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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금산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잡아먹고 저승정벌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배금산
작품등록일 :
2023.10.15 08:53
최근연재일 :
2023.11.29 08: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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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5
추천수 :
108
글자수 :
188,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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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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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1)

DUMMY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1)


삐뽀 삐뽀. 사이렌 소리가 요란했다.


경포호수.

호안도로가에 여러 대의 순찰차와 구급대 차량이 주차하고 있었다. 십여 명의 경찰과 흰 가운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는데 용접공들이 달라붙어 절단기로 드럼통을 자르고 있기도 했다.


푸우우.

물보라가 일면서 수면으로 떠오른 스킨 스쿠버들이 밖으로 나왔다.


김수환 경위가 소리쳤다.

“이봐! 더 없어?”

스쿠버 중 대장 같은 사람이 얼굴을 돌렸다. 들꽃마을 현장에서 연못을 수색하던 바로 김수환의 후배. 턱수염이 물에 젖어 너저분하게 턱에 붙어 있었다,

“없어. 우리가 맡은 구역은 끝났는데, 다른 팀은 모르겠네.”

모두 세 구역으로 나눠 팀별로 경포호수의 수중을 전면 조사하고 있었다.

“알았다. 수고 했어”

다른 팀에도 각각 담당 형사들이 따로 붙어있으니까 상황을 총괄하는 수사과장에게 보고하면 자기 일은 끝난다. 애초 수면에 떠오른 드럼통 신고를 받고 인양하긴 했는데 추가 드럼통은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김수환의 눈이 최병로에게 돌아갔다.

“야, 뭐해?”

드럼통을 자르는 사람들 옆에 붙어 있던 최병로 경사가 고개를 쳐들었다.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게 잔뜩 흥분한 기색이다.


“씨발, 여기 이게 맞는 거 같아요.”

“그래...?”

토막 난 시신에 무덤덤할 사람 아무도 없다. 아무리 경찰이래도. 경찰은 뭐 사람 아닌가.

김수환 경위는 자꾸 외면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드럼통 속의 시신 두 구에 눈길을 던졌다.

컥.

바닷물에 퉁퉁 불은 목 떨어진 시신은 염장을 한 것처럼 멀쩡해서 그게 오히려 괴기스럽다. 당장 드럼통을 뛰쳐나와 내 머리통 달라고 엉겨 붙을 것만 같았다.

‘시벌, 소름 끼치네.’


“이거네요.”

박대형 기자가 남대기 옆에서 두터운 안경을 밀어 올리며 시신을 살폈다.

번쩍.

박대형의 카메라가 플래쉬를 터뜨린 직후 각 방송사, 신문사, 통신사, 기타 등등의 정체 모를 사람들이 우르르 드럼통으로 몰렸다.


사람들에게 떠밀려 뒤로 물러난 남대기가 멀거니 드럼통을 보다가 박대형의 어깨를 툭 쳤다.

“그만 가자.”


박대형의 차에 탄 남대기는 눈을 감고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하나의 사건이 꺼지면 또 다른 사건이 솟아난다. 기다렸던 것처럼. 이번 드럼통 시신 발견으로 거센 여론의 화살이 천지종말회를 직접 겨냥하고 있었다. 지금 천지종말회는 멘붕 수준 일 거다. 그렇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묘수를 짜내야 하지 않겠나.

그 묘수는 은밀하면서도 강력하지 않을까. 천지종말회 사건을 뒤집어 엎을만한 파괴력을 가진 무언가를 말이다. 남대기는 문득 뒤에서 스멀거리는 뭔가를 보고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어? 언제 차에 탄 거야.’

뒷좌석이 아닌 바닥에 축 쳐져있어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가끔 실수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고 진원이 쭉 빨려 간신히 생존한 것도 여러 번인데 오뉴월 개처럼 축 처진 건 첨 본다.


“일어나 봐.”

- 응?


‘크, 또 시작이네.’

박대형은 지금껏 남대기를 쫓아다니면서 이젠 귀신이니 악령이니 하는 존재를 믿게 됐지만 저렇게 귀신이랑 대화하는 것에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가만, 차안에서 대화를 한다는 건...?’

졸지에 가슴이 써 해졌다. 등골이 써늘해진 건 물론이다.

운전을 하면서도 힐끔힐끔 남대기의 시선 방향으로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야, 야. 한눈팔지 말고! 사고 나겠다.”

“아, 미안...”

그렇지만 자꾸 눈이 가는 걸 어떡해. 근데 눈에 보이면? 더 무섭겠다.


꼼지락거리며 일어난 나필수의 영체. 하지만 영체의 크기도 줄었지만 중심을 잡지도 못하고 흐물거리는 게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


“:야, 말 좀 해봐. 어떻게 된 거야?”

- 어...

그의 말에 따르면 피살된 장한수 서장의 몸에 서식하던 악령은 최하급이지만 그 악령을 해치운 악령은 중하급. 겨우 1단계 차이지만 힘의 차이는 거의 10배란다.

그런 놈을 쫓다가 당했다니 미안하기만 했다.


그리고.,.,

- 그놈은 인간에 서식하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 변신한 거야. 인간에게 빙의할 수도 있고.

한숨만 나온다. 귀신이나 악령은 정신이 허약한 인간에게 빙의한다. 이 복잡한 현대사회를 사는 인간치고 정신이 허약하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럼 누구한테도 빙의가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놈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놈이 사건을 일으킬 때까지 기다려야 꼬리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

그로부터 일주일, 나름 한가한 나날들이 지나갔다.


김인호는 전원주택지를 조성한다면서 바삐 돌아다녔다. 박대형 기자는 박대형대로 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소재를 찾아 열심히 쫓아다녔다.


남대기는 출장 점사를 보느라고 나름 바빴고. 단지 아쉬운 건 복채라는 게 푼돈이라 돈벌이가 시원찮다는 거다.


경찰에서 경찰서장 살인사건을 이첩 받은 조영하 검사는 어떡하든 사건의 윗선을 캐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김수환 경위와 최병로 경사는 실종사건 전담반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건 아직도 천국회관 간판을 달고 있는 남대기의 건물이었다. 한마디로 천국회관이 남대기의 친지들이 모이는 아지트가 된 것이다.

9월 하순의 아침,

올해의 마지막으로 추정되는 초강력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고 있어 어수선한 시기, 목사실에 파커를 입은 김수환 경위와 잠바차림의 최병로 경사가 들어왔다.


최병로 경사가 손에 든 A4용지 한 장을 테이블에 던지면서 말했다.

“아, 씨발, 미치겠네. 어째 조용하나 했더니 또 터졌어.”

“에이, 이 기사가 밤새 우주왕 유튜브를 통해 퍼지는 바람에 경찰서가 난리 났어. 기자가 대체 어떻게 알고.”


남대기가 묵묵히 종이를 들었다.


<대관령산신당에서 무속인들 참사 발생>


10월 15일 오늘 새벽, 강릉시 무속인 2명이 무속 유적인 대관령산신당을 찾았다가 참사를 당했다. 희생자들은 심장을 파먹히고 갈비뼈와 피부에 날카로운 발톱이 후빈 자국이 나있었다. 본 기자가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아직도 산중에 서식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표범, 삵 등 맹수에 의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주의 소리」 원미나 기자


“우주의 소리라는 인터넷 매체가 있긴 있어. 말하자면 ‘새벽의 메아리’ 비슷한 곳인데 이름대로 여기자야.”

김수환 경위의 말에 최병로 경사가 보충해서 설명했다.

“대관령산신당은 무속 유적으로 알려졌지만 무속인들도 드나들지 않아. 한 마디로 버려진 곳이야. 무속인 들이 새벽에 거기 간 것도 수상한데 그 여자는 전문가 의견까지 인용해서 보도했거든.”

“간단하네요.”

“그게 뭔 소리야?”

“그 여자가 무속인들과 동행한 거죠. 그들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했고 의도적으로 기사를 올린 것 같네요. 짐승의 소행으로 말이죠.”

“누군가의 제보를 받고 올린 게 아닐까?”

“그게 누구죠? 죽은 사람이요?”

“그야...”

“감이 와요. 여기자가 직접 현장을 보고 올린 거 맞아요.”

남대기가 눈을 빛냈다. 하필 심장을 뜯겼다. 절로 경찰서장의 심장을 던지던 악령이 생각났다.

“시신들은 현장에 있나요?”

“아냐. 초동수사를 마치고 국과수로 보냈어.”

그러면서 핸드폰 갤러리에 찍힌 시신들의 사진을 보여준다. 남대기가 핸드폰을 잡아 크게 확장했다. 그러던 남대기의 눈이 움씰 떨렸다.

‘끔찍해. 이 수없는 이빨자국들은 흡혈벌레들이 달라붙어 피와 체액을 빤 자국이야. 어쩐지 피부가 잔뜩 쪼그라든 것처럼 보이더니. 남대기는 시신들이 피를 빨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이걸 보고 생각나는 거 없나요?”

“그게...경찰서장 피살상태랑 비슷...아!”

말을 하던 김수환이 벌떡 일어나다가 다시 앉으면서 탄식했다.

“하, 미치겠네. 이것도 악령의 소행이란 말이야?”

“여자부터 잡아요.”

“물론이야.”


그 때, 문이 벌컥 열렸다. 박대형 기자의 흥분한 얼굴이 보였다.


“이런! 경찰에서 와 계시니 벌써 알고 있겠네.”

뜬금없이 그 말만 지껄이더니 남대기 옆에 털썩 주저앉는다.


“넌 웬일이냐. 독자들 흥미를 끌 소재를 찾아다닌다며?”

“그럼 당연하지. 새벽의 살인사건. 무속인들이 산신당을 방문했다가 10명 전원이 범인한테 심장을 뜯어 먹혔다. 이만큼 자극적인 소재가 어디 있겠어?”

“........!”

“아, 그리고 나, 원미나 기자 잘 알아.”

“예? 어떻게 아는 사이입니까?”

김수환 경위가 약간 의심스런 눈길로 물었다.

“네. 대학 신문방송학과 후배입니다. 얼마 전까지 국제신문사에 다닌다고 했는데...”

박대형 기자의 안경알속 눈에 힘이 담겼다.

“한 마디로 또라이죠. 미친년이고.”

말투에 적개심까지 느껴진다. 개인적인 원한이 있나 싶을 정도로.


“혹시 연락은 됩니까?”

“아뇨. 옛날 학창시절 때 연락처는 있는데 지금도 그거 쓰는지는 모르겠네요.”


박대형이 보여주는 번호를 적은 김수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마워. 먼저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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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 17. 함정(3) 23.11.24 61 0 11쪽
39 # 17. 함정(2) +1 23.11.23 53 0 12쪽
38 # 17. 함정(1) 23.11.22 5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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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2) 23.11.20 75 1 13쪽
35 # 16. 악령을 달고 사는 여자(1) 23.11.17 84 0 12쪽
34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3) 23.11.16 89 1 8쪽
33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2) 23.11.15 100 1 9쪽
» # 15. 흉사는 꼬리를 물고(1) 23.11.14 9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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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 14. 시작에 불과해(1) 23.11.10 11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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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13. 단서(1) 23.11.08 12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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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 12. 돌아온 악령(1) 23.11.06 156 1 10쪽
25 # 11. 악령(2) 23.11.03 165 1 10쪽
24 # 11. 악령(1) 23.11.02 165 2 9쪽
23 # 10. 잡귀 소굴(2) 23.11.01 182 2 9쪽
22 # 10. 잡귀 소굴(1) 23.10.31 189 2 10쪽
21 # 9. 네트워크(2) 23.10.30 196 2 9쪽
20 # 9. 네트워크(1) 23.10.29 20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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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8. 까불다 다쳐(1) 23.10.27 20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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