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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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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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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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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674

작성
24.09.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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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3. 컴백 홈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13. 컴백 홈











제임스는 손가락으로 낮은 언덕을 가리켰다.


“저 언덕을 넘어가면 너는 산다.”


“그게... 무슨 말인지.”


언덕을 바라보던 지미는 어리둥절한 눈빛이 됐다.


“총소리가 나면 무전이 날아들 거야. 무슨 일이냐고 이유를 묻겠지?”


“아마도···.”


“저기 누워 있는 놈 이름이 뭐지?”


“고..고든입니다.”


“고든이 놈에게 상처를 입혔다. 고든과 함께 놈을 추격한다. 이렇게 대답을 하면 된다.”


지미는 더더욱 모르겠다는 표정이 됐다.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총소리가 나면 무전을 주고받고 언덕을 향해 뛴다. 이것만 해 내면 너는 집에 갈 수 있다.”


목소리가 시킨 대로 하면 진짜 살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농락하는 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저···. 정말입니까?”


“널 죽일 생각이라면 굳이 이런 제안을 할 이유가 있나?”


없다. 고든 머리에 칼을 박아 버린 것처럼 자신도 그냥 죽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굳이? 왜?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


긴가민가하는 표정을 짓자, 제임스는 한 마디 덧붙였다.


“네가 숲을 지나오는 걸 지켜봤다.”


“에?”


“어설프더군. 오는 내내 저기 저 놈에게 구박도 받고.”


제임스는 머리에 칼이 박힌 고든을 가리켰다.


“그건...”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더군. 등에 지고 있는 배낭도 전투보다는 보급에 맞춰져 있고. 번외 병력. 결국 짐꾼이라는 소리지.”


“....”


“척후는 노련미가 필요해. 병력 대다수를 잃은 상황에서 중요 자원을 위험에 밀어 넣을 수는 없겠지. 너도 알고 있잖아. 미끼로 버려졌다는 걸.”


“.....”


“이름이 뭐지?”


“지미...”


“그래 지미. 언덕을 봐.”


지미는 자신이 올라야 할 언덕을 올려다봤다.


“군락지를 벗어나면 언덕 너머까지 열린 공간이야.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떼거리로 언덕을 오르진 않겠지. 자, 이번엔 누가 먼저 언덕을 올라야 할까? 전투력이 증명된 대원? 아니면 없어도 그만인 짐꾼?”


“씨발....”


“그래. 너도 알고 있잖아. 이게 반복되면 너는 무조건 죽어. 아니, 죽어야겠지. 그래야 내 흔적을 찾고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


목소리는 손을 들어 다시 언덕을 가리켰다.


“어차피 올라야 할 언덕이야. 그것도 다시 미끼가 되어서. 거부하면 뒤통수에 총알이 박히겠지. 이런 상황에 명령을 거부하는 자는 절대 용납할 수 없으니까.”


지미는 등짐을 진 자신을 불러 척후로 내세우던 딕슨의 얼굴을 떠올렸다.


목소리의 말이 맞다.


딕슨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척후를 가장한 미끼가 되어 계속 선두에 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니 이곳에서 죽겠지.’


지미가 마음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남은 인원이 몆이지?"


"다섯 입니다."


"적당하군."


제임스는 빼앗았던 총을 지미에게 돌려줬다.


“언덕을 오르면서, 그리고 넘어서면 다 쏟아부어. 마치 격전을 치르는 것처럼. 아쉽다 싶으면 탄창 갈아 끼우고 계속 쏴도 돼.”


제임스는 무전 날리는 순서, 내용을 차분히 설명했다.


지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목소리의 말에 집중했다.


설명을 마친 제임스는 지미에게 한 마디 덧붙였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 바닥에 들어왔는지 안다만, 더 늦기 전에 집에 돌아가. 그리고 평범한 일을 찾아.”


“....”


목소리의 말에 지미는 한동안 침묵을 흘렸다.


자신을 죽이지 않고 거래를 제안하고 살아날 기회를 주는 이유라고 해야 할까?

방금 말에서 은연중 그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움직일 시간이 다 됐다. 지미, 잘할 수 있지?”


“네!”


확실히 마음을 굳혔는지, 지미의 대답에 꽤 힘이 들어갔다.


제임스는 그런 지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줬다.


그저 스치듯 가벼운 두들김이었지만, 지미는 그 손짓에서 건투를 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눈을 부라리며 척후에 나서라던 딕슨 머저리에겐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뒤에서 스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움찔 뒤를 돌아봤는데, 그새 고든의 시체가 사라져있었다.

이번에도 뭘 어떻게 했는지 가늠이 되질 않았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편을 먹어야 한다면, 딕슨 보단 목소리를 선택하는 것이 살아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


딕슨 무리가 군락지 통과를 앞두고 있을 무렵. 갑작스럽게 총성이 울려 퍼졌다.


척후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피해 조심스럽게 전진하던 딕슨 일행은 급히 자세를 낮췄다.


타이슨은 급히 무전기를 잡고 고든을 호출했다.


“고든! 무슨 일이야?”


대답은 딕슨의 무전기에서 흘러나왔다.


-치익-. 놈입니다! 놈이 고든과 교전···. 칙.


타타타타탕!


-중입니다.


지미는 다급한 음성으로 상황을 알렸다.


-잡았습니다! 치이익- 고든이 놈을 잡았···. 치익.


타타타탕!


-치익-. 놈이 도주합니다. 고든과 함께 쫓겠습니다.


“뭐? 야. 지미!”


-치익... 치직. 헉헉. 거의 다···. 헉헉. 됐습니다!


지미는 가쁜 숨을 내쉬며 놈을 잡기 직전이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보고에 다들 어리둥절한데, 다시 무전이 날아들었다.


-앗! 고든이 맞았습니다. 치익-. 치익-. 지원! 지원요청! 놈이 상처를 입은 지금 잡아야 합니다!


“놈의 부상 부위는?”


-치익. 다리. 오른쪽 다리, 어깨에 맞았습니다.


지미의 대답에 딕슨과 타이슨이 마주 보고 웃었다.


“모두 달려! 놈이 다른 곳에 숨기 전에 무조건 잡는다!”


“네!”


딕슨과 내비게이션, 타이슨과 남은 부하들이 군락지를 헤치며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군락지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지미의 모습이 확인됐다.


타타타타탕! 타타탕!


곧이어 언덕 너머에서 연달아 총성이 울려 퍼졌다. 고든, 지미가 놈과 교전 중인지 총성이 요란했다.


-치익. 놈을 고립시켰습니다! 지원! 지원!


재차 지미의 무전이 날아들었다.


군락지 밖은 엄폐물이 없는 개활지나 다름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굳이 경계할 이유가 없다.


“뛰어!”


언덕 너머를 목표로 다섯 용병이 눈에 불을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복수도 복수지만, 저 너머에 천만 달러짜리 목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놈들이 군락지를 벗어나 열린 공간에 접어든 순간, 출구에서 우측으로 30m쯤 떨어진 장소에 총구가 나타났다.

나무 사이에 몸을 뉘고 있던 제임스는 엎드려 쏴 자세로 조준 사격을 시작했다.


탕!


단발 총성과 함께 언덕을 오르던 다섯 무리 중 하나가 픽- 쓰러졌다.


탕!


다시 한 놈이 머리에서 피를 튕기며 아래로 뒹굴었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딕슨과 타이슨이 식겁한 표정으로 몸을 낮췄지만, 제임스는 지대가 낮고 놈들은 오르막 개활지에 전신이 드러난 상태다.


몸을 낮춘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런 좇 같은!”


탕!


딕슨 옆에 내비게이션이 욕을 토하다 말고 컥! 하며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씨발!”


이대론 멈춰 선 표적밖에 되지 않는단 생각에 딕슨과 타이슨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둘은 타겟팅을 피하기 위해 지그재그로 갈라 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언덕만 넘어가면···.


그때 언덕 위에서 지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미! 지원 사격! 밑으로···.”


딕슨은 다급한 표정으로 지원요청을 했지만, 지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너···. 이 새끼!”


딕슨은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눈치를 챘다. 빌어먹을 짐꾼 새끼가 배신을 한 것이다.


"좇 같은 새끼가 어디서 감히!"


지미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었지만, 딕슨이 총을 들어 올리자 그대로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거리가 가까웠기에 조준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지향 사격 하듯 총탄을 쏟아 부으면 충분했다.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탕!


"커거걱! 컥! 크악!"


지그재그고 뭐고 위에서 수십 발의 총탄이 쏟아지자, 딕슨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걸레짝이 됐다.


타이슨은 연신 욕을 쏟아내며 어떻게든 킬링 존을 벗어나려 했지만, 탕! 하는 총성과 함께 여지없이 고꾸라졌다.


“마더 뻐커!”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타이슨이 엉금엉금 바닥을 기는데, 탄창을 갈아 끼운 지미가 어림도 없다는 듯 총탄을 갈겨 버렸다.


타타타타타타탕!


퍽퍽! 퍼버버벅!


타이슨 몸과 주변에서 흙덩이와 핏물이 요란하게 튀어 올랐다.


한동안 총성이 가득했던 언덕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지만, 지미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곳곳에 총구를 돌려댔다.


그때 지미의 무전기에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익-. 지미


움찔 몸을 떨던 지미는 급히 무전기를 잡았다.


“네.”


-치익. 수고했다.


“아···. 아닙니다.”


-치익. 아니야, 초보치곤 잘했어.


“가···. 감사합니다.”


-탄창 해제.


“네?”


-탄창 해제하고 대기.


“아. 넵!”


지미가 탄창을 해제하고 언덕배기에 주저앉자, 군락지 사이로 형체 하나가 아른거렸다.


목소리만 존재했던 ‘그’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자신이 저격한 놈들 몸에 추가로 총알을 박아 주며 느릿하게 언덕을 올랐다.


지미는 자신 앞에 도착한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봤다.


군청색 야상에 짙은 회색 바지. 황갈색 얼룩 무늬 버프와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가 지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움직일 수 있겠나?”


“네? 네!”


지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가 무릎에 힘이 풀린 듯 다시 주저앉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독한 긴장감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갔다.


“어? 이게···.”


“괜찮다. 잠시 앉아서 쉬어.”


제임스는 지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언덕 밑 풍경을 말없이 내려다봤다.


“어디 출신이지?”


“캔자스···.”


“하하. 태어난 곳 말고.”


제임스가 웃음을 흘리며 이야기하자, 지미는 뒤늦게 질문이 그게 아니었음을 알아차렸다.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8군 2사단입니다.”


“주한미군?”


“어? 아십니까?”


“뭐, 인연이 없진 않지. 그런데 그쪽 출신이 잘도 이런 곳에 들어올 생각을 했군.”


행색을 보니, 전형적인 알보병이다. 실전 경험도 오늘이 처음일 것이다.


“그냥···. 어쩌다 보니.”


사연 없는 무덤 없다고, 지미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이런 걸 계속 보고 싶나?”


“.....”


“모습은 다를지 모르지만, 끝은 거기서 거기다. 정신을 갉아 먹혀 망가지거나, 피에 절어서 화약 냄새만 쫓게 될 거다.”


지미는 길게 숨을 뱉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저들은 얼마 전까지 같은 팀이었다. 그런데 이젠 자신이 살고자 저들에게 총알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이 자신만의 것일 리 없다.


다른 누군가도 이런 상황이 온다면.... 자신의 몸에 총탄을 욱여 넣을 것이다.


지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집에···. 돌아갈 겁니다.”


지미의 말에 제임스는 별다른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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