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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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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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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674

작성
2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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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2. 리미트, 파이브 데이즈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22. 리미트, 파이브 데이즈











“내 재산의 절반이요?”


“그래.”


에일리는 자산 상황을 떠올려 봤다.


‘집은 월세고···. 통장에 2만 달러 정도와 보증금이 전부고. 차는 중고라서 얼마 나가지도 않고···. 벤츠 차량은 법인 카드로 렌터했으니. 그건 그쪽에서 알아서 할 것이고.’


전 재산의 절반이라고 해 봤자, 1만 5천 달러 정도 되려나.


재산 절반을 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2년간 전담 변호사로 일하라는 것은 살짝 고민이 됐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료로 남의 일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에일리의 고민이 뻔히 보인다는 듯 조건을 추가했다.


“월급은 주지. 지금 받는 만큼.”


“무상이 아니고 돈을 준다고요?”


“일을 하면 그에 합당한 보수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두 번의 목숨 값을 갚으라는 말에 이걸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퉁 칠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애매하게 처리해서 잊을만 하면 나타나 빚 갚으라는 소리를 듣는 것 보다 깔끔하고 확실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종이와 펜을 가져오지. 자신이 변호사니 따로 공증 따위는 받지 않아도 되겠지?”


“물론이죠!”


제임스는 블랙의 안장에서 펜과 노트를 꺼내 건넸다.


노트를 펼친 에일리는 다른 의미에서 살짝 놀란 표정이 됐다.


“그림을···. 꽤 그리네요.”


페이지 곳곳에 펜으로 그린 로키산맥이 묘사되어 있는데, 한눈에 봐도 실력이 범상치 않았다.


“그냥 취미 생활이다. 뒤쪽에 빈 페이지가 있다. 빨리 작성하고 마무리 하자.”


“내 월급에 손을 대는 건 아니죠? 그것도 재산의 절반이니 반토막내서 준다던가.”


“급여에 손을 댈 생각은 없다. 네가 가진 재산만 거래의 대상이다.”


“좋아요!”


에일리는 같은 내용으로 두 페이지를 채워 넣더니, 각각에 자신의 사인을 받아 넣었다.


“자, 여기에 사인을.”


쓱쓱- 제임스는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고 페이지 하나를 찢어 에일리에게 넘겼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요?”


“총은 쏴 본 적이 있나?”


“권총은 모르겠고, 라이플과 샷건은 만져 봤어요.”


“보기보다 과격한 쪽을 좋아하는군. 그리고 보니 말도 탈 줄 안다고 했던가?”


“뭐··· 그냥.”


“뉴욕 출신 아가씨가 익히기엔 말도 샷건도 꽤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어렸을 때 잠시 해 봤을 뿐이에요.”


제임스는 박스를 뒤져, 소총 한 자루와 권총 두 자루. 그리고 불곰도 한 방에 쓰러트릴 것 같은 샷건을 꺼냈다.


‘뭐야. 설마 저 상자들···. 다 무기가 들어 있는 거야?’


에일리가 벙찐 모습으로 박스를 바라보는데, 이번엔 알루미늄으로 된 거대한 박스를 열었다.


“어?”


“아는 물건인가?”


“아니, 그건 아닌데···. 영화에서.”


“터미네이터?”


“네. 터미네이터.”


제임스는 알루미늄 박스 안에서 총열이 여러 개 달린 괴물 같은 총을 꺼내 들었다.


“설마, 그걸 들고 다니려고요?”


영화 속 터미네이터가 저 총을 들고 경찰차를 줄줄이 갈아버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제임스의 덩치를 보면 딱히 못할 것 없어 보이긴 했다.


“그럴 수는 없지. 따로 배터리를 장착해서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움직임에 문제가 많으니까.”


“그런데 왜···.”


“이건 차에 장착할 거야. 여기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작동을 하니, 배우는 것도 금방이고.”


“.....?”


“왜 그런 표정이지?”


“여기에 차가 있다고요? 아니, 그보다 내가 왜 그걸 쏘죠?”


“소총 들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것보다, 차 안에서 클릭만 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그···. 그거야 그렇겠지만.”


제임스는 박스 근처에서 수레 하나를 가져오더니 그 안에 무기를 잔뜩 담기 시작했다.


저걸 다 가지고 갈 수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무기를 챙긴 제임스는 블랙의 안장에 수레를 연결했다.


‘저걸 어디로, 어떻게 가지고 가겠다는 거야?’


여길 들어오는 길은 벼랑 사이 비탈길뿐이다. 저걸 매달고 거길 들어갔다간 말도 수레도 저 밑으로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이제부터 말을 편하게 하겠다.”


제임스의 말에 에일리는 살짝 어이없는 표정이 됐다.


'누가 보면 지금까지는 불편하게 이야기 한 줄 알겠네!'


“괜찮겠지?”


여태껏 그랬는데, 딱히 달라질 것도 없다. 맘대로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


“어딜요?”


“집에 가자.”


“네?”


에일리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연신 눈을 껌뻑였다.


“블랙. 가자.”


히이잉.


블랙은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수레를 끌고 동굴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박스 위에 올라가 배를 깔고 누워 있던 진도 훌쩍 뛰어내리더니 신이 난 표정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얼마나 움직였을까. 동굴을 막고 있는 철문 하나가 등장했다.


제임스는 철문 잠금 장치를 건드리더니, 양쪽으로 활짝 열었다. 그러자 어둑한 동굴 조명이 아닌 밝은 자연광이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도대체···. 여긴···.’


제임스를 따라 밖으로 나가자, 초승달 형태로 넓게 펼쳐진 분지와 암반에 반쯤 박힌 형태로 지어진 통나무집이 나타났다.


통나무집 옆으로 블랙이 지내는 마구간처럼 생긴 공간이 붙어 있고 뒤쪽으로 이동하자 딱 봐도 차고처럼 생긴 장소가 등장했다.


평범해 보이는 SUV 한 대와 크롬 광택이 흐르는 묵직한 덩치의 오토바이가 눈에 들어왔다.


차고 안쪽으로 공간이 더 있었는데 그곳엔 문짝과 천장이 없고 프레임이 그대로 보이는 특이한 형태의 자동차 한 대와 철공소, 정비소에서 볼법한 공작 기계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산 중턱에 어떻게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차고 옆으로 산 아래까지 멀쩡하게 이어진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구불구불 휘어 있고 포장된 도로는 아니지만, 자동차 한 대 오가기엔 충분해 보였다.


“어... 그러니까. 여기 길이 있네요.”


“당연한 거 아닌가? 식료품 좀 구하겠다고 마을까지 매번 뛰어다닐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런데 왜 저쪽 길로...."


"존을 잡는데, 굳이 흔적을 남길 이유도 없고 산맥을 가로 지르는 지름길이라 몸만 움직일 땐 블랙을 타고 움직이는 게 자동차보다 더 빠르다."


에일리가 아는 변태 존이 아니라 살인마 존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 딱히 나눠 이야기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존이나 저 존이나 사이좋게 저 세상으로 갔으니까.


에일리는 멍청이 같은 표정으로 제임스를 바라봤다.


“일단, 씻고 옷부터 갈아 입자.”


에일리는 자신의 옷을 내려다 봤다.


블라우스는 검붉은 핏자국이 가득했고 스커트도 여기저기 뜯기고 긁혀 지저분했다.

워낙 정신이 없어서 미처 생각 못했는데, 머리나 얼굴도 엉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일리는 제임스 손에 이끌려 통나무집에 들어갔다.


동굴을 가장한 창고에 온갖 무기를 쌓아 놓고 있기에 집 안도 무기고 수준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긴 또 분위기가 별천지다.


여러 종류의 기타가 벽 쪽에 거치 되어 있고 바이올린, 피아노, 섹스폰, 트럼펫까지 다양한 악기들이 악보와 함께 흩어져 있었다.


창가 쪽엔 산맥의 풍경이 담긴 캔버스가 펼쳐져 있었는데, 아직 완성된 그림은 아니지만 제임스의 노트에서 봤던 스캐치와 꽤 닮아 있었다.


집 안에 따라 들어온 진은 캔버스가 있는 창가가 자신의 자리라는 듯 그곳에 배를 깔고 누웠다.


“음악···. 하세요?”


“피를 식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 그럭저럭 효과도 있고.”


피를 식혀?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남자 혼자 사는 곳이라, 갖춰 입긴 힘들 거다. 대충 골라 줄 테니까, 맞춰 입어.”


“어···. 네.”


에일리를 옷가지와 함께 욕실에 던져 넣은 제임스는 밖으로 나와 위성 전화기를 켰다.


*


“올리비아. 놈들 정체는?”


-제임스 그게 그렇게 단숨에···.


“사흘 주지.”


-제임스. 그건 너무 촉박해요. 최소 보름은···.


“보름? 그럼, 네가 알버트와 함께 여기 와서 보름을 버텨 보던가. 몰려온 개떼가 수백은 되는 것 같던데. 내가 여기 있다고 전 세계에 광고해 놓고 그런 말이 나오나?”


-하지만···.


“좋아. 최대 5일. 그 안에 문제를 해결하면 지금처럼 조용히 산에서 지낼 거야. 하지만 그 안에 해결이 되지 않으면.”


-오리 사냥터 놈들 보안이···.


“5일 뒤에도 해결됐다는 말이 없으면 내가 직접 내려가서 마무리 짓겠다. 만에 하나 이번 일이 CIA나 정부와 관계가 있거나 이어진 흔적이 있다면 위액에 똥물까지 토해내게 할 거다.”


-우리가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없으면 좋고. 있어도 상관 없다. 나야 그에 맞춰서 대화하면 그 뿐이니.”


-그러지 말고···.


"오랜만의 통화인데 이런 내용이라서 아쉽군. 여기까지만 하지."


-제임스. 내가 남도 아니고, 당신 파트너...


"아, 그리고 덕분에 비싼 아니, 돈 많은 변호사 하나 공짜로 구했다. 실력은 모르겠지만, 변호사 본인이 돈 많은 갑부니 적당한 로펌 하나 사서 죽을 때까지 소송만 하라고 해도 문제없을 것 같더군."


-제임스, 그 여자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는 거지.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재산은 하나도 없어요. 러쉬 가문이 바보도 아니고.... 이미 법적으로 작업을....


"법적 작업이라.... 이미 죽은 사람 취급하고 사망 신고라도 했나 보군. 상관없다. 앤더슨 농장의 정당한 상속자가 에일리라면 권리는 내가 되찾아 주면 그만이다."


-내가 지금 이해가 잘 안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올리비아는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에일리 러쉬에 대한 권리를 찾아 주겠다는 말은 그녀를 보호하면서 적과 싸우겠다는 의미다.


올리비아가 보기에 에일리는 전력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였다.


"올리비아 네가 신경 쓸 일은 에일리 러쉬가 아니라 오리 사냥터다. 내 변호사가 소송을 걸 대상이 내가 몸 담았던 회사이거나 사회보장번호를 제공한 정부가 아니길 바랄 뿐이야.”


-그게 무슨....


"알버트에겐 내 대신 안부 전해 줘. 함께 있으면 목소리라도 들을까 했는데, 아쉽네. 이만 끊는다."


-제임스! 여보세요? 제임스···.


*


제임스는 위성 전화기 전원을 끄고 한 동안 그대로 서 있다가 뚜벅뚜벅 분지로 걸어 나갔다.


초점 없는 눈으로 덩그러니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데, 뭔가 생각이 많은 표정이었다.


제임스의 그런 모습이 신경이 쓰였던 걸까.


블랙이 크륵- 거리며 다가오더니 제임스의 어깨에 얼굴을 비볐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을 풀라는 듯했다.


제임스는 괜찮다는 듯 웃어 보이며 블랙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블랙. 누구보다 믿고 서로 의지해야 할 사람이나 가족이···. 문득, 남보다 못하게 느껴지면 말이다."


제임스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지, 블랙이 윗입술을 까며 비비적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럴 땐···."


제임스는 뭔가 말을 하다 말고 '피식' 웃어버렸다.


"이런 저런 잡념 때문에 나도 모르게 괜히 센티해졌나보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블랙은 말을 하다 마는 게 어디 있냐는 듯 푸륵, 푸륵 거리며 도톰한 앞니를 드러냈다.


"새벽부터 이리저리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네.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 너도 그만 들어가서 쉬어라."


제임스는 블랙의 엉덩이를 툭툭 쳐주고는 통나무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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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 절반! +21 24.09.14 6,228 174 12쪽
20 020. 활짝 웃는 얼굴 +17 24.09.13 6,330 17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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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스테노(Stheno)의 후임들 +16 24.09.07 8,015 2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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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내가 뭘 잘못했다고... +4 24.09.05 7,797 174 10쪽
11 011. 반문하지 말라고! +13 24.09.04 8,063 17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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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 왜···. 왜요! +7 24.09.03 8,895 18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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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눈빛을 피하는 순간 +10 24.08.30 10,509 19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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