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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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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02,261
추천수 :
4,566
글자수 :
131,674

작성
24.09.05 12:05
조회
7,795
추천
174
글자
10쪽

012. 내가 뭘 잘못했다고...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12. 내가 뭘 잘못했다고...











미키는 식겁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땠다가 조심스럽게 귀에 가져갔다.


-왜 말이 없는데? 대답을 해! 접수 된 거 맞아?


“네네. 요청 사항 접수됐습니다. 통화 종료합니다.”


알랭이 파티션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뭐야? 뭔데?”


“그게. 다짜고짜 욕을 해대서는···. 제기랄. 코드 네임만 보면 뭔가 묵직한 카리스마 같은 게 느껴질지 알았는데, 매칭이 안 되네. 완전히 히스테릭합니다.”


미키는 얼얼한 표정으로 귀를 후볐다.


“코드 네임이 뭔데?”


“폭군이요. 알랭 검색어 중 하나.”


미키의 말에 알랭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임스란 단어에 청부가 붙자마자, 폭군에게 연락이 왔다고?”


“잠시만요. 나도 보고 좀.”


미키는 울리지 않는 전화기 옆에 보고 전용으로 준비된 다른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단축 번호 1번을 누르자, 잠시 뒤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


올리비아는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실 앞을 서성였다.


연락이 오지 않아야 할 곳에서 연락이 왔고 이와 관련된 사항은 긴급으로 보고해야 하지만, 정작 보고를 받아야 할 사람이 국무회의에 들어가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회의 종료를 기다리는데, 스마트폰이 부르르 진동을 일으켰다.


발신자 정보에 [R마켓 콜센터]라고 표기가 되자, 올리비아의 표정이 본래 보다 더 굳어졌다.


잠시 숨을 고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R 마켓 콜센터입니다.


“코드명.”


-네?


“확인된 코드명!”


-아. 네. 폭군입니다.


“사항은?”


-네?


“보고 사항!”


-아. 네. 그러니까, 제임스 한, 에일리 러쉬에 청부를 넣은 자를 제거하거나 청부를 철회시키는 건입니다. 청부비는 이천만 달러입니다.


“처리해.”


-네?


올리비아는 하마터면 스마트폰을 바닥에 던져 버릴 뻔했다.


“이런 병신 같은 새끼가.”


-네? 잘 못 들었습니다.


“너 이름이 뭐야?”


-아, 네. 미키 브라운입니다.


“에이전트 미키 브라운.”


-네!


“같은 말 반복하게 할 거야?”


-네?


“이런 머저리 버퍼링 같은 새끼를 봤나. 당장! 처리하라고!”


-아. 네. 네. 네? 저기 잠시만···.


올리비아는 신경질적으로 종료 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전화 끊었나요? 저기요?”


미키는 수화기를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왜 자꾸 짜증이야!”


“왜?”


파티션 너머에서 무슨 일 있냐는 듯 질문이 날아왔다.


“아니, 이게. 내가 여기 욕받이로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앞뒤 설명도 없이 그냥 처리하라고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리잖아요.”


“처리해야 할 일이 뭔데?”


미키가 고객의 요청 사항을 이야기하자, 알랭은 ‘아, 아···.’하면서 뭔가 아는 척을 했다.


“청부는 오리 사냥터에 하라는 것 같고.”


“오리 사냥터요?”


“어. 최초 청부가 확인된 곳. 그런데 문제가 있다.”


“....?”


“여기 선금 줘야 해. 우리 부서 운영비라 봐야 월 만 달러 수준인데. 이천만 달러를 어디서 갖다 집어넣냐.”


“그러니까요. 돈이 있어야 청부를 하죠. 나도 이게 되나 싶어서 다시 물어보려고 했는데, 냉정하게 자기 말만 하고 툭 끊어 버리네요. 내가 왜 어이없어하는지 알랭도 알겠죠.”


미키는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전화해서 물어봐. 우리가 이쪽 전문도 아니고···. 뭐라도 알아야 일을 처리하지.”


“다른 부서에 물어보면···.”


“미쳤어? 다른 부서에 여기 관련 나불거리면 보안 위반으로 바로 쇠고랑이야.”


“아, 미치겠네. 여자 목소리가 정말 살벌하던데.”


“여자?”


“폭군도 여자. 보고 받는 상급자도 여자.”


알랭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파티션 너머로 얼굴을 내밀었다.


“말투가 짧고 차갑고 톡 쏘고···. 얼음이랑 대화한 것 같고···. 말 몇 마디로 사람 모가지 정도는 싹둑 날려 버릴 것 같은 그런 여자?”


“혹시, 알랭도···.”


“어. 아무래도 너랑 나랑 보고처가 같은 모양이다.”


알랭의 상급자와 자신의 상급자가 같은 것 같다는 말에 미키가 손바닥을 비볐다.


“알랭, 나 대신 전화 해서 이거 돈 어떻게 하냐고 물어봐 주면···.”


“어림도 없는 소리 마라. 나도 그 여자가 시킨 거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거 안 보이냐? 그런 건 각자 알아서 하자고.”


*


[R마켓 콜센터]


올리비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전화를 받았다.


“뭐지?”


-그게, 청부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지 않습니까. 레딧에 몇 글자 적어 올리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처리하라고만 하면 일을 어떻게 합니까.


“무능하긴···.”


-네?


“부서 운영비가 있잖아!”


-만 달러짜리 계좌를 말하는 거라면···.


“하, 미치겠네.”


-네?


“마이너스 계좌다.”


-네?


“.....”


-저기, 방금 그게 무슨 말씀인지···.


어떤 멍청한 놈이, 이런 병신 같은 놈을 ‘폭군’ 대응팀에 넣은 걸까.


부서에 찾아가면 미키인가 마우스인가 하는 이놈은 물론이고 멍청한 인사 담당까지 싹 쓸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만 달러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 연동 계좌니까, 거기서 그냥 꺼내 쓰라고!”


-네? 아···. 아아. 아아아···.


자신들 운영 계좌가 마이너스 연동이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듯 연신 ‘아아’거리는 미키의 태도에 올리비아는 혈압이 솟았다.


한바탕 욕을 쏟아부으려는 데, 회의실 문이 열리며 사람들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처리하고 보고해. 그리고 마지막 경고야. 다시는 내 앞에서 반문하지마. 서류 정리나 하면서 남은 경력을 썩히고 싶지 않으면!”


올리비아는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고 복장을 정리했다.


전 CIA 국장이자, 현(現) 백악관 정보분석고문으로 활동 중인 알버트가 국무위원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무슨. 다 늙어서 그냥 소일꺼리 하는 거지.”


“일단 차로 이동하시죠.”


“아침 식사도 못하고 급하게 나왔잖아. 여기 식당에서 가볍게 요기라도 하고 갈까 하는데.”


“위원님. 죄송합니다만, 백악관 간식은 다음 기회에 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그 사람.... 제임스에게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올리비아 입에서 제임스란 이름이 흘러나오자, 알버트의 표정이 대번에 달라졌다.


*


제임스의 흔적을 쫓던 타이슨은 소나무 군락지를 발견하곤 이동을 멈췄다.


부하 둘과 후방 경계를 하던 딕슨이 타이슨에게 다가왔다.


“왜?”


“기습하기 딱 좋은 장소라서.”


딕슨은 군락지를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폭발물을 매설해 놨을 수도 있고."


존의 팀도 그렇고 자신들도 비슷한 수법에 당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지미.”


“네. 대장.”


식량 담당 신입이 딕슨 옆에 섰다.


“지금부터 네가 척후다.”


지미는 떨떠름한 표정이 됐다.


“저... 혼자서 말입니까?”


“타이슨. 한 명 붙여 줘.”


“고든. 함께 움직여라.”


고든이라 불린 녀석도 지미 만큼이나 싫은 기색이었지만, 명령에 따라 앞으로 나왔다.


지미와 고든이 소나무 군락지로 슬금슬금 다가가자, 남은 인원은 곳곳에 자리를 잡고 총구를 겨눴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군락지에 들어선 지미와 고든은 주변을 경계하며 조금씩 이동을 했다.


뛰어서 통과하면 3~4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둘은 20분에 걸쳐 천천히 주변을 살피고 매설물이 있지 않은지 샅샅이 뒤지면서 이동을 했다.


별 다른 문제 없이 군락지 반대편에 도착한 둘은 억눌렀던 숨을 길게 뱉어냈다.


고든은 무전기를 꺼내 타이슨에게 보고를 했다.


“대장. 문제 없이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군락지긴 한데, 나무통이 크지 않아서 몸을 숨기기엔 좋지 못한 환경입니다.”


-오케이. 뭐라도 좋으니까,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바로 무전 날려.


“라저.”


무전을 끝내고 지미 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고든은 눈앞이 번쩍하며 불똥이 튀는가 싶더니 그대로 의식이 날아가 버렸다.


지미는 눈앞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장면에 멍청이 같은 표정이 됐다.


이마에 칼이 박힌 고든이 초점 없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다가 통나무처럼 쓰러졌지만, 지미는 어떤 행동도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고든 머리에 칼이 박히며 턱이 덜컥 들리는 순간, 얼굴을 다 덮을 만큼 큼직한 손이 자신의 입을 꽉 틀어 막고, 귓가에 '쉬....'하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줬기 때문이다.


'씨발.... 척후 가라고 할 때부터 기분이 더럽더라니.'


먹고 살겠다고 이 바닥에 뛰어 들긴 했는데, 설마 첫 날부터 목이 날아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분명히 주변을 살피면서 움직였는데...'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나타나기만 한 게 아니라, 소음 하나 없이 등장해 고든 대가리를 쪼개버리고 자신의 목까지 틀어 쥘 줄이야.


'빌어먹을... 존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다 뒤졌다고 했을 때. 그때 정신 차리고 돌아서야 했는데... 머저리 같은 딕슨!'


이렇게 허망하게 가는구나 싶었는데, 상대가 속삭이듯 말을 걸었다.


"거래를 하나 했으면 하는데."


'거...거래?'


"거래에 응한다면, 네 목숨은 건드리지 않겠다."


'나를 살려준다고?'


"야영장 소식은 들었지?"


듣기만 한 게 아니라, 현장을 직접 봤다.


"존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다. 거래에 응하면 살려주겠다고."


'뼛조각도 찾기 어렵게 조각났던데...'


생각해 보니, 존 뿐만 아니라 자신이 들어간 팀도 절반 이상이 이미 그렇게 죽어버렸다.


"존은 어리석은 선택을 했어. 나와 약속을 지켰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집에 갔을 텐데. 너도 그 같은 선택을 한다면 결국 존처럼 되겠지."


'그냥 죽는 것도 억울한데, 여기까지 와서 조각나 죽고 싶지 않다고!'


"싫다면 고통 없이 한 방에 보내주지. 약속을 했다가 어기는 거라면 용서 할 수 없지만, 그 전에는 서비스로 그렇게 해 주겠다."


지미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단번에 고개를 흔들었다.

고통이 있던 없던, '죽음'을 서비스 받는 멍청한 짓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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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2. 내가 뭘 잘못했다고... +4 24.09.05 7,796 174 10쪽
11 011. 반문하지 말라고! +13 24.09.04 8,062 179 11쪽
10 010. 잘했다. +5 24.09.03 8,426 16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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