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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금산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잡아먹고 저승정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배금산
작품등록일 :
2023.10.15 08:53
최근연재일 :
2023.11.29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8,189
추천수 :
108
글자수 :
188,959

작성
23.11.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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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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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 13. 단서(1)

DUMMY

# 13. 단서(1)


후욱, 후우욱.


입술에 번지르르 묻은 피를 닦을 새도 없이 인영은 소금강 길을 달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상가주차장에 세운 승합차가 있다. 하지만...


승합차를 보고도 인영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정면으로 보면 드러나는 놈의 얼굴은 흉측했다. 피고름이 잡혀 있었고 한쪽 눈은 인공안구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수그린 사내가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부부로 보이는 중년 남녀가 사내를 맞았다. 아침 손님이 없어 식당 내부는 한가했다.

흐흑, 흐윽, 사내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사고 치면 안 돼. 참아야 해.’


식탁 위에 물과 물수건을 올려놓을 때 까지도 참을 수 있었다.

쟁반에 생삼겹살을 갖다놓자 사내가 허겁지겁 삼겹살을 씹기 시작했다. 이빨에 조금씩 배어나오는 피. 고기를 씹으면 씹을수록 갈증은 한층 심해졌다.


고기를 보던 눈이 어느 새 그를 이상한 눈으로 힐끔 거리는 부부에게 못 박혔다.

*************


모가지에 이빨을 박은 흔적이 선명하다.

불에 타서 피 한 방울 없는 게 아냐. 누군가 이빨을 박고 피를 빨아먹은 거야.

그 누군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남대기는 급히 지옥만화경을 꺼냈다. 몇 마리의 닭을 내팽개친 괴한이 집에 불을 싸지르고 바삐 아래로 내려가는 환영이 떴다.

서둘러야 해. 피 맛을 본 악령이야.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아니, 그보다 놈이 지체할 때를 놓치면 안 돼.


정의, 인류애, 도덕, 윤리...그런 따위가 아니다. 놈이 장철수가 보낸 악령이라면 목표는 나다. 여기서 밀리면 죽음이다. 한 번이면 족해, 두 번 죽고 싶지는 않아.


됐다. 놈의 발자국이 점점 깊어지고 있어. 지친 거야.

2km가 넘는 거리. 상가주차장으로 놈을 뒤쫓은 남대기는 목까지 치밀어 오른 숨을 가라앉히면서 발자국의 향방을 쫓았다.


저기!

막 남대기가 발을 내딛으려고 할 때 비단폭이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쾅!

그대로 입구문을 거칠게 박차며 뛰어 들었다.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있고 여자는 잔뜩 겁에 질려 남자의 목살을 헤집는 칼을 보고 있었다. 거의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희뜩 남대기를 쳐다본 놈이 씨발! 이빨을 악물며 하면서 여자를 밀어붙였다.

이런!

남대기가 멈칫 할 때, 놈이 탁자들을 마구 걷어차면서 유리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와창창.

유리창이 박살이 나면서 사방으로 비산했다.


도로 문으로 튀어나온 남대기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이미 움직이기 시작한 검은 색 승합차가 꽁지 빠져라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필수야, 뭐해? 놈을 쫓아가!”

- 헥...! 그, 그건...

아차! 나필수가 악령을 무서워 하지?

“알았어. 놈이 어디로 가는지 그거나 알아봐.”

“헤헤, 그 정도야...”

유난히 자신 없어 보이는 모습, 남대기는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필수만 믿고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다.


끼이익!

그 때, 급정거 소리와 함께 도로에 세운 순찰차의 창이 열리면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었다.


“거기서 뭐하는 거야?”

김수환 경위였다. 차를 모는 건 최병로 경장. 잘 됐다.

“방금 검은 색 승합차 나갔는데 그거 봤어요?”

“난 못 봤는데? 최경사 봤어?”

“차가 몇 대 지나긴 했는데 승합차는 못봤습니다.”


휴, 되는 일이 없군. 순찰차가 오늘 걸 보고 잠시 숨었다가 갈 수도 있겠지만.

“빨리 타. 신고 받고 출동했어. 굿하는 도중에 난리 났다며?”

그 소리에 조금 찔리긴 했다. 악령 수행원 놈들을 다섯 놈이나 병신 만들었으니까.


중간에 샛길을 따라 올라가니 숲속을 내려오는 사람들로 길이 북적였다.


남대기가 경찰과 함께 내리니 119 구급대원들이 부상 입은 사람들을 응급조치 중이었다. 남은 몇몇 보살들이 접시에 담은 음식들과 제기들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각시선녀와 용두파파는 보이지 않았다.


“저기, 저 새...사람입니다!”

눈 밑에 칼자국이 소리쳤다. 치료도중애도 끙끙 앓으면서도 날 쳐다보는 놈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너 한 번 죽어봐라?

“저 사람이 우릴 때리고 팔다리를 부러뜨렸어요.”

피해자 5명의 진술이 일치했고 아직 현장에 남은 사람들도 인정했다. 이런 정도면 현행범으로 체포되겠지만 난 픽 웃었다.


“야, 너희들 흉기 다 어따 치웠어?”

“뭐, 흉기라뇨? 이 사람이 뭔 소리는 하는 거야? 선량한 시민을 두고...!”

바로 그때 숲속을 빙글 돌아 나필수가 놈들의 머리 위에 뜨는 게 보였다.


“자식들, 너희들이 버린 흉기야 쉽게 찾을 수 있어. 저 밑에 있군. 저 바위에 떨어져 있는 칼은 칼자국 네 놈 거잖아?”

“씨발, 그거 증거 있어?”

“증거? 너희들 손에 장갑 안 꼈더라. 네 지문도 남아 있을 텐데...?”

헥.

칼자국이하 놈들의 얼굴 안색이 확 바뀌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너, 우리 다섯 명을 아주 쉽게 상대했어. 이렇게 팔다리를 분질러 버릴 필요는 없잖아. 넌 과잉 방어한 거라고!”

아주 악을 바락바락 쓴다. 어떡하든 덤태기를 씌워서 합의금이라도 톡톡히 받아내시겠다 이거지.


“아구, 죄송합니다. 선량한 시민인줄 모르고 제가...새끼들, 이럴 줄 알았지? 주문진 부둣가에서 온갖 행패를 일삼는 조폭님들. 형사님, 이 새끼들 ‘대양파’라는 조폭들입니다. 잡아 가시죠.”

“좃 됐다.”

짜식들 면상이 벌레를 씹은 것처럼 변한 게 가관이었다. 처음 본 놈이 자신들의 정체를 한 눈에 알아맞히다니. 귀신과 대화한다더니 진짠가.


김수환 경위와 최병로 경장의 얼굴에 잔뜩 희색이 떠돌았다. 주문진 부두에서 암약하던 조폭 일망타진 쾌거! 이런 대문짝만한 기사가 온갖 포탈을 장식할 거다. 포상금에다 인사고과에도 플러스알파고! 한 마디로 땡 잡은 거

- 미안, 그 자식 눈치가 얼마나 재빠른지 들킬까 봐 못 쫓았어.

“됐다.”

- 기분 상한 건 아니지?

“기분 상하긴. 조금 언짢긴 하지만.

- 뭐? 그게 그 말 아냐?

“됐다니깐. 그렇다고 자해할 것도 아니고.”

- 어휴, 자해라니! 너 다신 그런 말 하지 마. 에이, 내가 칼 물고 죽고말지.

녀석에겐 자해니, 자살이니 하는 말 자체가 트라우마다. 지 몸 죽으면 영원히 돌아갈 데가 없으니까.

녀석을 놀려먹는 재미도 있다니깐. 일단 녀석한테 빚졌다는 기분만 들게 하면 성공한 거지. 남대기는 씩 웃었다.


남대기는 들꽃마을에서 이선미와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양양에서 있을 천지종말회 신입신도 환영회가 이제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거다.

장철수가 과연 올지는 몰라도 말이다.


불타 없어져 버린 각시선녀신당 터에는 이 선미가 와서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떡해? 당장 갈 데가 없잖아.”

“차라리 잘 됐지 뭐. 이번 기회에 무당질 때려치울 까봐. 신령님도 그러라고 하시는 것 같고.”

“그래. 벌어놓은 돈이라도 쓰면서 다른 일 찾아보자.”

“호호. 이번 일 때문에 그만 둘 마음이 생겼는데, 사실 나한테 남은 건 거기서 굿하라고 준 돈이야.”

“얼마?”

“응, 1억. 이 정도면 조그만 전세집구하고 당분간 먹고사는 데는 지장없잖아.”


“그거 좀 잠깐 봐요.”

남대기가 불쑥 끼어들었다.

“응, 왜?”

위조 수표니 뭐니 미리 얘기해서 초칠 건 없고.

굿할 때 구해준 때문인지 순순히 자기앞수표를 건넸다.


위조수표로 보기엔 문양과 도안 등이 상당히 정밀하다. 그런데 막 돌려주려던 남대기는 ₩자 표시와 숫자 부분의 색깔이 차이가 있는 걸 확인하고 눈이 날카로워졌다. 돋보기로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정도의 차이인데 그걸 나안으로 본 거다.

‘그렇군. 숫자 주위 문양이나 문자부분도 미세하게 지워진 걸 보면 특수약품으로 숫자부분을 지우고 다시 쓴 거야.’

이런 정도의 정밀도라면 현금도 위조가 가능하겠다.


가짜는 아니다. 은행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표의 일련번호 등 몇 가지를 입력한 남대기는 어이가 없었다.

수표는 10만 원짜리였다. 금액을 변조했으니 그냥 종이쪼가리고.


“변조수표네요. 10만 원 짜리.”

이 선미가 남대기가 보여주는 인터넷 화면을 보고 있다가 그걸 각시선녀에게 보여주었다.

각시선녀가 그만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았다. 신령님도 무심하시지...


“선녀님 뭔데. 뭔데 그리 넋을 놓은 거야?”

이 선미의 설명에 용두파파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돈 한 푼 없이 쫓겨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뿌득.

이를 갈아붙인 용두파파가 남대기를 찌를 듯 노려보더니 멱살을 잡고 늘어졌다.

“악귀 같은 없는 놈. 그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신내림할 때부터 알아봤어. 네가 우리 집에 횡액을 내리는 악귀라는 걸 말이야. 너, 어떻게 할래. 책임 져, 책임지라고!”


“휴, 그만하세요. 작은할머니.”

“아뇨, 뭘 그만해요. 저 아저씨가 우리 집 망친 건 틀림없잖아요!”

그 사이 소식을 듣고 하교한 건지 아랑이가 매서운 눈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긴 하지만 이게 다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은 맞다. 이젠 떠나야 할 땐가.


- 야야, 안 돼. 절대. 네가 떠나면 나라도 선녀님한테 남을 거야.

아차, 나필수가 있었지. 하, 그 자식 참. 이거야 말로 짝사랑도 오지네.


“이거 놓으시죠.”

나필수가 갈고리 같은 용두파파의 손을 가볍게 풀었다. 용두파파가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지만 발작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모양이다.


찍, 용두파파를 째려본 남대기가 품에서 각시선녀 그림 족자를 꺼내어 내밀었다.

각시선녀의 눈자위가 파르르 떨렸다.

떨리는 손으로 족자를 펼친 그녀가 이내 그걸 안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천상선녀님께서 널 지켜주신 게야. 암, 그렇고말고. 선녀님이 자기를 희생해서 널...크흑.”

선녀도, 아랑도 따라 울고. 불타버린 폐허가 초상집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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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18. 지옥경의 비밀(2) 23.11.29 36 0 11쪽
42 # 18. 지옥경의 비밀(1) 23.11.28 35 0 9쪽
41 # 17. 함정(4) 23.11.27 39 0 10쪽
40 # 17. 함정(3) 23.11.24 61 0 11쪽
39 # 17. 함정(2) +1 23.11.23 53 0 12쪽
38 # 17. 함정(1) 23.11.22 59 0 9쪽
37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3) 23.11.21 61 0 11쪽
36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2) 23.11.20 75 1 13쪽
35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1) 23.11.17 84 0 12쪽
34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3) 23.11.16 89 1 8쪽
33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2) 23.11.15 101 1 9쪽
32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1) 23.11.14 99 0 9쪽
31 # 14. 시작에 불과해(2) 23.11.13 98 0 9쪽
30 # 14. 시작에 불과해(1) 23.11.10 117 0 10쪽
29 # 13. 단서(2) 23.11.09 116 0 10쪽
» # 13. 단서(1) 23.11.08 121 1 10쪽
27 # 12. 돌아온 악령(2) 23.11.07 137 1 10쪽
26 # 12. 돌아온 악령(1) 23.11.06 156 1 10쪽
25 # 11. 악령(2) 23.11.03 165 1 10쪽
24 # 11. 악령(1) 23.11.02 165 2 9쪽
23 # 10. 잡귀 소굴(2) 23.11.01 183 2 9쪽
22 # 10. 잡귀 소굴(1) 23.10.31 189 2 10쪽
21 # 9. 네트워크(2) 23.10.30 196 2 9쪽
20 # 9. 네트워크(1) 23.10.29 207 2 9쪽
19 # 8. 까불다 다쳐(2) 23.10.28 203 1 9쪽
18 # 8. 까불다 다쳐(1) 23.10.27 20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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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7. 일타 쌍피(2) 23.10.26 20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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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6. 도피자금이야(2) 23.10.24 227 5 9쪽
13 # 6. 도피자금이야(1) 23.10.23 244 6 9쪽
12 # 5.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2) 23.10.22 256 5 8쪽
11 # 5.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1) 23.10.21 270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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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4. 귀신 놀음(1) 23.10.20 275 4 10쪽
8 # 3. 귀신사냥(3) 23.10.19 284 4 11쪽
7 # 3. 귀신사냥(2) 23.10.18 290 4 11쪽
6 # 3. 귀신사냥(1) 23.10.17 303 7 10쪽
5 # 2. 과거가 증발했어(2) 23.10.16 331 7 10쪽
4 # 2. 과거가 증발했어(1) 23.10.16 351 6 11쪽
3 # 1. 첫 손님(2) 23.10.15 377 6 11쪽
2 # 1. 첫 손님(1) 23.10.15 450 7 12쪽
1 # 프롤로그 +2 23.10.15 55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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