고 신입신도 모집을 중단하는 등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그 덕분에 박대형 기자는 졸지에 유명인사로 탈바꿈했고 남대기는 신통방통한 무당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김수환 경위와 최병로 경사가 시신들의 나머지 부분과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탐색에 동분서주할 때, 이 선미가 오랜만에 천국회관을 찾았다.


수척해진 이선미는 음료수나 훌짝거리면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요즘 시끄럽죠?”

“네...우리 천지종말회가 뿌리 채 흔들리고, 신앙을 버리는 신도들이 속출하는 데 난 안 그래요. 홋, 우습죠?”

“....글쎄요. 내가 개인의 신앙에 대해서 말하는 건 주제넘은 일이고...”

“왜요? 욕할 수는 있잖아요?”

“아뇨. 무속도 따지고 보면 한낱 미신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멀쩡한 남자새끼가 뭔 할 짓이 없어 박수무당이나 해 처먹는다고 더럽다, 미쳤다. 이런 사람들이 드물지 않으니까.”

“네...그렇긴 하죠. 그런데 기사에 악령이 장기한을 죽였다고 하던 데 그게 사실인가요?”

“네. 악령이 악령을 죽인 거지요.”

남대기가 커피를 한 모금 머금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앞으로 그런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날 것 같아요. 악령에 희생당하는 사람들도 속출할 거고.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거죠.”

“.......”

침묵하던 이선미가 음료수를 다 마신 후 일어서면서 말했다.

“참, 양양 신입신도수련회는 취소 됐어요.”

실망스런 말이었다. 장철수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남대기가 망중한의 시간을 보내던 며칠 후, 경포호수에서 몇 구의 시신들이 발견되었다. 드럼통에 담긴 시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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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18. 지옥경의 비밀(1) 23.11.28 35 0 9쪽
41 # 17. 함정(4) 23.11.27 39 0 10쪽
40 # 17. 함정(3) 23.11.24 61 0 11쪽
39 # 17. 함정(2) +1 23.11.23 53 0 12쪽
38 # 17. 함정(1) 23.11.22 59 0 9쪽
37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3) 23.11.21 61 0 11쪽
36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2) 23.11.20 75 1 13쪽
35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1) 23.11.17 84 0 12쪽
34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3) 23.11.16 89 1 8쪽
33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2) 23.11.15 101 1 9쪽
32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1) 23.11.14 99 0 9쪽
» # 14. 시작에 불과해(2) 23.11.13 99 0 9쪽
30 # 14. 시작에 불과해(1) 23.11.10 117 0 10쪽
29 # 13. 단서(2) 23.11.09 116 0 10쪽
28 # 13. 단서(1) 23.11.08 121 1 10쪽
27 # 12. 돌아온 악령(2) 23.11.07 137 1 10쪽
26 # 12. 돌아온 악령(1) 23.11.06 156 1 10쪽
25 # 11. 악령(2) 23.11.03 165 1 10쪽
24 # 11. 악령(1) 23.11.02 165 2 9쪽
23 # 10. 잡귀 소굴(2) 23.11.01 183 2 9쪽
22 # 10. 잡귀 소굴(1) 23.10.31 189 2 10쪽
21 # 9. 네트워크(2) 23.10.30 196 2 9쪽
20 # 9. 네트워크(1) 23.10.29 207 2 9쪽
19 # 8. 까불다 다쳐(2) 23.10.28 203 1 9쪽
18 # 8. 까불다 다쳐(1) 23.10.27 208 2 9쪽
17 # 7. 일타 쌍피(3) 23.10.26 213 3 9쪽
16 # 7. 일타 쌍피(2) 23.10.26 202 4 8쪽
15 # 7. 일타 쌍피(1) 23.10.25 217 3 9쪽
14 # 6. 도피자금이야(2) 23.10.24 227 5 9쪽
13 # 6. 도피자금이야(1) 23.10.23 244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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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3. 귀신사냥(2) 23.10.18 29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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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1. 첫 손님(2) 23.10.15 377 6 11쪽
2 # 1. 첫 손님(1) 23.10.15 450 7 12쪽
1 # 프롤로그 +2 23.10.15 55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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