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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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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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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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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674

작성
24.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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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7. 산양길 초입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17. 산양길 초입에서











딸그닥, 딸그닥.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던 블랙은 고개를 가볍게 젓더니 그대로 멈춰 섰다.


에일리는 왜 갑자기 멈추냐는 듯 블랙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지만, 블랙은 크륵, 크륵 콧방귀를 흘리며 몸을 털었다.


에일리는 이곳이 도착지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산을 모르는 도시인이라 해도 여긴 절대 아니었다.


산 중턱, 암석만 가득한 곳이 목적지일리 없다.


에일리는 도와달라는 듯 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진 역시 여기가 끝이라는 듯 왈! 짓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씨···.”


에일리가 짜증 섞인 소리를 흘리자, 블랙이 고개를 돌려 에일리는 바라봤다.


평소 같으면 크고 맑은 눈동자에 흐뭇한 눈길로 마주했겠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블랙의 눈동자엔 자신 만큼이나 짜증이 가득했다.


“내···. 내리라는 거지?”


크릉!


블랙은 재차 콧방귀를 날리며 몸을 털었다. 계속 버티면 홰를 쳐서라도 떨궈버리겠다는 그런 눈빛이다.


말이 닭도 아니고 홰를 친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놈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뭔가 잔뜩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이었고, 자신이 등에 오르려 할 때는 미쳤냐는 듯 콧방귀를 날리더니 대번에 머리를 물어뜯었다.


진이 나서서 말리지 않았다면 머리 한가운데가 훌러덩 뜯겨 원형 탈모가 생길 뻔했다.


크르르릉!


“어. 그래. 내려. 내린다고.”


진이라는 개도 그렇고 블랙이라는 말도 그렇고 그 사람이 데리고 다니는 동물은 뭔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괴팍함이 있었다.


콕 집어서 이거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대충 느낌을 이야기한다면···.


자신을 사람 취급 안 해 주는 그런 느낌이다.


‘개랑 말한테도 무시받는 인생이라니···. 내가 어쩌다가···.’


억울하고 분통 터졌지만, 블랙의 크릉거리는 소리에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어어. 내린다니까.”


말에서 내린 에일리는 발을 쭈삣거리며 조심조심 움직였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하이힐이었지만, 그나마 발을 보호해 주던 유일한 도구였는데, 이젠 그조차 없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발바닥에서 통증이 올라와 코끝을 찡그렸다.


“여기서 기다리는 거야?”


블랙을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 에일리를 바라보더니, 따그닥, 따그닥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야···. 뭔데?”


블랙이 자신을 두고 혼자 걸어가 버리자, 에일리는 불안한 눈빛으로 급히 발걸음을 뗐다.


바닥은 온통 까칠한데, 신발이 없다 보니 블랙을 쫓는 에일리의 걸음은 엉금엉금 그 자체였다.


“그냥 태워주지···.”


에일리는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블랙이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미쳤냐는 듯 에일리를 바라봤다.


자신의 머리를 대뜸 물어 버렸던 딱 그때 그 표정이다.


“.....”


에일리가 움찔한 표정을 짓자, 블랙은 ‘킁!’ 콧방귀를 뀌고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5분쯤 이동을 했을까?


“아···.”


눈앞에 드러난 풍경을 보며 블랙이 왜 등에서 내리라고 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곧바로 거부감이 일었다.


어디서 봤더라. 그래, 차마고도!


소금과 찻잎을 나귀 등에 이고 아슬아슬 비탈길을 넘나들던 바로 그 다큐멘터리.


거기서 봤던 것과 비슷한···. 아니, 어쩌면 더 험난해 보이는 절벽 외길이 펼쳐졌다. 외길 아래는 밑이 보이지 않는 천길 낭떠러지다. 눈앞이 아찔해졌다.


딱히 표현할 말이 없어서 외길이라 했지만, 사실 이건 길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그런 곳이었다.


차마고도에 나오는 길은 흙이라도 섞여 있고 그럭저럭 길처럼 모양새라도 갖추고 있지만, 여긴 그냥 말 그대로 암벽 등반과 동급이었다.


절벽 끝에 아슬아슬 이어진 틈 사이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는데, 저 멀리 희끗희끗한 뭔가가 통통거리며 이동하는 게 보였다.


머리에 달린 뿔이나 생김새가 염소···. 아니, 산양이다.


그러니까, 이 길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절벽 사이를 뛰어다니며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산양 전용로라는 의미였다.


진은 그래도 개니까 그럭저럭 이동한다고 해도 블랙은 저 덩치로 여길 어떻게 가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되질 않았다.


“서···. 설마. 여길···. 가자고?”


에일리는 진과 블랙을 보며 ‘니들 미쳤냐? 여길 어떻게 가!’하는 표정을 지었다.


왈!

크릉!


개와 말은 여길 왜 못가냐는 듯 되레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에일리는 겁먹은 표정으로 슬금슬금 뒷걸음쳤다.


등산 장비를 잔뜩 챙겨왔어도 내키지 않는 길인데, 맨발에 스커트를 입고 여길 올라가라고?


삐끗하는 순간, 천 길 낭떠러진데?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고소 공포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환경에 아무렇지도 않게 적응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리 없지 않은가.


"난.... 그냥 흔하디 흔한 변호사라고. 산악 구조는 고사하고 암벽 등반 따위도 근처에 가본 적 없는..."


에일리가 고개를 흔들며 거리를 벌리자, 앞서 이동하던 진이 통통 튕기듯 뛰어 에일리의 후퇴를 막았다.


“못 가···. 난 못 가.”


왈!


“진. 이건 아니야. 이건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고!”


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에일리를 보더니, 맘대로 하라는 듯 왔던 길을 돌아가 버렸다.


진과 블랙이 자신을 버려두고 산양길로 들어가 버리자, 에일리는 낭떠러지 추락과는 성격이 다른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혼자 남겨진다는 것. 바로 그 두려움이다.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안 돼? 굳이 위험한 길을 갈 필요는 없잖아!”


에일리의 외침에도 진과 블랙은 아랑곳하지 않고 갈 길을 갔다.


“야!”


에일리는 재차 진과 블랙을 불렀지만, 두 녀석은 어슬렁어슬렁 코너를 돌아 아예 모습을 감춰버렸다.


“.....”


*


“대장, 찾았습니다.”


드론을 조작하며 인근을 살피던 코튼이 고글을 벗고 그루브를 바라봤다.


“거리.”


“2km.”


“패튼. 오토바이 내려.”


“써!”


패튼은 트럭 짐칸에 올라가더니 산악용 오토바이 두 대를 끌어 내렸다.


“질리언과 패튼이 먼저 이동한다.”


“여자는 어떻게 할까요? 확보를···.”


“확보는 무슨. 그냥 제거해. 레딧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오리 사냥터와 헤드 콜렉터가 경쟁하듯 의뢰비를 올렸고, 강 건너 불구경하던 놈들이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고만고만한 놈들이 끼어들었다면 무시해버리겠지만, 자신들 사이에서도 미친놈 취급 받는 탑티어 사이코들이 의뢰를 수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의뢰를 완료하고 쓰레기들과 미친놈들이 몰려들기 전에 빠져나가야겠다. 여긴···. 조만간 개판이 날 거야.”


그루브의 말에 그의 팀원들 역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혼은 저격총 챙겨서 나를 따라와. 우린 반대편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코튼.”


“네. 대장.”


“넌 위치 정보 계속 전송해. 여자 근처에 놈이 있을 수도 있으니, 주변을 좀 더 살펴보고.”


“써! 예써!”


질리언과 패튼이 산악 오토바이를 타고 여자를 잡기 위해 달려가자, 그루브는 저격 담당 혼을 데리고 산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절벽 길 앞에서 서성거리는데, 어디선가 모기 날아다니는 소리가 났다.


이 와중에도 모기에 물리는 건 싫었는지 질색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리는데, 앵앵거리던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거리를 좁혀왔다.


“뭐지···?”


모기 소린가 싶었는데, 그게 아닌 듯 싶다.


앵앵거리는 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리던 에일리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드론?”


에일리가 드론을 발견한 것처럼 드론도 에일리를 발견했는지 고도를 낮추며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윙윙윙-


에일리 코 앞까지 다가온 드론은 잠시 호버링을 하며 에일리를 살피더니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뭐···. 뭔데?”


에일리는 드론의 접근을 피해 몸을 움직였지만, 드론은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에일리를 쫓았다.


지금이라도 산양길에 올라 도망을 쳐야 하나 싶었지만, 조심조심 움직여도 위험한 길을 허겁지겁 올랐다간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떨어져 죽을 것이다.


'젠장, 아까 그냥 따라 갈 걸!'


*


산양길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던 제임스는 움직임을 멈추고 바위 사이에 몸을 붙였다.


미세하게 흘러드는 모터음. 드론이다.


청력을 높여 위치를 가늠하는데, 소리가 멀어지는 방향이 산양길 쪽이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또 다른 모터음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드론에 산악 오토바이까지 가져온 건가.”


맨몸으로 뛰어다니던 다른 팀과 달리 이번에 따라붙은 놈들은 준비를 꽤 충실히 한 것 같다.


제임스는 허공을 둘러보며 잠시 경계를 하더니 땅을 박차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


드론을 피해 빙글빙글 쳇바퀴 돌던 에일리는 부아아앙!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오...오토바이?"


산등선을 타고 넘은 오토바이 두 대가 스턴트 묘기를 부리듯 허공을 날더니, 자신이 있는 곳에 뚝! 떨어져 내렸다.


쿵! 쿠드드드득! 착지와 동시에 쭉- 미끄러진 오토바이 두 대는 핸들을 꺾으며 스트롤을 잡아 당겼다.


부아아아앙! 부앙! 부아아앙!


타이어가 거칠게 회전하며 드리프트를 돌자, 돌조각, 흙덩이를 사방으로 튕겨냈고 일부는 에일리 몸을 두들겼다.


“악!”


에일리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놈들은 오토바이를 돌리며 자세를 잡더니 곧바로 총구를 들이밀었다.


에일리는 자신을 향한 총구를 발견하자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버렸다. 이젠 진짜 죽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하얗게 증발했다.


그때 머리 위로 큼직한 어둠이 드리우더니, 위이이이잉! 꽈드득!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에일리에 총알을 박으려던 패튼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뭐야!”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허공에서 날아든 정체불명의 존재는 호버링 중인 드론을 낚아채 패튼을 향해 집어 던졌다.


위이이잉- 부아앙!


예정에 없던 기동에 드론은 자세를 잡으려 노력했지만, 날개가 부러진 탓에 빙빙 돌며 반원을 그렸다.

그 때문일까. 급히 고개를 숙여 드론을 피하던 패튼은 부메랑처럼 달아든 드론에 직격으로 맞아 버렸다.


퍽!


“큭!”


드론에 머리를 얻어맞은 패튼이 단발마를 뱉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레저용 손바닥만 한 드론이 아니라 각종 기기가 장착된 중형 드론이었기 때문에 충격 질량이 꽤 컸다.


“패튼!”


“크으... 쏴! 놈을 쏴! 빨리!”


질리언이 급히 총구를 돌려 제임스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투타탕! 투타탕! 타타타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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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 절반! +21 24.09.14 6,227 174 12쪽
20 020. 활짝 웃는 얼굴 +17 24.09.13 6,330 177 14쪽
19 019. 에일리 앤더슨 +15 24.09.12 6,682 181 14쪽
18 018. 갚으면 된다. +9 24.09.11 6,856 164 12쪽
» 017. 산양길 초입에서 +4 24.09.10 6,868 1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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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스테노(Stheno)의 후임들 +16 24.09.07 8,014 205 12쪽
13 013. 컴백 홈 +4 24.09.06 7,953 189 11쪽
12 012. 내가 뭘 잘못했다고... +4 24.09.05 7,797 174 10쪽
11 011. 반문하지 말라고! +13 24.09.04 8,063 17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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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9. 왜···. 왜요! +7 24.09.03 8,895 18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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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미처 말하지 못한 예언. +6 24.08.31 10,170 20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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