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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금산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잡아먹고 저승정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배금산
작품등록일 :
2023.10.15 08:53
최근연재일 :
2023.11.29 08: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8,195
추천수 :
108
글자수 :
188,959

작성
23.10.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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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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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 1. 첫 손님(2)

DUMMY

# 1. 첫 손님(2)


어, 뭐야. 벌써 실습이야? 배운 게 아무 것도 없는데.

가슴이 쿵닥거렸다. 처음 해보는 점사다. 그것도 엄연히 손님을 앞에 두고.

이 기회에 각시선녀에게 인정을 받아서 종놈 신세도 벗어나야하고. 돈도 벌고. 복수 도 해야 하고. 한꺼번에 많은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남대기는 흉악범을 맞닥뜨린 것처럼 아줌마를 노려봤다.


퉁퉁한 볼, 혈색조차 완전히 가린 분장형 화장, 굵게 웨이브 진 미장원 머리칼. 그리고 습관스런 눈웃음. 진주목걸이에 다이아몬드 반지는 여자가 과시욕뿐만 아니라 탐욕심도 많다고 과시하는 것 같다. 남자 밝히는 색기도 만만치 않고.

탐색은 끝났다. 돈 많은 여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눈동냥, 귀동냥으로 잘 알잖아. 맞지?


손님의 머리 위에 나필수의 혼령이 둥둥 떠서 꼼지락거렸다. 얼굴이 칙칙한 게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기야 저놈도 첨이잖아.


“그냥 네가 받아들인 신령님 말씀하시는 거, 그거 그냥 전하면 돼. 미흡한 건 내가 보충할 테니까, 알았지?”


“네. 이제 시작해 보지.”


- 거, 씨발. 나이도 많은 년이 하는 짓이 시궁창이야. 진짜 말하려니까 내 입도 더러워지는 것 같다고.

“시끄럽다. 빨리 말해. 손님 기다리잖아.”

“......?”

“너, 누구한테 말하는 거냐?”

손님은 물론이고 각시선녀가 눈이 똥그래져 물었다.

- 야, 우두커니 서있지 말고 방울이나 흔들어. 그래야 신명을 받는 폼이 나지.


‘아, 그 자식. 귀신주제에 폼은 되게 잡네.’

짜랑, 짜라라랑.

남대기는 소반에 놓인 방울을 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 자, 내가 하는 말 그대로 따라하면 돼

“알았어. 준비 됐으니까 시작해.”

손님은 저 박수가 뭐하는 건지 작은 눈만 동글동글 굴리고 각시선녀의 낯빛이 급속도로 싸늘해졌다. 녀석이 제 방안에서 누구와 대화하는 것처럼 중얼거린다더니.

‘하, 저게 미쳤나.’

각시선녀는 놈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이대로라면 개창피를 떨 게 뻔하다. 그럼 저 말 많은 여편네가 동네방네 소문낼 거고...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 가설라무네...는 빼고

“가설라무네는 빼고...”

- 야, 그대로 따라하면 어떻게 해!

“그대로 따라 하라며?”

- 어유, 미쳐.


‘미치겠네.’

더 이상 놔두면 미친놈 헛소리가 나올 게 빤하다.

“너...!”

각시선녀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남대기의 입이 속사포처럼 터졌다.


“네 이름이 고미숙 맞지?”

“네? 네.”

남대기의 언행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고미숙이 바짝 쫄아서 대답했다.

“이런 더러운 년! 어제는 젊은 놈팡이 만나서 별장에서 질펀하게 놀았어. 그놈한테 화대도 엄청 주었군.”

“그, 그게......?”

고미숙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이년아! 내 눈에 네 행실이 그대로 보여. 그래놓고는 시의원 남편한테 위자료나 두둑이 받아내려고 해?”

“.......”

“남자 끊어. 그리고 다시 와.”

고미숙의 얼굴이 누렇게 질린 데 그치지 않고 부들부들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진짜 귀신을 보면 이런 느낌일까.

고미숙이 떨다말고 애원했다.

“그, 그게 끊기 어려워요. 당장 헤어지면 우리 사이를 터뜨리고도 남을 놈이라...”

“이년이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솔직히 말해. 앞으로도 그놈이랑 즐기고 싶지?”

여자의 얼굴이 시든 오이처럼 축 쳐졌다.

“어..., 어떡해?”

“이년아! 그놈하고 더 붙으면 패가망신해. 당장 길거리로 쫓겨날 수 있어.”

“........!”

“...그럼 어떻게...어떻게 하죠?”

그녀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고 흐느꼈다. 잠시 그러더니 고개를 발딱 들고 소리쳤다.

“억울해요! 나만 그런 게 아냐. 내 남편, 그놈이 먼저 바람을 피웠다고!”

완전 콩가루 집안이라는 얘기다. 그야말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에이, 더럽게 미친년!’

입이 쓴 남대기가 슬쩍 각시선녀를 일별했다. 약발이 한창 오른 상태에서 해결사가 나서야할 시점이다. 모든 게 타이밍싸움이지.

“진정해요. 자, 이거 받아. 1억 이야.”

고미숙이 엉겁결에 부적을 받았다. 하지만 망설이는 기색이 엿보인다.

“돈 아까워하지 마. 이거 액땜이야. 네가 쫓겨나는 거 막고 거액의 위자료를 받으려면 밀이야. 이 부적이 큰 힘을 줄 거야.”

“네? 네.”

그녀가 받은 부적에 힘을 주는 게 보였다.

“네가 돌아가신 부모님께 지은 죄가 많아. 그 분들이 한이 맺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잡귀로 떠돌고 있어. 그 분들을 극락으로 보내드려야 네 업장이 소멸돼. 위자료 받거든 천도제 한 판 하자고.”

“네, 네...”

그녀의 목소리가 완전히 한 풀 꺾이고 손에 든 부적을 품안에 고이 집어넣는다.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그녀가 꼬리를 치는 환영마저 보였다.

‘옳지! 저게 바로 마음의 모습이야.’

꼬리를 치는 마음. 그 생각을 하면서 밖으로 나가는 고미숙의 뒷모습을 보니 나필수가 은근슬쩍 묻어나가고 있었다.

‘야, 어디가!’

내 생각을 보았을까. 나필수의 얼굴에 세로로 두 가닥의 줄무늬가 생겼다.

‘쳇. 귀신이 웃으면 저런 주름이 생기는 거야?’

- 이 여자 따라가면 재밌을 거 같아. 갔다 와서 봐.

미치겠네. 뭔 귀신이 지 죽은 줄도 모르고 호기심만 왕성하네.


그건 그렇고 첫손님 맞아서 돈을 벌었으니까...1차는 부적 팔아 1억, 2차는 천도제 확보 이럼 수입이 만만치 않은데, 수입금을 분배해야 하는 거 아냐?


“뭐해? 그만 나가봐.”

“네, 네.”

이건 뭐 뼛속까지 복종심이 뿌리박혀 있는지 내 생각과 실제 언행이 영 다르다. 남대기는 손으로 입을 콩콩 찧으면서 물러났다.

*******


남대기는 바로 나와서 집을 둘러보았다. 잔디마당은 깨끗하게 청소되어있고 문 입구 옆 공터에도 쓰레기봉투가 가지런히 놓여있어 별로 할 것은 없었다. 뒷마당으로 돌아가 보니 옛날식 작두펌프가 있고 그 옆으로 세워진 장대에 빨래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수십 년 전 시골에선 매우 흔한 풍경이다.


남대기는 옛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어렸을 때 살던 집에 무쇠로 된 작두펌프가 있었다.

잠시 펌프 손잡이를 눌러보니 수도꼭지에 달린 호스로 물이 흘러나왔다.

물을 보니 아직 세수를 하지 않은 게 기억났다.


허푸, 허푸...

“와! 얼굴이 얼어붙는 거 같아.”

절로 즐거운 비명이 새어나왔다.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한 남대기는 신당으로 향하는 진입로로 나섰다.

거기서 건너편 암반계곡으로 넘어가는 출렁다리와 태양을 품은 맑은 물이 눈에 잡힐 듯 다가왔다.


“야, 진짜 경치 그만이네.”

경치만 그만인가. 언덕 아래로 내려가서 물에 발목이라도 담그고 싶었지만 다음에 하기로 하고....


빵빵. 바로 아래에서 크락숀 소리가 요란했다. 흰색 중형 승용차가 진입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거기 비켜!”

차창을 열고 고개만 내밀면서 소리치는 남자. 민머리에 얼굴이 길고 뾰족한데 눈도, 코도 칼날을 박은 것처럼 예리한 게 인상 참 더럽다. 금방이라도 피를 볼 것 같은 인상이랄까.


남대기가 아무 말 없이 비켜서자 쌩하고 속도그대로 신당 쪽으로 들어간다. 신당에 볼 일이 있어 온 모양인데 그 볼일이란 게 뻔하지 않나.

그런데, 남대기가 얼굴을 살짝 찌푸린 채 기억을 더듬었다. 오랜만에, 의외의 장소에서 봤지만 기억이 금세 떠올랐다.


‘저 새끼, 맞아! 천지종말회 해결사!’

천지종말회의 비리를 추적하는 상황에서 지나치다 몇 번 얼굴을 마주친 놈이다. 당시에는 뚜렷한 혐의가 없어 체포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놈이 하필이면 북 강릉 산간벽지의 무당집으로 왔다는 건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닐까.


몰랐으면 모를까, 일단 알게 되었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남대기의 발은 빨랐다.


- 다시 보니까 정말 확실하게 보이네. 진짜 이런 얼굴 보기 힘든데...

어느새 다녀왔는지 나필수 귀신이 놈의 머리 위에 떠서 얼굴을 기웃거린다.


“어, 벌써 왔네?”

- 그게, 마침 얘가 이쪽으로 오더라고. 그래서 차타고 왔어.

혼잣말로 조그맣게 말해도 귀신이라 귀도 밝은지 재까닥 알아듣는다. 그런데 차타고 왔어? 참 귀신노릇도 저 정도면 상팔자다.

“야, 근데 보기 힘든 얼굴이란 건 무슨 뜻이야?”

- 아, 뭐랄까. 그거 귀문관살이라고 칼 든 귀신이 문으로 들어와 빗장을 걸면 무슨 일이 생길까?

“그야 뭐, 무서워 죽거나 놀라 까무러치거나 그러겠지.

- 그렇겠지? 저놈 잠바 주머니 속에 칼이 들어있어. 범죄형의 전형인데 가만있어도 얼어 죽은 시체처럼 냉기가 풀풀 풍겨.

“얼어 죽은 시체처럼...?

- 한마디로 편집광적인 성격인데 감촉이 특별하게 좋다고 그러거든. 부하나 친구로 만들면 써먹을 데는 많을 거야.

“...그래?”

녀석이 과연 촉이 좋은 건지 남대기를 유심히 쳐다본 다음 나오는 손님과 엇갈려 현관으로 쑥 들어갔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라 거실에는 조아랑만 남아서 접수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대뜸 아랑에게 다가간 잠바가 큰소리쳤다. 집 바깥에서도 다 들리도록

“꼬마야, 각시선녀 안에 있지?”

“네? 누군데 날 꼬마라고 부르는 거죠?”

“훗훗, 조막만한 게 성깔은 꽤 있네? 얼굴이 비슷한 걸 보니 너 그 계집의 딸이구나.”

“뭐라고요? 말조심해요!”

유리가 깨지는 듯한 쨍쨍거리는 음성에 잠바의 안색이 변했다.

“어휴, 요걸 그냥 콱! 씨발, 주먹이 운다 울어. 아무리 애라도 참는 데 한도가 있어. 알고나 까불어라.”

“그래, 때려 봐!”

위협적인 용모에 협박에도 꼬마는 오히려 당당히 턱을 쑥 내밀고 잠바를 노려봤다.


“아랑아, 손님 안으로 들어오시라고 해.”

“퇘!

잠바가 거실이라곤 아랑곳하지 않고 침을 뱉으면서 내실로 들어갔고 뒤이어 말소리가 들렸다.

“필수 바로 오라고 하고.”

“네!”

발딱 자리에서 일어난 아랑이 후닥닥 밖으로 쫓아나갔다.


현관 쪽으로 막 발을 디딘 남대기가 급히 쫓아 나오는 아랑을 보고 발을 멈췄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빨리 가봐. 엄마가 불러.”

애가 어른을 종 부리듯 시켜먹는 데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겠다.


남대기가 고개를 끄덕하면서 앞장을 서자 아랑이 비밀스런 얘기를 털어놓듯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조심해. 아무래도 감이 안 좋아. 깡패 같은 아저씨가 내실로 들어갔어.”


작가의말

오늘은 여기 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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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18. 지옥경의 비밀(1) 23.11.28 35 0 9쪽
41 # 17. 함정(4) 23.11.27 40 0 10쪽
40 # 17. 함정(3) 23.11.24 61 0 11쪽
39 # 17. 함정(2) +1 23.11.23 53 0 12쪽
38 # 17. 함정(1) 23.11.22 59 0 9쪽
37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3) 23.11.21 61 0 11쪽
36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2) 23.11.20 75 1 13쪽
35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1) 23.11.17 84 0 12쪽
34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3) 23.11.16 90 1 8쪽
33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2) 23.11.15 101 1 9쪽
32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1) 23.11.14 99 0 9쪽
31 # 14. 시작에 불과해(2) 23.11.13 99 0 9쪽
30 # 14. 시작에 불과해(1) 23.11.10 117 0 10쪽
29 # 13. 단서(2) 23.11.09 116 0 10쪽
28 # 13. 단서(1) 23.11.08 121 1 10쪽
27 # 12. 돌아온 악령(2) 23.11.07 138 1 10쪽
26 # 12. 돌아온 악령(1) 23.11.06 156 1 10쪽
25 # 11. 악령(2) 23.11.03 165 1 10쪽
24 # 11. 악령(1) 23.11.02 165 2 9쪽
23 # 10. 잡귀 소굴(2) 23.11.01 183 2 9쪽
22 # 10. 잡귀 소굴(1) 23.10.31 189 2 10쪽
21 # 9. 네트워크(2) 23.10.30 196 2 9쪽
20 # 9. 네트워크(1) 23.10.29 207 2 9쪽
19 # 8. 까불다 다쳐(2) 23.10.28 203 1 9쪽
18 # 8. 까불다 다쳐(1) 23.10.27 20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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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5.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1) 23.10.21 270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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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4. 귀신 놀음(1) 23.10.20 275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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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3. 귀신사냥(2) 23.10.18 290 4 11쪽
6 # 3. 귀신사냥(1) 23.10.17 30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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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1. 첫 손님(1) 23.10.15 45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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