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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첼 님의 서재입니다.

대종사, 레이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카이첼
작품등록일 :
2018.10.02 17:59
최근연재일 :
2018.10.30 11:4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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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75
추천수 :
745
글자수 :
117,058

작성
18.10.2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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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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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권 18화

DUMMY

경주 원산지역이었다.

버려진 폐가가 즐비한 지역으로 차가 달렸다.

던전이 발생하면서 인구밀도가 낮은 시골 지역은 통폐합을 거쳐 시민들을 강주이주하게 됐다. 아무래도 안전을 위해서는 전력의 이동과 집중이 쉽도록 중심 시가지에 모으는게 편한 법이다.


그러나 때문에 버려진 지역은 그 자체가 던전인 것처럼 황폐한 느낌을 풍겼다. 그 지역의 보수되지 않은 도로를 달리는 차가 한 대 있었다. 단단한 인상의 지프차다. 그 차량은 곧 산으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로 들어갔고, 그 차로 파고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까지 가서 멈췄다.

거기서 사람이 둘 내렸다.


다소 험한 인상의 중년 남자 둘이었다.

그들은 수풀을 헤치며 좀더 산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데 그들이 조금씩 더 들어가면서 산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낮이었음에도 밤처럼 어둑어둑한 분위기였고, 무언가 피부를 찌르는 듯한 불길함이 점점 대기에 강렬해지기 시작했다. 곧 그들이 멈춰섰다.


“이거야?”

“신고 들어온 건 그래.”


멈춰선 그들 앞에는 아주 새카만 공간의 일그러짐이 있었다.

전형적인 던전의 입구다. 하지만 아직 성장 중인 형태였다.

한데 그걸 보자마자 두 사람의 얼굴은 팍 찌그러졌다.


“아 씨발, 좀 큰거 같은데.”

“그렇지? 이야기 들으니 좀 불길 하더라고.”


던전의 수준은 직관적으로 ‘불길함’을 통해 측정될 수 있다. 보통 사람이 뭔가를 보고 느끼게 되는 어떤 이질감, 불안함, 혐오감 같은게 던전의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데 이건 제법 잔뼈가 굵은 헌터들 조차 얼굴이 굳을 정도다

신고를 한 사람은 일반인이라 지금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얼른 측정해 보자.”

“알겠어.”


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갔다.

그는 던전 앞에 서고는 심호흡을 한 다음 눈을 감았다.

옆에서는 초조하게 그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다소 특이해 보이는 이 모습은 던전의 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다. 헌터들은 사이킥 파워 외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스킬 가운데는 직접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되진 않지만 유용한 것들도 많다. 지금 앞에 나선 남자는 감정이라고 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 던전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아이템의 가치나 유래는 물론, 던전 자체의 위험도 역시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으...”


곧 작업이 끝났다. 남자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눈을 떴다. 옆에 동료가 다가서서 다급하게 물었다.


“어때?”

“이거, A급인데.”

“A급이라고?”


판정이 뜨자 동료의 얼굴이 거무죽죽해졌다.

설마 했더니 역사나라니.


“경주지역 길드로는 감당 못해. 얼른 서울에 연락해.”

“씨발, 또 존 나게 죽어나가게 생겼구만.”

“트리플 플러스도 없는 판에...”


그들은 후다닥 몸을 돌려 차로 돌아갔다. 얼른 차에 올라 왔던 길을 거슬러 돌아가면서 그들은 초조한 대화를 이었다.


“딴 나라에 지원 신청해야 하는거 아냐?”

“그래도 특급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젠장.”

부아앙.


차는 그들의 심경처럼 다급하게 달렸다.

A급 던전이다.

잘못 대처하면 대지진에 비견되는 피해를 낳을 수 있는 재앙 중의 재앙이다. 대체 저 안에 도사리고 있을 괴물들은 뭘지. 길드 본부로 돌아가는 헌터들의 머릿속에는 던전 대처를 잘못해서 멸망하고 말았다는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


다소 허름한 사무실이었다.

그곳의 책상에 앉아서 선혜는 컴퓨터를 통해 가계부 같은걸 작성하고 있었다. 한참 숫자를 이리저리 끼워맞추던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으음...”

“별로야?”


옆에서 마보 자세를 취하며 하체를 단련하던 세정이 그 표정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슬쩍 물었다. 조금 힘없이 웃으면서 선혜는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저리 제하고 보니까... 순익은 이천도 되질 않네.”

“이천이라...”


순익 이천. 길드를 등록하고 운영한지 첫 달이 지나고서의 첫 성과다.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세정에게 필요한 최저한의 액수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은 운기조식으로 버티지만 조금씩 무리가 쌓이고 있다. 이게 계속되면 결국 허신을 봉인이 풀리고 만다.


“그냥 생각하면 적지 않지만...”

“역시 자기 구역이 없는게 큰가.”

“그렇지. 우리는 겨우 하청 받아서 하는 거니까. 괜찮은건 같이 가서 청소나 해 주는 정도고...”


현재 길드의 운영은 다른 길드에게 일을 받고 던전을 토벌한 다음 수수료를 내어주고 그 남은 돈을 받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하청이다. 수수료가 일단 너무 크다. 절반을 떼줘야 하다니. 그렇지만 업계표준이고 이런 일로 실랑이 벌이면 다른 길드도 일을 안 주려 한다.


“네 이름값으로도 힘들어?”

“내 편의 봐서 그나마 얻고 있다고 봐야지. 그렇지만 큰 일은 못 얻어. 그러다가 나 때문에 일 준다고 소문나면... 알겠지?”

“그도 그런가.”


선혜는 원래 길드를 뛰쳐나와서 자기 길드를 만들었다. 선혜 본인이 유명인이고 아버지에게 은혜를 입은 이도 많아서 자기 길드 만들면 본래라면 여기저기서 도움이 쇄도할만하다. 하지만 뛰쳐나온 이유가 숙부와의 갈등이나 후계 문제 때문이란 소문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가디언 길드는 강하고 그들 눈에 엇나가면 여러모로 괴로워진다.

그래서 현재 길드의 대표가 선혜이고, 그녀는 한국의 유명한 신진 헌터로 큰 명성을 떨치고 있으나 길드의 운영 자체는 겨우 꾸려나가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음-”


고민스럽게 세정도 미간을 좁혔다. 타개책이 필요했다. 마정석의 보급은 그의 입장에서도 시급한 문제다.

뭔가를 기대하는 듯 슬쩍슬쩍 선혜가 세정을 바라봤다.


“씨발, 뭔 같잖지도 않은 꼴이야!”


갑자기 쩌렁쩌렁한 소리가 사물실을 채웠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곳에 근처의 긴 소파에 누워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던 성훈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외친 것이다.

그는 하던 걸 옆으로 일단 던져 주고 신경질난다는 표정으로 세정에게 삿대질을 했다.


“야 너! 왜 이따위 궁상이지?”

“그럴만한 사정이 있지.”

“사정은 무슨 개좆빠는 소리를! 너는 나를 이 꼴로 만들었다! 그런데 무슨 잘난 사정이 있어서 쥐새끼처럼 숨어 지내면서 푼돈벌이나 하는 거야! 좆같게!”

“할 말이 없군.”


버럭 화내면서 성훈이 하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해서 세정도 제법 곤란한 표정이 됐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세정 정도로 힘이 있으면서 쥐새끼처럼 그늘에서 활동한다니. 성훈의 입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네놈 때문이기도 한데 말이야.’


쓴웃음과 함께 세정은 그런 뒷말을 마음 속으로 붙였다. 확실히 오자마자 저런 괴물을 만나 싸운 덕에 허신이 대천시종의 봉인을 풀 틈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미 내포되어 있던 위험을 일찍 발견한 것이니 도리어 운이 좋았다고 평가할 부분도 있다.

그런 심경은 모른채 성훈은 짜증을 계속 냈다.


“알면 지랄 그만하고 그 잘난 힘으로 깝치는 새끼들 몇 마리 작살내고 구역인지 나발인지 하는거 몇 개 쓸어오기라도 해! 그러면 궁상 떨 필요도 없는거 아냐!”

“...묘하게 열의에 넘치네.”


과격한 의견이지만 헌터 일에 협조적인 방향이기도 해서 신기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봤다. 어째서 여기 있는가 생각하면 저런 열의를 보이는건 이상한 일이다.


“씨발, 좋든 싫든 같이 일하는 꼴이 됐는데 거렁뱅이 새끼들하고 지내려니 도저히 못할 짓이라서 그런대, 왜!”

“아, 그래. 박스 뽑다 하다 박살났구나.”


선혜가 사정을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 수 없는 말이라 세정은 물었다.


“박스 뽑다 박살나?”

“저 새끼 얼마 전부터 리니지 시작했거든.”

“아, 들어본 적 있어. 돈이 많이 드는 게임이라며? 주사위 노름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리니지. 전설적인 게임이다. 지금도 거의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덕분에 이 세상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세정도 그 이름을 알게 됐다. 재밌다고 해서 해볼까 하는 생각하다가 도박이라고 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데 저놈은 아예 푹 빠져 있던 모양이다.

한데 도박이라고 하니 성훈은 버럭 화냈다.


“씨발 모르면서 지랄! 아니야!”

“하는 애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안 하는 사람들 보기엔 비슷하긴 해. 그렇지만 뭐 하여간 확실한건 돈은 많이 들거든. 근데 우리 길드 수익이 적다보니 분배금도 얼마 못 받잖아.”


성훈도 일단 일을 돕고 있고, 그에 대한 댓가도 받고 있다. 많이 주진 않지만 뭐 적지도 않다. 업계 평균 정도다. 노예처럼 부려도 할 말이 없겠지만 앞으로 얼마나 관리해야 할지 모르는데 반빌심을 키우는 정책은 좋지 않기 때문에 공정한 대우를 하기로 했다.


“아아, 그래서...”


상황을 이해한 세정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윽 하고 찔리는 표정이 된 다음 성훈은 불같이 반발했다.


“씨발, 내가 리니지를 해서가 아니고, 니들 하는 꼴이 좆같잖아! 그 덕에 나도 이 꼴이고! 차라리 뒤지고 말지 왜 이따위로 구질구질하게 살아!”

“도박중독꾼의 흔한 변명이네.”

“그렇군.”


동의해 고개를 끄덕이며 세정은 소파한쪽을 바라봤다. 성훈이 열심히 하던 뭔가를 던진 것이 있는 쪽이다. 보니 스마트폰이었다. 방금전까지도 열심히 하던게 리니지였음을 알만했다. 궁지에 몰려 성훈은 당황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아니 씨발 저것들이... 야, 니들은 뭐 그리 잘나서, 특히 너! 그 좆같은 햄버거하고 콜라만 맨날 처먹으면서 남이 받는 돈을 어떻게 쓰든 뭔 참견이야!”

“어허, 맛의 진수를 모르는군.”


세정은 당당했다.

지난 한달 동안 세끼 가운데 두 끼는 햄버거로 떼운게 사실이지만. 덕분에 이 사무실에는 점심이면 항상 맘스터치나 버거킹에서 배달할 수 있는 메뉴만 먹을 수 있었다. 누가 정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됐다.


“뭔 개소리를.”

‘아니, 저건 솔직히 저 인간 말이 맞는 거 같은데...’


이번만은 선혜도 성훈의 불평에 동의했다.

아니 뭐 개인의 취향에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도 생각해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줬으면~ 하는게 그녀의 심정이다. 특히 콜라 너무 좋아하는거 아닌지. 펩시는 또 싫어한다.


작가의말

그러면 다음화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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