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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금산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잡아먹고 저승정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배금산
작품등록일 :
2023.10.15 08:53
최근연재일 :
2023.11.29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8,187
추천수 :
108
글자수 :
188,959

작성
23.10.22 08:08
조회
255
추천
5
글자
8쪽

# 5.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2)

DUMMY

# 5.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2)


후다닥. 커튼이 쳐진 앞 베란다로 나온 김인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삐걱. 소파에 주저앉는 소리가 연이어 났다. 두 연놈이 소파에 나란히 앉은 모양인데...

“아이, 대낮부터 이러시면...”

“헉헉, 뭐 어때? 우리 둘 뿐인데.”

벌써 시작했나. 쪽쪽 빠는 데 그치지 않고 옷 벗기는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아차,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슬쩍 커튼을 젖힌 김인호가 바짝 밀착한 두 연놈을 구도를 몇 번 바꿔 사진을 찍었다.


이젠 증거도 확보했겠다. 이 집을 나가기만 하면 되는 데...그 생각이 들자마자 김인호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었다.

아차! 내 신발!

현관에 들어와서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지 않았나. 김인호의 얼굴이 다급해졌다.

웬만하면 베란다 밑에 걸쳐진 하수관을 타고 내려가겠지만 워낙 층수가 높은데다 바람마저 거세 내려갈 엄두가 안 난다. 하수관 타고 내려가다 사람 눈에 띌지도 모르니 그것도 불안하고.

‘어떡하지?’

김인호가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했다.


- 어우, 이 멍청아! 신발 들고 들어왔어야지!

두 남녀가 본격적인 절구질을 시작했지만 김인호는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까 궁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잠시 후, 나이 때문인지 짧게 볼일을 마친 전명원이 안방 침대에 누워 금방 코를 골기 시작했다.


“아유, 만날 토끼 오줌 싸듯 싸지르고 자는 게 일이야.”

불만에 찬 소리를 내뱉던 차미련이 길게 하품을 하더니 소파 위에 픽 쓰러졌다.


옳지! 저것도 잠이 들었어.


김인호가 살금살금 베란다에서 방안으로 들어가다 멈칫 했다. 차미련이 발떡 일어나더니 비실비실 현관으로 나가는 것이다. 잠시 후, 그녀의 손에 들린 건 김인호의 구두였다.


김인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이젠 할 수 없어. 당장 달려 나가 저년을 후려패고 도망치는 거야.

어? 근데...

눈을 뜬 건 틀림없는 데 그녀의 눈은 공허했다.

미쳐. 왜, 왜 이쪽으로 오는 거야?

비틀거리며 다가온 그녀가 베란다에 구두를 놓고는 넘어질 듯 비슬거리며 소파로 가더니 소파 위에 코를 박았다.

푸르르, 푸푸...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몽유병이라도 그렇지 내가 숨은 곳에 구두를 놓고 도로가서 잔다고?

‘야, 귀신이 곡하겠네.

잠시 기다려 그녀가 잠이 든 것을 확신한 김인호가 이번엔 여유 있게 걸어 나와 현관으로 다가갔다.

나오면서 소파의 그녀와 침대의 그놈을 한 컷에 담아 찍는 것도 잊지 않은 건 물론이고.

잘못하면 산통 다 깰 뻔 했는데 다행이 귀신이 도왔는지 어려운 임무는 완료한 셈이다.

러러럴러.

김인호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흐, 이 자식은 내가 도와서 일이 잘 된 거 느끼기나 할까.’

하여간 남대기한테 생색낼 거 늘었다. 나필수의 기분도 무척 고양되어 있었다.


김인호가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남대기한테 보낸 다음 차를 출발했다.


‘가만, 이 자식 어디로 가는 거야?’


“흐흐, 오늘 운수가 째지게 좋은 모양인데 거기 한 번 가볼까.”

김인호가 잘 가던 길을 유턴해서 골짜기로 방향을 틀었다.

목적지는 감자바위계곡 입구에 있는 안식교회였다. 지방소식지에 매물이 나와서 알아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가보는 건 처음이다.


천지종말교 천국회관.

활처럼 호선을 그린 계곡진입로 우측 공지에 자리 잡은 교회는 아담한 크기였다. 꼭 유럽중세의 고딕양식 성당을 닮았는데 보통 교회보다 배나 치솟은 십자가가 인상적이었다.


통유리로 이루어진 교회의 전면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여 예배는 중지하지만 따로 볼일이 있으면 목사실로 오라고?

그럼 안에 교회목사가 있다는 뜻이잖아.


김인호가 복도를 따라 깊이 들어가니 목사실이라는 아크릴 표지판이 보였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즉각 반응이 왔다.


김인호가 목사실로 들어서니 소파에서 일어서던 30대의 초췌한 남자가 움찔한 기색으로 김인호를 마주보았다. 그 눈에 들어있는 건 불안함과 두려움 비슷한 감정. 하기야 한눈에 폭력배 같은 김인호를 보고 담담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게다.


“아, 목사님이쇼?”

“아, 예. 이만규입니다. 선생께서는...무슨 일로 오셨죠?”

“난 김인호라 합니다.”

김인호가 금색으로 된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우주개발 대표 김인호라는 글자와 택지개발 분양, 부동산 매매 등 업종과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었다.

“실은 이 교회가 강릉소식지에 매물로 나와 있어서 관심을 가지고 왔어요.”

“아, 그래요?”파리하던 이만규의 얼굴이 약간 펴졌다. 눈 밑에 짙은 다크 서클을 보면 그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알만하다.


“기사를 찾아봤는데 기도하다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이 5명, 미친 사람이 역시 5명, 모두 10명이 피해를 봤다는 데 원인은 나왔습니까?”

“모두 심야에 신도들이 밤샘 기도하던 기도실이나 화장실에서 발생했어요. 밤 9시 이후부터 새벽 6시까지는 외부 출입문과 창문을 모두 잠급니다. 그런데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었어요.”

이만규 목사는 달달 외운 대사를 연기하듯 거침없이 말했다. 하기야 죽거나 미친 신도들의 가족들 항의에 시달리고, 수사관, 기자 등등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같은 대답을 했겠지.


“수사기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아직...수사 중에 다른 사건이 터져서 정신없다면서 기다려달라고만 하더라고요.”

“그래요? 사건 발생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던데, 목사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귀신소행이요.”

딱 부러지게 대답한다. 하긴 뭐라고 말하겠나. 귀신이 한 짓이라고 할 수밖에.

“알건 대충 알았고 본격적으로 거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3억에 내놓으셨지요?”

“네.”

“1억 5천.”

“네? 실거래가의 반값에 내놓았는데 또 반을 후려치시는 건 너무...”

김인호가 손을 내저었다.

“길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생각 있으시면 내일 오전까지 연락 주십시오.”


- 햐, 무식한 줄 알았더니 제법이네.

나필수의 입이 헤벌쩍 벌어졌다. 그런데 천지종말회라면...?

************


‘야, 정말 저거 미쳤나.’

남대기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자고 있는 남대기를 깨워서 벌써 한 시간째 시시콜콜 자신의 실적을 손짓발짓까지 하면서 나불대는 거다.


위기에 빠진 김인호를 구해준 얘기부터 김인호가 교회목사를 만나 대화를 나눈 것 까지 장광설을 전개하는데, 이게 다 자신이 발에 땀이 나도록 사건의 현장을 쫓아다녀서 얻은 결실이라면서 입에 게거품을 문다.


뭔 귀신이 자기자랑이 저리 심한지 생시에는 얼마나 입이 근지러웠을까.


“됐고. 그럼 내일 오전까지 기다려 봐야겠네.”


다음 날 아침 9시 반, 아침식사를 마친 남대기가 거실의 접수대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방학이나 휴일에는 아랑이 일을 맡아봤지만 아랑은 등교하고 없는 상태. 평소 용두파파가 맡던 일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부우, 부우우

알람이 울리면서 김인호가 떴다.


- 어, 나야. 목사만나서 거래가격을 제시했더니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 물주가 따로 있어서 시간은 나중에 알려준다고 했거든. 오늘 시간 돼?

“오후 2시까지 예약손님이 있어. 3시에 여기 와.”

- 알았어. 이따 보자.


전화를 끊고 있자니 오전 면담이 예약된 손님들 몇 명이 거실로 들어왔다. 선두에는 얼굴이 뾰족하고 넥타이에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30대 남자였다. 그가 가장 먼저 다가오더니 남대기의 얼굴을 기웃거린다.


“난 10시에 예약한 마춘길이라고 합니다.”

“아, 마춘길님 오셨군요. 다음 분.”

사람들이 차례로 이름을 대었는데 남대기는 벌써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소파에 앉아 가끔씩 남대기를 보는 시선이 날카로웠는데 점치러오는 손님들 같지 않았다.

손님접대시간인 10시가 얼마 안남은 시각, 마춘길이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 여기 신령님하고 직접 대화하면서 손님들 내력과 길흉화복을 맞춘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그거 맞아요?”


작가의말

다음 화는 ‘도피자금이야’ 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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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18. 지옥경의 비밀(2) 23.11.29 36 0 11쪽
42 # 18. 지옥경의 비밀(1) 23.11.28 35 0 9쪽
41 # 17. 함정(4) 23.11.27 39 0 10쪽
40 # 17. 함정(3) 23.11.24 61 0 11쪽
39 # 17. 함정(2) +1 23.11.23 53 0 12쪽
38 # 17. 함정(1) 23.11.22 59 0 9쪽
37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3) 23.11.21 61 0 11쪽
36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2) 23.11.20 75 1 13쪽
35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1) 23.11.17 84 0 12쪽
34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3) 23.11.16 89 1 8쪽
33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2) 23.11.15 101 1 9쪽
32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1) 23.11.14 99 0 9쪽
31 # 14. 시작에 불과해(2) 23.11.13 98 0 9쪽
30 # 14. 시작에 불과해(1) 23.11.10 117 0 10쪽
29 # 13. 단서(2) 23.11.09 116 0 10쪽
28 # 13. 단서(1) 23.11.08 120 1 10쪽
27 # 12. 돌아온 악령(2) 23.11.07 137 1 10쪽
26 # 12. 돌아온 악령(1) 23.11.06 156 1 10쪽
25 # 11. 악령(2) 23.11.03 165 1 10쪽
24 # 11. 악령(1) 23.11.02 165 2 9쪽
23 # 10. 잡귀 소굴(2) 23.11.01 182 2 9쪽
22 # 10. 잡귀 소굴(1) 23.10.31 189 2 10쪽
21 # 9. 네트워크(2) 23.10.30 196 2 9쪽
20 # 9. 네트워크(1) 23.10.29 207 2 9쪽
19 # 8. 까불다 다쳐(2) 23.10.28 203 1 9쪽
18 # 8. 까불다 다쳐(1) 23.10.27 208 2 9쪽
17 # 7. 일타 쌍피(3) 23.10.26 213 3 9쪽
16 # 7. 일타 쌍피(2) 23.10.26 202 4 8쪽
15 # 7. 일타 쌍피(1) 23.10.25 217 3 9쪽
14 # 6. 도피자금이야(2) 23.10.24 227 5 9쪽
13 # 6. 도피자금이야(1) 23.10.23 244 6 9쪽
» # 5.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2) 23.10.22 256 5 8쪽
11 # 5.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1) 23.10.21 270 7 9쪽
10 # 4. 귀신 놀음(2) 23.10.21 277 2 8쪽
9 # 4. 귀신 놀음(1) 23.10.20 275 4 10쪽
8 # 3. 귀신사냥(3) 23.10.19 284 4 11쪽
7 # 3. 귀신사냥(2) 23.10.18 290 4 11쪽
6 # 3. 귀신사냥(1) 23.10.17 303 7 10쪽
5 # 2. 과거가 증발했어(2) 23.10.16 331 7 10쪽
4 # 2. 과거가 증발했어(1) 23.10.16 351 6 11쪽
3 # 1. 첫 손님(2) 23.10.15 377 6 11쪽
2 # 1. 첫 손님(1) 23.10.15 450 7 12쪽
1 # 프롤로그 +2 23.10.15 552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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